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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에 입학하기 전, 전문대를 다녔었다. 같은 나이의 친구들보다 1년 일찍 입학해서 걱정이 많았지만 잘 적응했고 입시 미술로 단련된 동기들과는 다르게 나는 태초의 상태였기 때문에 동기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실력 있는 동기들조차 학교에서 숙식하며 과제물에 개인 작업까지 해나갔는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쉬는 시간을 없애고 점심시간을 줄이며 밤새 진도를 따라가면서 통학했다. 코피를 자주 흘리고 몸이 망가지는 게 느껴졌지만, 병원에 갈 시간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도 하고 싶은 걸 하니 살아있는 느낌이었고 행복했지만, 1년이 흐르니 몸무게가 38~39kg으로 줄었고 불면증도 왔다. 학과 운영방식도 잘못돼 동기 절반이 자퇴했다. 학과가 사라진다고 통보 받았을 땐 비슷한 학과에 들어가도 적응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절망스러웠다.

고민 끝에 자퇴를 선택했고, 1년간 못 잤던 잠을 몇 주 동안 몰아 잤다. 눈을 뜨면 ‘난 이제 뭘 해야 하지’, ‘난 끈기가 없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그럴 때면 더 깊게 잠에 빠졌고, 밥도 거르고 잠만 자는 딸을 보는 부모님의 속은 타들어가 서로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은 응원도 하고 화도 내며 타이르기도 하셨지만, 이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쏟는 나에게 방송대를 다녀보는 건 어떻겠냐며 제안하셨다. 알아보기나 하자는 생각으로 홈페이지를 둘러보는 중, 전 학교에서 교양으로 배웠던 일본어가 재밌어서였는지, 일본의 곳곳을 여행하고 싶다는 내 오랜 바람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학과가 눈에 밟혔다.

학업을 시작하며 건강을 회복하고 나니 그림을 다시 찾게 됐고, 공부를 하며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방송대는 가장 절망스러울 때 내게 찾아왔고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으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것을 알려 준 학교다.

일본학과와 관련된 업종으로 취직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할 생각도 없다. 나에게 용기를 심어준 학교이고, 학과이며 나중에 내가 또다시 넘어진다면 그땐 학교에서 공부한 것을 떠올리며 일본 곳곳을 돌아다니고, 그곳에서 일본의 풍경들을 그려 볼 생각을 하니 넘어지는 것도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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