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R의 공포를 넘어서]


주식 잘하는 ‘시골의사’로 알려진 박경철 씨가 오래 전 수도권에 있는 한 대학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내용 가운데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던 대목이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을 키우라는 제언이었다. 그는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역사서를 가까이 할 것을 주문했고, 직관력을 확장하기 위해 예술서를 많이 읽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기, 국가나 기업이 개인에게 어떤 활로를 제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개인들은 각자도생의 모진 길을 걸어야 하는데, 경제를 보는 눈부터 다진다면 어떨까. ‘지식의 날개’(방송대 출판문화원)가 내놓은 『금융의 역사』(윌리엄 N. 괴츠만 지음, 위대선 옮김)와 출판사 ‘휴머니스트’가 출간한 『해동화식전』(이재운 지음, 안대회 옮김)은 동서 사상의 지평에서 ‘금융 마인드’에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책들로 손색없다.


『금융의 역사』, 문명을 만든 힘 진단

예일대 경영대학원은 괴츠만에 대해 “재무 및 경영 연구 교수 및 국제금융센터 교수로 있다. 그는 다양한 투자 분야의 전문가다. 그의 과거 작업에는 주식시장 예측성, 헤지펀드 및 성과측정에서의 생존 편향에 대한 연구가 포함된다. 그의 현재 연구는 대체투자, 요소투자, 행동금융 및 예술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이력보다 더 재미있는 건, 책 자체의 내용이다. 많은 이들에게 ‘금융’은 ‘회계’와 마찬가지로 그저 어렵고 복잡한 개념이거나, 탐욕의 상징, 혹은 2008년의 금융위기처럼 누군가의 삶을 짓밟는 악랄한 존재로 비쳐진다. 그러나 저자는 금융이야말로 인류사회를 물질적·사회적·지적으로 진보하게 한 가장 중요한 기술이며, 지난 5천년의 역사가 이를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5,000년에 걸쳐 인류와 도시사회가 보기 드물게 팽창한 사건은, 금융이 인간이라는 종의 능력을 엄청나게 향상시켰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인류를 금융을 통해 생존의 위험을 줄여왔고, 시간을 넘나들며 자원을 배분해 성장을 촉진했다.” 미술사학과 고고학이란 인문적 토대 위에 금융을 접목한 저자가 눈여겨본 부분은, 금융이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켰다는 것, 인류는 금융을 통해 생존의 위험을 줄여왔다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금융이 인간의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켰으며, 인류 생존의 위험을 어떻게 줄일 수 있었는가다. 금융이 문명을 꽃피웠다고 말하는 저자는 금융의 기본 요소를 ‘①시간을 넘나들며 경제적 가치를 재할당한다 ②위험을 재할당한다 ③자본을 재할당한다 ④이러한 재할당 과정을 접근하기 쉽고 정교하게 만든다’로 정리해냈다. 이들 각각의 요소는 ‘계약’을 통해 현재-미래를 묶어주며, 위험을 분산시키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기술로 작용하며, 나아가 다양하고 정교한 계약으로 확장됨으로써, 문명의 토대를 만드는 활력소가 된다.
맥락을 잡아주는 저자의 날렵한 지적 스펙트럼도 흥미진진하다.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금융의 역사를 문명이라는 거대한 주제와 함께 살핀 저자에 따르면, 쐐기문자는 대출을 기록하기 위해 발명됐고, 수학은 경제적 가치를 계량하고 평가하기 위해 출현했으며, 최초의 법률은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됐다. 금융의 발명으로 미래의 가치를 현재로, 현재의 가치를 미래로 옮길 수 있게 되자 인간의 사고수준은 더욱 고도화됐고, 문명은 찬란한 진보를 거듭했다.

0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