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리말에서 읽는 한국인의 심층

오늘날 한국 사람은 한국말 ‘가운데’와 중국말 ‘中’과 영국말 ‘center’를 모두 쓴다. 사람들은 ‘가운데’와 ‘中’과 ‘center’가 같은 뜻을 가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가운데’와 ‘中’과 ‘center’는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아울러 갖고 있다.
한국 사람이 ‘가운데’와 ‘中’과 ‘center’를 아울러 쓰는 것은 나름의 까닭이 있다. 한국말에서 ‘가운데’는 함께하는 이것이나 저것을 싸잡아서 가리키는 말인 반면에 ‘中’과 ‘center’는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어느 하나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중앙에 자리한 어느 하나만을 가리키고자 하는 경우에는 ‘중앙(中央)’, ‘중심(中心)’, ‘중추(中樞)’, ‘center’와 같은 말을 쓰게 된다.   
한국말에서 ‘가운데’는 옛말이 ‘가+온+데’ 또는 ‘갑은+데’이다. ‘가+온+데’에서 ‘가’는 ‘가’, ‘갓’, ‘갗’과 바탕을 같이 하는 말이다. ‘가’는 어떤 것이 다른 것과 만나는 경계를 가리키는 말이고, ‘갓’은 어떤 것이 ‘가’를 경계로 삼아서 하나의 어떤 것으로서 자리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고, ‘갗’은 하나의 어떤 것으로서 자리한 것의 ‘가’를 둘러싸고 있는 ‘겉’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떤 ‘것’은 ‘가’를 경계로 ‘갓’으로 자리해서, ‘갗’을 갖게 됨으로써, 속이 있는 어떤 것이 된다.  
‘가+온+데’에서 ‘온’은 ‘오다’에 뿌리를 둔 것으로서 ‘온 것’을 가리키고, ‘데’는 무엇이 자리한 ‘곳’을 가리킨다. ‘가+온+데’는 ‘가에서 온 데’로서, 어떤 것을 둘러싸고 있는 이쪽의 ‘가’에서 저쪽의 ‘가’로 오고갈 수 있는 모든 곳을 뜻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세모꼴이 있을 때, 세모꼴을 둘러싸고 있는 이쪽의 ‘가’에서 저쪽의 ‘가’로 오갈 수 있는 모든 곳이 세모꼴의 ‘가온데’이다. 이러한 ‘가온데’에 어떤 것이 들어가서 함께 자리하고 있을 때, ‘어떤 것 가온데’라고 말한다.
‘갑은+데’에서 ‘갑은’은 ‘갑절’의 ‘갑’, ‘갚다’의 ‘갚’, ‘값어치’의 ‘값’과 바탕을 같이 하는 말이다. ‘갑’은 이쪽과 저쪽이 짝을 이루고 있는 것을 말한다. ‘갑은+데’는 사람들이 실이나 줄이나 종이와 같은 것을 가지고, 이쪽의 ‘가’와 저쪽의 ‘가’가 만나도록 접었을 때, 이쪽과 저쪽이 만나서 겹치는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들이 ‘갑은+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쪽과 저쪽이 반으로 접혀서 갑절이 되는 ‘한가운데’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종이를 반으로 접어서 겹치도록 했을 때, 이쪽과 저쪽이 만나서 갑절이 되는 곳을 ‘한가운데’라고 말한다.

‘가운데’의 세 가지 쓰임

 

사진 출처= https://museum.seoul.go.kr/archive

 

한국말에서 ‘가운데’는
함께하는 이것이나 저것을
싸잡아서 가리키는 말인 반면에

‘中’과 ‘center’는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어느 하나만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말에서 ‘가운데’는 크게 세 가지로 쓰인다.  
첫째로, 사람들이 ‘~ 가운데’로 말하는 ‘가운데’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학생들 가운데’, ‘열 손가락 가운데’, ‘이 가운데’, ‘그 가운데’ 따위로 말하는 ‘가운데’다. 이러한 ‘가운데’는 그것에 속하는 모두를 싸잡아서 가리킨다. 이를테면 ‘학생들 가운데’에서 ‘가운데’는 학생들 모두를 싸잡아서 가리키고, ‘열 손가락 가운데’에서 ‘가운데’는 열 손가락 모두를 싸잡아서 가리키고, ‘이 가운데’나 ‘그 가운데’서 ‘가운데’는 ‘이’나 ‘그’에 속하는 모두를 싸잡아서 가리킨다.
둘째로, 사람들이 ‘가운데 ~’로 말하는 ‘가운데’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가운데 도막’, ‘가운데 줄’, ‘가운데 자리’ 따위로 말하는 ‘가운데’다. 이러한 ‘가운데’는 바깥쪽에 있는 것과 안쪽에 있는 것을 떼어 놓고서, 안쪽에 자리해 있는 것만 가리키는 말이다. 바깥쪽에 있는 것이 ‘가’가 되고, 안쪽에 있는 것이 ‘가에서 온 것’이 된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이쪽과 저쪽에 자리한 도막을 안팎으로 떼어 놓고서, 안쪽에 자리해 있는 것을 ‘가운데 도막’이라고 말하고, 이쪽과 저쪽에 자리한 줄을 안팎으로 떼어 놓고서, 안쪽에 자리한 줄을 ‘가운데 줄’이라고 말한다. 
셋째로, 사람들이 ‘한가운데’로 말하는 ‘가운데’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한가운데 자리’, ‘한가운데 건물’ 따위로 말하는 ‘한가운데’다. 이러한 ‘한가운데’는 함께 하는 것 가운데서 가장 가운데가 되는 어느 하나만을 따로 떼서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들은 여러 자리 가운데서 가장 가운데가 되는 하나의 자리만을 따로 떼서 ‘한가운데 자리’라고 말하고, 여러 건물 가운데서 가장 가운데가 되는 하나의 건물만을 따로 떼서 ‘한가운데 건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은 일찍부터 중국에서 가져온 ‘中’을 ‘가운데 中’으로 새겨서 널리 쓰게 됐다. 그런데 ‘가운데’와 ‘中’은 같은 뜻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중심(中心), 중앙(中央), 중추(中樞), 집중(集中), 집중(執中), 중화(中和), 중용(中庸)과 같은 한자 낱말을 그냥 쓰게 됐다.  

‘가운데’는 ‘中’과 어떻게 다를까?
중국말 ‘中’은 한국말 ‘가운데’보다 쓰임새가 넓은 말이다. 중국 사람은 ‘中’에 다른 말을 붙여서 ‘지중(之中)’, ‘중간(中間)’, ‘중앙(中央)’, ‘중심(中心)’, ‘중추(中樞)’, ‘중정(中正)’과 같은 낱말을 만들어 써왔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중국말 ‘中’과 한국말 ‘가운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정중동(靜中動)’에서 ‘中’은 ‘가운데’와 비슷한 말이다. ‘靜中動’을 ‘고요한 가운데 움직이는 것’으로 옮길 수 있다.  
둘째로, ‘십인지중(十人之中)’에서 ‘之中’은 ‘之’와 ‘中’을 어우른 낱말로서, ‘가운데’와 비슷한 말이다. ‘십인지중(十人之中)’을 ‘열 사람 가운데’로 옮길 수 있다.
셋째로, ‘중간층(中間層)’에서 ‘中間’은 ‘中’과 ‘間’을 어우른 낱말로서, ‘가운데’와 비슷한 말이다. ‘중간층(中間層)’을 ‘가운데 층’으로 옮길 수 있다. 
넷째로, ‘중앙 부서(中央府署)’에서 ‘中央’은 ‘中’과 ‘央’을 어우른 낱말로서, ‘한가운데’와 비슷한 말이다. 그런데 ‘중앙 부서(中央府署)’를 ‘한가운데 부서’로 옮기면, 뜻이 맞지 않은 말이 되고 만다.      
중국말에서 ‘中央’은 어떤 것의 ‘한가운데’라는 뜻과 함께, 주위에 널려 있는 다른 것들을 거느리는 하나의 줏대라는 뜻을 아울러 갖고 있다. ‘중앙 부서(中央府署)’는 여러 부서의 한가운데에 자리해, 다른 부서들을 거느리는 하나의 줏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말에서 ‘한가운데’는 어떤 것에서 가장 가운데가 되는 자리라는 뜻만 갖고 있다. 따라서 어떤 것이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주위에 널려 있는 다른 것들을 거느리는 하나의 줏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니 ‘중앙 부서(中央府署)’를 ‘한가운데 부서’로 옮기면, 뜻이 맞지 않는 말이 되고 만다.  
중국말에서 ‘중심(中心)’이나 ‘중추(中樞)’는 ‘중앙(中央)’과 마찬가지로 어떤 것이 한가운데에 자리해, 주위에 널려 있는 다른 것들을 거느리는 하나의 줏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러한 ‘중앙(中央)’, ‘중심(中心)’, ‘중추(中樞)’를 바탕으로 ‘집중(集中)’, ‘집중(執中)’, ‘중용(中庸)’, ‘중화(中和)’와 같은 말을 만들어 쓰게 됐다.
오늘날 한국 사람들은 영국말의 ‘center’를 가져다가 ‘가운데’나 ‘中’의 뜻으로 쓰는 일이 많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민 센터’, ‘학습 센터’ 따위로 말하는 ‘center’는 중국말 ‘중앙(中央)’이나 ‘중심(中心)’에 가까운 말이다. 그리고 영국 사람은 한국말 ‘가운데’를 세 가지로 나눠서 ‘~ 가운데’를 ‘among’으로 말하고, ‘가운데 ~’를 ‘middle’로 말하고, ‘한가운데’를 ‘center’로 말한다. 그런데 영국 말에서 ‘center’는 한가운데에 자리해 다른 것을 거느리는 하나의 줏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들은 이러한 ‘center’에 매여 있는 삶의 태도를 ‘centrism’으로 일컬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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