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45회 방송대문학상

등장인물
형도 (56세/남)
문주 (24세/여)
기원 (29세/남)
서율 (13세/여)


0. 오프닝 / 낮
어두운 화면에서 물소리, 웅웅 울리는 수영장 소음이 들려온다. 화면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파란 타일 위로 일렁이는 수영장 물이 보이고 그 위로 타이틀이 뜬다.

1. 거실 / 아침
분주한 가정집 아침 풍경. 선영이 외출복 차림으로 안방에서 나오며 말한다.

선영: 냉장고에 어제 치킨 남은 거 넣어뒀어요.

교복 입은 민지 책가방을 급하게 메며 방에서 나온다.

민지: 엄마, 나 태워다줄 수 있어?
선영: 얘는, 지금 안 그래도 늦었는데! 그니까 십 분만 일찍 일어나래도.
민지: 아 그럼 어떻게 해!
선영:  어우 빨리 나와 진짜.

선영과 민지가 나가고 집안엔 갑작스러운 적막이 흐른다.
조금 뒤에 방문이 끼익 열리고 형도가 주방으로 걸어가 냉장고 한 번 열어보더니 빈손으로 거실 소파에 앉는다. 리모컨으로 TV 켜고 채널을 돌린다.
화면엔 홈쇼핑, 예능, 드라마 등 여러 가지 방송이 한참 지나가고 드디어 마음에 든 채널을 찾은 듯 몸을 기울여 눕는 형도.
그때 삑삑거리며 도어락 열리고, 아들 민석이 현관으로 들어온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
형도 주춤거리며 몸을 반쯤 일으킨다.

형도: 어, 왔어?
민석: 네.
형도: 어제 야간이었어?
민석: 네.
형도: 냉장고에 저기, 통닭 있는데.
민석: 좀 자려고요.
형도: 그래. 피곤하겠다. 들어가 자.
민석: 네.

민석 방으로 들어가고, 형도 어정쩡한 자세로 TV를 마저 보는데 순간 TV에서 와하하 큰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형도 움찔하며 볼륨을 급히 줄인다.
거의 음소거 상태로 조금 보다가 TV 끄는 형도.

2. 편의점 앞 / 아침
편의점 앞 테이블에 뚜껑 덮은 컵라면 놓여있고 어딘가로 전화 걸고 있는 형도.
수신음이 한참 흐른 뒤에야 통화가 연결된다.

형도: 어 난데, 아.. 그래, 끝나면 전화 줘.

컵라면 열어 한 젓가락 먹는 형도. 입맛이 없는 듯 표정이 좋지 않다.
컵라면 깨작거리며 먹는데 전화벨 울린다.

형도: 아니, 뭐, 아주 급한 거는 아닌데..
        그래도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일하는 게 좋잖아.
        내가 그쪽 일 뭐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고, 금방 배우지.

전화 끊고 착잡한 듯 불은 컵라면 뒤적거리는데, 건너편 수영장 건물에서 우르르 나오는 사람들. 그중 형도 또래 양복 차림의 중년 남자가 형도 쪽으로 온다.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 들고 나와 형도의 옆 테이블에 앉는 남자.
형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남자 바라보다가 묻는다.

형도: 수영, 하시나 봐요?


3. 수영장 로비 / 낮
목욕 바구니와 수영복 가방 든 문주. 낯설어 긴장한 듯 카운터로 조심스레 다가간다.
카운터 직원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보면,

문주: 이번 달 처음 등록했는데요.
        개강은 아직 안 했는데, 자유 수영 되나요?

카운터 직원 열쇠 건네준다.


4. 여자 탈의실 / 낮
어색하게 눈치 보며 양말부터 벗는 문주.
두꺼운 뿔테 안경 벗으면 확연히 차이나는 눈 크기.

5. 수영장 / 낮
수영장의 물소리, 사람들 말소리가 웅웅 울리며 들려온다.
파란 수영장의 색깔과 약간의 형태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흐릿하게 보인다.

화면 바뀌면서 수영복 입은 문주가 눈을 한껏 가늘게 찌푸린 채 조심조심 걷고 있다.
유아 풀로 먼저 향하는 문주. 얕은 물에 안심하며 들어가 팔다리를 휘적거리는데 아이들이 문주 앞에서 헤엄치며 물을 엄청나게 튀기고 지나간다.
물 범벅이 된 얼굴로 아이들 쳐다보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시끌벅적 놀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일어나 성인 풀로 향하는 문주.

수영하는 사람은 레인 별로 한두 명쯤. 그다지 많지 않다. 아무도 없는 빈 레인으로 가는 문주. 목, 어깨, 팔다리 움직이며 준비운동하고 조심스레 물을 몸에 묻힌다.
물에 몸을 담그는데, 의외로 재밌고 시원한 느낌에 기분이 좋다.
물속에서 걸어도 보고 뛰어도 보고 몸을 띄워 보기도 한다. 그때 옆 레인 사람이 킥판 잡은 채 수영하며 지나가고, 그 모습 보던 문주가 한쪽에 놓인 킥판을 집어온다.

옆 사람 따라 해보는 문주. 킥판 잡고 수영하는데 앞으로 꽤 잘 나간다.
어느덧 레인 중간까지 온 문주. 킥판을 고쳐잡다가 놓쳐버린다.
잡으려 손 뻗을수록 손에 닿은 킥판이 더 멀리 밀려난다. 당황하는 문주.
얼굴이 물 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사람들은 수영하느라 알아채지 못하고 안전요원은 마침 유아 풀 아이들에게 주의 주고 있어 보지 못한다.
문주는 위급한 상황인데, 멀리서 보면 수영장은 여전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허우적대며 물 먹는 문주. 괴로워하는 얼굴. 버둥댈수록 물에 더 가라앉는다.
그때, 누군가 물속에서 물거품 내며 다가온다. 사람의 형태만 보일 뿐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문주에게 손을 뻗어 건져낸다. 문주의 몸을 밀어 올려 데크에 걸쳐놓는다. 콜록대며 물을 한참 뱉어내는 문주. 상기된 얼굴. 문주, 정신 차리고 흐릿한 시야로 주변을 돌아보는데 누가 구해줬는지 알 수 없다. 태연하게 수영하고 있는 사람들.

6. 수영장 로비 / 낮
안경 쓴 문주, 통유리창으로 수영장 보고 있는데, 강사 대기실에서 나오는 기원.
문주가 빤히 쳐다보자 꾸벅 목인사 하는데, 문주 혹시? 하는 눈빛.

7. (꿈) 수영장, 문주의 방 / 밤
수영장 물에 잠겨있는 문주. 낮과는 달리 평온한 얼굴.
물속에서 한 남자가 다가와 문주에게 손을 뻗는데,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손을 맞잡고 물 위로 떠 오르는 문주와 남자. 물에서 떠오르는 순간, 문주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에서 깬다. 쿵쾅거리는 문주의 심장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린다.

8. 수영장 / 아침
초급반 레인에 모여있는 사람들. 그 사이에 형도와 문주도 보인다.
기원이 초급반 레인 앞에 서서 인사한다. 문주, 기원을 유심히 본다.

<cut to>
물속에서 음파음파 호흡 배우는 사람들.
호흡하며 물 안팎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문주의 얼굴이 물에 빠져서 허우적댈 때의 얼굴과 겹쳐지고 회원들 살피던 기원과 눈이 마주친다.

<cut to>
나란히 걸터앉아서 발차기하는 사람들. 점점 힘들어하는 문주.
지친 기색 없이 단연 돋보이는 형도. 문주 감탄하며 바라보면, 형도 멋쩍은 듯 웃는다.

형도: 내가 초급반만 반년째예요. 기본기는 누구보다 충실한데 이상하게 수영만 할라치면

        안 나가더라고.
문주: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아..
형도: 근데 아가씨는 물안경을 계속 끼고 있네. 그거 너무 끼이지 않아요?
문주: 제가 시력이 많이 안 좋아서.. 이거 벗으면 아무것도 안 보여요.
형도: 아 도수 넣었구나.

그때 기원 다가와서 굽혀진 문주 무릎 펴주는데, 흠칫 긴장하는 문주.

9. 편의점 앞 / 밤
테이블에 포카칩 한 봉지, 맥주 두 캔 놓여있고, 마주 앉아 대화하는 준수와 기원.

준수: 아, 진짜 죽겠다니까. 나도 수영이나 계속할 걸 그랬나.
기원: 야, 이것도 만만치 않아.
준수: 그래도 비할 바냐. 솔직히 물에 몇 시간 들어가지도 않잖아.
기원: 제대로 해보고서 말해라. 자식이..
준수: 하긴 그래도 다 장단점이 있지? 너라고 그거 언제까지 하겠냐.
기원:  .....
준수: 그런 생각 안 드냐? 만약 우리 수영 안 하고 그 시간에 공부했으면, 나 지금보다 훨씬

        좋은 회사 들어갔을걸? 넌 말할 것도 없고.
기원: 갑자기 뭔 소리야.
준수: 아니, 솔직히 그런 생각 안 해봤어? 괜히 선수 한답시고 나댔다가 인생 망친 거 아니냐고.
기원: ... 뭔 개소리야, 나 간다.

준수를 뒤로하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기원. (착잡한 표정.)

기원 (NA) 물이 좋았을 뿐이다.

10. 수영장 / 낮 (과거)
어린 기원이 눈을 감은 채 수영장 물에 둥둥 떠 있다. 자유롭고 편해 보인다.

기원 (NA) 피부에 닿는 느낌도, 움직일 때 느껴지는 무게감도 좋았다.
 힘을 빼고 떠 있을 땐 물이 나를 완전히 안아주는 것만 같았다.
  
어린 기원이 전속력으로 수영한다.

기원 (NA) 물 밖에선 별 볼 일 없던 내가,
 물속에선 날렵하고 재능있는 아이가 될 수 있었다.

기원을 비추던 화면이 넓어지면, 다른 레인에 있는 아이들보다 확연히 뒤처지는 고등학생 모습의 기원이 보인다.
1등으로 들어온 아이가 환호하고, 그 모습을 씁쓸하게 보는 고등학생 기원.

기원 (NA) 그 재능이 별것 아니라는 걸 깨닫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지만.

11. 샤워실 / 낮 
고등학생 기원이 현재 기원으로 오버랩 된다.
샤워기 물 아래, 수모를 벗고 머리를 털어내는 기원.
기원 옆자리에 누군가 다가와 서서 샤워기를 튼다.

형도: 저 선생님, 제가 씻는 시간까지 방해하기는 싫었는데,

기원, 괜찮다는 듯 형도 바라보면

형도: 나는 왜 안 되지? 초급반만 여섯 달째잖아. 다른 사람은 자유형, 평영, 접영 쭉쭉 잘만

        하는데, 난 왜 안되는지... 영 답답해서.
기원: (한참 보더니)회원님은... 너무 잘하시려고 해서 그래요.

기원, 형도의 어깨를 잡는다.

기원: 여기에 힘이 빡 들어있어요. 생각도 너무 많으신 것 같고..
        머리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보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있거든요. 일단 할 수 있는 거부터

        해보면 돼요. 그럼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을 거예요..
형도: (감명받은) 야, 역시! 선생님이 최고라니까. 내가 초급반에서만 선생들 여럿 거쳤는데,

        제일 재능있고 잘 가르쳐.
기원: (혼잣말로) 재능...

12. 교실 / 낮
시끌벅적한 점심시간. 아이들 자유롭게 모여 밥 먹는데, 홀로 앉아있는 서율.
밥 한술 뜨는데 유독 크게 들리는 여자아이들 웃음소리.
소리 나는 쪽 쳐다보면 보람, 다연, 유진, 지우 즐거운 듯 떠들고 있다.

보람: 일단 올리브영부터 가자.
다연: 그래, 거기 지금 세일할 걸?
유진: 헐 대박. 나 오늘 용돈 받았는데.
지우: 시내 진짜 오랜만에 간다.

그 모습을 쓸쓸히 바라보는 서율, 밥을 씹는 둥 마는 둥.

13. 복도 / 오후
하교 시간. 서율 교실 밖으로 나가는데 보람과 아이들 모여서 얘기하고 있다.
서율, 주변 기웃거리다가 용기 내서 다가간다.

서율: 너네... 오늘 시내 가?
보람: 어? (옆에 아이들과 눈짓 주고받으며) 어.
서율: 나 오늘 학원 안 가는데, 같이 갈래?
보람: (피식 웃으며) 아... 짝이 안 맞아서 미안.
서율: 나 혼자 앉아도 괜찮은데.
보람: 미안. 우리끼리 갈 데가 있어서. (아이들 쪽 쳐다보면)
유진: (급하게 대꾸한다) 맞아 맞아.
지우: 빨리 가자.

우르르 자리를 뜨는 아이들. 다연이 불편한 기색으로 뒤를 돌아보다 서율과 눈이 마주친다. 급히 고개를 돌리는 다연.

14. 놀이터 / 저녁
벤치에 앉아있는 서율과 근처에 서 있는 다연.

서율: 뭔데?
다연: 뭐가.
서율: 왜 나 따 시키는데.
다연: (눈을 피하며) 언제.
서율: 내가 바보냐?
다연: 나보고 어쩌라고.
서율: 어쩌라는 게 아니라 왜 그러냐고.
다연: 나도 몰라.
서율: 실망이다.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
다연: ... 진짜 말해줘? 네가 말해달라니깐 말해주는 거다.

서율 짐짓 긴장한 듯 다연을 바라본다.

다연: 냄새난대.
서율: (생각지도 못한) 뭐?

서율 당황해서 고개를 양쪽으로 번갈아 돌려 자기 몸 냄새를 맡고, 한쪽 팔 굽혀 냄새 맡아보지만 무슨 냄새가 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서율: (팔을 내밀며) 야, 맡아봐. 무슨 냄새가 나?

다연 뒤로 흠칫 물러났다가 곧 순순히 맡아보는데 별다른 냄새가 안 난다.

다연: 아니, 냄새나는 게 아니라 냄새나는 것 같대.
서율: 그게 무슨... (어이없다)
다연: 너... 좀 뚱뚱하고.
서율: 내가?!
다연: 옷도 촌스럽게 입고..

서율, 그 말에 입은 옷 내려다보는데 캐릭터 그려진 평범한 티셔츠에 청바지.

다연: 화장도 안 하고 그러니까.

어두워지는 서율의 표정.

다연: 몰라,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애들이...
서율: .....
다연: 간다. 앞으로 불러내지 마.

다연, 누가 보기라도 할까 봐 눈치 보며 서둘러 아파트로 들어간다.
충격받은 서율, 그대로 멍하니 앉아있다.

15. 서율의 방 / 아침
유행하는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입은 서율.
눈가엔 서툰 솜씨로 아이라인까지 그렸다. 거울 보며 틴트 바르더니 만족스러운 미소.
아 맞다 하며, 엄마 방으로 향하고, 화장대에 놓인 향수를 조심스레 들고 뿌린다.
향수가 얼굴에 조준되는 바람에 찌푸리며 콜록댄다.
어디선가 본 대로 손목에 뿌려 살짝 비볐다가 목 가에도 갖다 댄다.

16. 운동장 / 낮
자율연습이 주어진 체육 시간. 남자아이들은 축구하고, 여자아이 몇은 그늘에 앉아있다.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서율. 진흙 묻은 공이 날아와 서율을 퍽! 세게 맞춘다.

서율: 아!

엉망이 된 옷. 아연한 얼굴로 공이 날아온 곳 보면 킥킥대는 보람과 아이들이 있다.

보람: 헐, 미안. 던지기 연습하다가.

분해서 부들부들 떠는 서율. 화를 꾹꾹 눌러 참다가 공을 땅에 던지고 자리를 뜬다.

17. 엘리베이터 / 오후
흙투성이 옷, 울어서 부은 눈, 아이라인까지 시커멓게 번진 서율이 타 있다.
문이 닫히려는 찰나에 문주가 버튼을 누르고 탄다.
서율의 상태를 보고 조금 놀라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올라가는데 어디선가 좋은 향기 나는 듯 킁킁대는 서율.
젖은 머리의 문주가 목욕 바구니와 수영복 가방 들고 있다.

서율: 저기 언니, 혹시 향수 뭐 쓰세요?
문주: (당황하여) 아... 향수 안 쓰는데요.
        (목욕 바구니에 담긴 샴푸랑 바디워시 보여주면서)
       이거, 그냥.. 마트에 파는 거예요.
        (멋쩍은 듯) 수영하고 바로 와서... 향기가 나나?
서율: (골똘히) 수영... 어린이반도 있죠?
문주: 네? 아... 있을걸요.
서율: 애들 많아요?
문주: 잘 모르겠어요. 이제 방학이니까 많이들 할 것 같긴 한데...

18. 서율의 방 / 밤
목욕 바구니에 엘리베이터에서 본 문주의 것과 같은 샴푸, 바디워시 담겨있다.
수영복에 수모까지 쓴 채 거울 앞에 선 서율. 수모에 당겨 올라간 눈이 웃겨 보인다. 수경까지 쓰니 더 가관. 숨 참으며 배에 힘을 주다가, 내쉬자 통통한 배가 드러난다.
한숨 쉬며 볼록 튀어나온 뱃살을 잡아보는 서율.

19. 수영장 / 낮
수영복 입은 어린이들 나란히 서 있는데, 키가 크고 작을 뿐, 비슷비슷한 생김새다.

서율 (NA) 수영복을 입은 우리는 다 비슷해 보였다. 내 뱃살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cut to>
아이들 나란히 손잡고 물속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음파 호흡 배우고 있다.
코에서 물방울 나오니까 재밌어 웃음이 나는 아이들.

서율 (NA) 우리 몸에선 똑같이 하늘색 수영장 냄새가 났다.
 
<cut to>
두 사람이 짝지어 한 사람이 수영하고 한 사람이 앞에서 손잡아주며 걷는다.
열심히 발장구치다가 잡아주는 친구와 눈 마주치고 웃는 서율.

20. 수영장 로비 / 낮
서율이 쪼그려 앉아 신발 신고 있다.
탈의실에서 유주가 나오고, 서율이 일어나자 둘이 마주 서는 자세가 된다.
인사할까 말까 하다가 타이밍 놓쳐 수줍은 미소 짓는다.

유주: 너 어디 초등학교야?
서율: 나? 화송초. 너는?
유주: 나 성운초. 나 엄마가 용돈 줬는데, 편의점 같이 갈래? 내가 사줄게.
서율: 그래!

밖으로 신나게 달려나가는 아이들.

21. 수영장 / 아침
옹기종기 모여있는 초급반 사람들. 기원이 물에 풍덩 들어간 뒤 말한다.

 기원: 자유형 발차기 세바퀴 갈게요!

사람들 작게 탄식한다. 형도, 자연스럽게 줄 맨 끝에 선다.
형도 앞에 있는 문주, 기원을 빤히 보다가 눈 마주친다. 급히 시선을 피한다.
문주, 급하게 출발하는데 긴장해서 숨 쉬는 걸 잊고, 얼마 안 가서 버둥거린다.

기원: 숨! 숨 쉬어야지!

기원, 급하게 문주 쪽으로 가서 고쳐 잡아주는데, 문주 물 잔뜩 먹은 얼굴로,

문주: (숨을 몰아쉬며) 맞죠?
기원: 네?
문주: 저 구해준 사람...

기원 무슨 말인지 몰라 의아해하다가, 뒤에서 출발한 형도와 부딪힌다.
문주에게 얼른 출발하라며 밀어주고, 멈춰있는 형도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드는 기원.

기원: 많이 느셨네요.

형도: 뿌듯하게 웃으며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22. (꿈) 수영장, 문주의 방 / 밤
물속에 잠겨있는 문주. 누군가 다가오는데, 자세히 보니 기원이다.
문주를 향해 손 내미는 기원. 문주가 기원의 손을 잡고 미소짓는다.
숨이 가빠와 물 위로 올라가는 문주, 동시에 잠에서 깬다. 벅찬 미소.

23. 수영장 로비 / 낮
문주가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손에 쥔 채 누군가를 기다린다. 초조해 보인다.
기원이 탈의실에서 나와 강사 대기실 쪽으로 향하자, 문주가 일어난다. 긴장한 듯 심호흡을 한 뒤 기원에게 다가간다.

문주: 저, 선생님.
기원: 아, 회원님.
문주: 드릴 말씀이 있는데.
기원: 네, 무슨 일...?
문주: 일단... 늦었지만, 그날 저 구해주셔서 감사하고요.
기원: 에?
문주: 사실... 이렇게까지 떨린 적이 처음이에요. 막 생각만 해도 숨이 가쁘고,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부담스러워하실까 봐 고민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상기된 얼굴의 문주. 떨려서 기원을 제대로 보지도, 선뜻 말을 이어가지도 못한다.
그런 문주를 의아하다는 듯 한참 보던 기원, 눈치챘다는 듯 아, 하더니 미소짓는다.

기원: 회원님,
문주: (잔뜩 긴장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네?
기원: 호흡을요, 한꺼번에 너무 많이 하면 안 돼요.
문주: 네?
기원: 회원님이 숨이 딸리는 게, 한 번에 너무 많이 마시거나 내쉬어서 그런 거거든요.

        최대한 얕고 길게 숨을 가져가야 해요. 그러면 몸도 더 잘 뜰 거예요.
문주: (이게 아닌데 싶은) 아....
기원: 질문하는 거 언제든 괜찮으니까, 편하게 물어보세요.
        (문주가 들고 있던 음료수를 받아든다) 잘 마실게요. 고마워요.

기원이 휴게실로 들어가고 혼자 남은 문주. 얼떨떨하게 서 있다.

24. 운동장
어디선가 공이 날아온다. 날렵하게 반응해 안정적으로 받아내는 서율.
보람과 무리를 향해 세게 되던지면서 소리친다.

서율: 야! 조준 좀 잘해.

서율이 던진 공이 너무 세서 못 받고 놓쳐버리는 보람. 공에 맞아 옷에 흙이 묻는다.

보람: 아, 씨...

서율을 향해 눈을 부라리지만, 서율 아랑곳하지 않는다.
보람, 씩씩 대며 다가와 서율의 어깨를 밀친다.

보람: 야, 작작 나대.

서율 살짝 밀려났다가 어깨 툭툭 털고,

서율: 최보람, 성격 안 좋은 게 체력이 약해서 그럴 수도 있대.
        너도 이참에 수영 배워 봐.

25. 거실 / 아침
세탁기에서 빨래가 다 돌아갔음을 알리는 멜로디가 울린다. 세탁기를 여는 형도의 손. 힘있게 빨래를 탁탁 털고 콧노래를 부르며 건조대에 넌다. 문득 시간을 확인하고, 민지의 방으로 가 노크한다.

형도: 민지야, 일어나! 지금 씻어야 안 늦는다.

안방에서 나오는 선영.

형도: 뭐 좀 먹고 가지?
선영: 뭐가 없을 텐데..
형도: 간단하게 콩나물국 끓였는데.
선영: 당신이?
형도: 에이, 그 정도야 껌이지. 얼른 앉아.

선영을 의자에 앉히고는, 밥과 국을 떠 오는 형도.
선영, 얼떨떨한 얼굴로 국 한술 뜨고선 놀랐다는 듯 형도를 본다.

선영: (웃음) 음식을 이렇게 잘하는지, 평생 같이 살면서 몰랐네.

잠이 덜 깬 채 방에서 나오는 민지.

민지: 뭐야, 아빠가 밥했어? 아빠 요즘에 아주 힘이 넘친다?

뿌듯하게 웃는 형도.

<cut to>
거실에서 휴대폰으로 수영 강습 유튜브 보고 있는 형도. 영상에서 알려주는 대로 팔 돌리며 연습하는데, 방문 열리더니 민석 거실로 나온다.

형도: 시끄러워? 왜 더 안 자고.
민석: 너무 많이 잤더니 몸이 찌뿌둥해서..
형도: 그러면... 아빠랑 수영 갈래?
민석: 수영이요?
형도: 주말엔 자유 수영 할 수 있거든.
민석: 나 수영할 줄 모르는데..
형도: 뭐? 여태 수영도 안 배우고 뭐했어. 너 아주 땡 잡았다.이 아빠가, 기초는 누구보다

        확실하게 가르친다고!

26. 수영장 / 낮
꿈에서처럼 물속에서 몸을 낮추고 잠겨있는 문주. 평온한 얼굴로 천천히 숨을 내쉰다. 기포 방울이 작게 일어난다. 물 밖으로 일어나 파-하고 숨을 크게 마신다. 살포시 미소짓는 문주의 시선 따라가면 서 있는 기원이 보인다. 레인 바깥에 서서 자유 수영하는 사람들 살펴보고 있는 기원. 기원의 시야에 물에 둥둥 뜬 서율이 들어온다. 물 위에 편안하게 누워있는 서율. 그런 서율이 웃기고 귀여워 말 건다.

기원: 뭐해요?
서율: 그냥, 물이 좋아서요.
기원: ... 물, 좋죠.

기원, 물속으로 다이빙하더니 능숙하게 헤엄쳐 나간다.
다른 레인에는 형도가 민석에게 발차기 시범 보이면서 가르쳐 주고 있다.
킥판 잡고 발 구르더니 앞으로 헤엄쳐가는 민석. 곧잘 한다.

옆 레인에 어린이가 허우적댄다. 그 모습을 발견한 형도가 비장하게 수경을 낀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잠수하는 형도. 물속에서 걸어가 어린이를 건져낸다.

형도: 얘야, 저기 얕은 데 가서 놀아.

물을 내뱉고 가까스로 진정한 어린이가 꾸벅 인사한 뒤 유아 풀로 간다.

형도: 저번에도 그렇고. 아무래도 사람 구하는데 소질 있는 거 같은데.
        안전요원이나 해볼까.

화면이 멀어지면서 수영장 전체 모습이 보이고, 그 안에 형도, 기원, 서율, 문주가 각각 수영하고 있다. 그 위로 일렁이는 물이 오버랩 되고 엔드 타이틀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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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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