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OTT 전성시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는 OTT다. OTT는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제작 현장을 현격히 바꿨다.「오징어게임」의 배우 이정재,「고요의 바다」의 공유는 전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엄청난 수익에 비해 국내 업체가 가져오는 제작비가 저렴해 콘텐츠 제작이 해외 OTT 제공사에 종속된다는 지적도 있다. 1면에서는 콘텐츠 춘추전국시대를 활짝 연 OTT 시장과 K-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을 살펴본다. 2면에서는 OTT가 바꾼 영화지형도에서 극장, 영화제의 위기를 분석해본다. 3면에서는 OTT 전성시대에 방송대 DMC는 어떤 플랫폼으로 개교 50주년을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본다.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19는 전 세계인들의 생활반경을 축소했다. 스포츠 경기 관람을 좋아하는 이라면 계절별로 배구장, 축구장, 야구장에서 ‘치맥’과 함께 함성을 질렀을 테고,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콘서트장에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짧은 주말여행이든, 긴 해외여행이든 훌쩍 떠났을 것이지만, 꼼짝할 수 없는 2년의 ‘가택연금’ 기간 동안 여가의 종류와 범위도 줄어들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대세 여가 유형은 바로 영상 시청이다. 재택근무로 아이들과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모들은 궁여지책으로 OTT(Over The Top, 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독하며 한숨을 돌렸다.

 

콘텐츠 폭식 시대가 열렸다
영상 시청 플랫폼 중의 하나 정도로만 여겨졌던 OTT 시장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만나 급성장했다. 그러던 중 서바이벌 게임에 한국의 전통 놀이를 결합한 ‘넷플릭스’「오징어게임」(감독 황동혁)이 지난해 9월 17일 개봉된 후 무려 52일 동안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넷플릭스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디즈니는 아동용 콘텐츠와 성인 시청자를 겨낭한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을 포함한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국내에 출시했다. 토종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왓챠’, ‘티빙’은 자체 킬러 콘텐츠를 탑재하면서 구독자 유치에 나섰다. 쿠팡에서 출시한 ‘쿠팡플레이’는 론칭 1년 만에 기존 사업자들에 육박하는 점유율에 도달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는 이 시장에서 하나둘 OTT 구독을 늘려가던 개인은 어느덧 소화할 수 없는 분량의 콘텐츠에 포위됐다. 이른바 콘텐츠 폭식 시대에 접어든 것. ‘결정 장애’를 가진 시청자든 아니든, 콘텐츠 시장에서는 OTT 다중구독자(Multiple Subscription)의 구독 OTT 수가 2020년 기준 1.3개에서 2023년에는 2.3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어느덧 문화 소비의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OTT지만,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눈에 띈다. 김숙영 UCLA 교수(연극영화학)는「K-콘텐츠의 ‘오징어발식’ 휘감기」(<방송트렌드&인사이트> vol 29,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에서 “집에서만 장시간 생활하게 된 많은 이들이 문화콘텐츠 동시 소비를 통해 집단사회로의 소속감을 일시적으로 느끼게 됐다. 모두가 이야기하는 세계 1위 드라마를 혼자만 보지 않으면 소외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OTT의 선두주자인 넷플릭스가 순위 데이터를 내부적으로 집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해 2월부터 공개한 것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지적재산권(IP) 확보가 관건”
OTT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콘텐츠 제작 주체의 무게 중심도 이미 이동했다. 최근 방송국 PD들이 OTT 업체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신윤하 스튜디오앤뉴 드라마기획팀장은 지난해 11월 19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열린 ‘OTT 시대 제작환경 변화와 IP 비즈니스 정책’ 세미나에서 “OTT 시대에 드라마 제작사는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OTT형 드라마는 장르적 재미를 기반으로 한 타깃형 드라마라는 특성이 있고, 방송국형 드라마는 다양한 시청자 층을 수용할 수 있는 드라마로, 휴먼, 로맨스, 코미디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는 방송사와 작가가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프로듀서와 제작사를 접촉했다면, 이제는 프로듀서와 제작사가 작가, 감독, 플랫폼을 접촉하는 형태로 변했다. 제작사의 기획 역량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OTT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콘텐츠 산업에서는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Right) 확보가 급선무가 됐다. 이는「오징어게임」 사례에서 확인된다. 넷플릭스는 국내 제작사 싸이런픽쳐스에 제작비로 약 254억 원을 투입했다. 구독료로 수익을 내는 넷플릭스에서 특정 작품이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전 세계 190여 개국 사용자들이「오징어게임」을 시청한 시간을 모두 합치면 14억 시간 이상이고, 넷플릭스가 이를 토대로 산출한 경제적 가치인 ‘임팩트 밸류(Impact Value)’는 약 1조 573억 원에 이른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벌어간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9월 넷플릭스를 상대로 700억 원 규모의 부당이익환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민아 영화평론가는 “OTT가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촉진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영상화하기 쉬운 웹툰부터 호러, 판타지 등 장르문학이 대부분인 웹소설까지 IP를 확보해야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콘텐츠 시장에서 IP 확보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J ENM, 방탄소년단의 하이브가 북미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 이유도 IP의 중요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원천 IP를 확보한 후에야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른 장르로 IP를 확장할 수도 있고, OTT 업체에 IP를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업체들이 세계 각국 콘텐츠 IP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유다.

 

K-콘텐츠의 지속가능한 미래
OTT 전성시대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K-콘텐츠, 이른바 한류의 지속가능성이다. 한류는 2021년 K-시리즈 네이밍으로 급속히 확장됐는데, 실제로 영국 옥스퍼드사전에서도 ‘K-’는 ‘한국과 그 대중문화와 관련된 명사를 만든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드라마「대장금」으로 아시아권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은, 2010년 싸이의 노래「강남스타일」로 북미까지 확장됐다. 2020년대 전후 들어 K-시네마에서는 봉준호 감독의「기생충」과 배우 윤여정의「미나리」가, K-Pop에서는 전 세계 아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BTS가 속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국이 독보적으로 포맷과 생태계를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받는 웹툰 부문에서도 네이버와 다음이 공격적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분야 외에도 한글, 한식을 포함한 K-시리즈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영국의 유력지〈가디언(The Guardian)〉은 언어학습 플랫폼 ‘듀오링고’의 보고서를 인용하며「오징어게임」 이후 이 플랫폼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의 수가 무려 76%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하이브 관련사인 하이브에듀는 자체 커머스 플랫폼인 ‘위버스숍’에서 방탄소년단과 대화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교재도 만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해외에서 운영 중인 세종학당의 지난해 상반기 해외 수강생도 지난해 대비 59% 늘어난 3만4천 명을 기록했다.

 

「대장금」이 쏘아 올렸고,「오징어게임」이 터뜨린 K-콘텐츠는 지금 이 시간에도 다양한 OTT에서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IP 확보를 포함해 K를 대변하는 원천 소스로서의 스토리, 서사와 세계관을 확립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OTT가 K-콘텐츠를 전 세계에 경계 없이 실시간으로 전파하는 지금,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지속가능한 K-콘텐츠의 건전한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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