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은 문을 닫게 된다’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은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반 대학에서도 학사와 석사 과정에 전면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도입하고 있다. 성인학습자, 온라인 교육을 두 축으로 삼았던 방송대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교육적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가? 커버스토리 1면에서는 평생교육, 성인교육의 역사를 일별하고 방송대의 특성과 함께 개인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짚어본다. 2면과 3면에서는 방송대 권영민 교수와 정일영 교수로부터 방송대가 추구해야 할 교육적 가치, 그리고 성인학습자들의 교육적 니즈에 관한 제언을 들었다.
방송대도 영국 OU처럼 다양한
수강학위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생 스스로 선택하는
‘개인 맞춤형’교육으로 진행 중
산업혁명과 ‘안드라고지’
지금이야 흔하게 듣는 단어, ‘성인교육’이나 ‘평생교육’은 대체 언제 시작된 것일까? 사실, 이에 대한 대답을 내기는 쉽지 않다.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면 학자마다의 견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성인교육(adult education)’이라는 단어가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1949년 유네스코 제1차 성인교육국제회의에서다. 이후 유럽, 미주, 호주 등의 국가들에 의해 확산됐다.
성인교육이란 아동 및 청소년이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대개 청소년기에 경제적인 이유 혹은 그 밖의 이유로 학교교육의 혜택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됐던 성인들이다. 그래서 성인 교육은 학령기가 지나 성인이 된 후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교육을 일컬어왔다. 1950년대 이후의 성인교육은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문해교육에 치중됐었다.
이때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의 ‘성인교육’은 문해교육보다 인문교육(liberal arts)을 의미했다. 당시 영국인들에게 성인교육은 지금처럼 문화중산층들의 지적 소비를 위한 인문·교양의 의미는 아니었다. 노동자 계급으로서 ‘비판적 의식화’를 이루기 위한 계몽적 성격이 강했다. 성인교육에 대한 이런 역사적 맥락의 배경은 19세기의 산업혁명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산업혁명을 거친 영국에서는 사회경제문화적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면서 성인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중간계급으로서 노동자들은 교육활동을 통해 기초적인 학습능력을 갖추게 됐지만, 이러한 교육활동으로부터 충족되지 못하는, 지식과 정보에 대한 욕구를 표출하게 된다. 이런 요구들이 모여 1903년 WEA(Workers’ Educational Association)와 같은 단체가 조직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회교육적 성격이 강한 성인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이라는 개념도 나타나게 된다.
평생교육이라는 용어는, 유네스코 성인교육국장이었던 폴 랑그랑(Paul Lengrand, 1910~2003)이 1965년 유네스코 성인교육발전국제위원회에서 논문「영구 교육(education permanente)」을 발표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1970년『평생교육입문』이라는 저서에서 평생교육의 개념을 정의했다. 그는 인구의 증가와 교육의 양적·질적 변화, 직업구조 및 생활 양식의 변화, 여가 증대의 활용, 정치구조 변화와 민주 의식의 증대, 매스컴 발달의 가속화에 따른 정보의 홍수와 가치관의 변화 등을 들어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후 평생교육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면서,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학령기 학생들과의 차이점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성인학습자들은 ①학습의 자기주도성, ②학습자 경험의 중요성, ③경험적 학습방법, ④생활 중심의 학습, ⑤자아 성취에의 지향이라는 다섯 가지 공통된 특징을 나타낸다. 후에 미국의 교육학자 노울스(M. Knowles)는 안드라고지(Andragogy=성인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andros’와 지도하다이끌다의 의미를 지닌 ‘agogos’의 합성어)라는 성인교육론을 제시했다. 페다고지(Pedagogy=peda(어린이))와 다른 방식으로 성인을 위한 교육론, 성인학습을 도와주는 기술로서의 과학으로 안드라고지를 제창한다.
1969년 영국 Open University 개교
60년대 말에 이르러, 영국의 성인교육은 ‘학교 안’에서도 이뤄지게 됐다. 노동당 소속으로 영국 총리를 역임했던 헤롤드 윌슨(James Harold Wilson)이 주도해, 영국은 일하는 성인학습자들을 위해 세계 최초의 원격대학인 ‘Open University(이하 OU)’를 1969년에 개교한다. 이들은 BBC(영국국영방송)의 TV와 라디오를 통해 강의를 송출하고, 우편으로 과제와 교수의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스템을 완비해 1973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OU는 명칭 그대로 ‘오픈’의 가치를 구현해 나가고 있다. 현재 OU는 전 세계인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OpenLearn’이라는 온라인 기반 강의자료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시작 초부터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해 자료를 다운로드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연한 학사 일정을 통해 학사는 보통 3년, 석사는 1년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영국 이외의 40여 개 국가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OU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정은 ‘열린 자격 부여(Open Qualification)’다. 학생 본인이 원하는 수업을 수강하고 학점을 채워 자신만의 학위를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인문사회, 경영·경제, 예술 계열 등의 박사 과정(Ph.D)과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 학위(Professional Doctoral Degree) 과정도 개설돼 있다.
K-OPEN University와 맞춤형 교육
OU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 대부분의 대학이 특수대학원, 평생교육원, 산학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성인학습자에게 문호를 개방한 지 오래다. 또 무크(Mooc)와 같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가 대학의 교육자원을 공유하고 있었다. 다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이런 개방형·개인 선택 맞춤형 교육체제가 더 빨리 확산되고 있을 뿐이다.
아시아에서 첫 번째, 세계에서 두 번째로 1972년에 개교한 방송대도, 지난 50여 년간 소외 계층을 위한 열린 교육으로 교육복지를 실현해 왔다. 대외적으로는 방송대학TV를 통해 방송대 콘텐츠를 제공해 왔으며, 최근에는 ‘유노캠퍼스’ 서비스로 방송대 학적을 보유하지 않은 일반 국민들도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온라인과 모바일 시스템을 개발했다.
대내적으로는, 태블릿으로 기말시험을 치룰 수 있도록 시스템을 도입해 학생들이 시험 일정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오픈’ 했다. 이전에는 1~2학년 3~4학년이 짝이 돼 시험 날짜가 지정됐었다. 그래서 1학년 학생이 2학년 과목을 일반선택으로 지정해 수강하면 시험날짜가 겹쳐 수강에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학과, 다른 학년의 과목을 수강하고도 시험을 치룰 수 있게 됐다.
최근 몇 년간 방송대는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방송통신대법이 통과돼 시행되고 있으며, 신 학과 증설, 로스쿨과 박사과정 설치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방송대도 OU처럼 다양한 수강 및 학위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생 스스로 선택하는 ‘개인 맞춤형’ 교육으로 진행하고 있다. 개인의 삶 속에 자리한 교육-일-여가가 중첩적으로 얽히고설키며 불규칙한 방식으로 변모하는 제4차 산업혁명 속에서 성인학습자의 교육적 니즈를 충족시키고, 학습의 자기주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방송대 ‘OPEN’이 함의하고 있는 교육적 가치를 구현하는 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