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강의가 주축인 방송대 강의에서도 교재는 여전히 중요하다. 이번 학기 교육학과와 사회복지학과의 전공과목인 「학교사회복지론」의 교재『학교사회복지론』의 공저자인 김영빈 교수(교육학과)에게서 이 교재의 의미와 특징을 들었다. 전공 교수와 사회복지사, 졸업선배와 재학생들이 함께 교재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새로운 지식과 이론이 담긴 전공서적들이 출간되지만, 여전히 내 책장에는 학부 때 본 대학교재가 꽂혀있다. 형광펜을 칠해가며 공부한 내용들이 눈에 쏙 들어오고, 교재 옆 빈칸에 받아 적은 설명은 교수님의 음성 그대로 들리는 듯하다. 또 책 귀퉁이에 적어둔 나의 다짐과 계획들을 보며 젊은 날 나의 열정과 다시 만나게 된다. 손때 묻은 교재에는 이렇게 교수님의 목소리, 친구들과의 토론, 그때의 나의 열정이 봉인돼 있다.
처음 방송대에 왔을 때 내가 맡은 강의의 교재를 써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부담스러웠다. 저명한 학자들이 쓴 좋은 책들이 많은데 그중에 고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학계에서 어린 내 이름으로 책을 낸다는 것도 두려웠다. 그러던 중 선배 교수님이 “우리 학교 학생들 중에는 콩나물 값도 아껴가며 공부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교수님이 책을 쓰고 학교에서 출판하면 책값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으니 학생들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요?”라고 말씀하셔서 마음을 바꿨다. 학교방침이 아니었으면 쉽게 도전하지 못했을 전공서적 집필을 이렇게 시작했다.

집필자들이 각자의 챕터를
알아서 쓰는 방식이 아니라
수개월간 스터디하면서
두 학문의 관점을 통합해 어우러진 목소리로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학습자에게 유리한 ‘저자 직강’의 강점
방송대는 강의 담당교수가 대부분 교재를 개발하는데 이것은 다른 대학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말 그대로 방송대 강의는 ‘저자 직강’이 되는 것이다. 교수가 강의 목표와 내용을 계획하고, 그에 맞춰 교재를 집필하고 강의를 한다. 교재를 집필하면서 강의내용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구성하기 때문에 한 학기 강의가 체계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 학생들은 하나의 교재를 따라가면서 강의를 들으니 이해하기 쉽고 효율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교재와 강의내용을 딱 맞추는 것은 중·고등학교의 교과서와 수업의 관계와 비슷하다. 장점도 있지만, 중·고등학교와 달리 대학교육에서는 스스로 자료와 관련 서적을 찾아가며 공부하는 능력도 배워야 한다는 점에서 교재에만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재가 강의와 연관성이 높다는 장점을 잘 활용하되, 대학생답게 보고서를 쓰거나 심화공부를 하기 위해 교재 이외의 참고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읽기를 권한다. 만약 직장이나 가정생활과 병행하며 공부하느라 힘들다면 적어도 학생답게 교재 한 권은 꼭 읽어야 한다. 수강과목 하나에 교재 한 권은 최소한의 기본학습량임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나는 이번 학기에 교육학과와 사회복지학과 전공과목인 「학교사회복지론」의 교재(개정판)를 집필했다. 초판을 쓸 때는 새로운 교과목의 책을 쓰느라 기존에 출간된 책들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았고 내 말인지, 남의 말을 앵무새처럼 옮겨 쓴 것인지 자신 없는 부분도 있었는데, 강의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내용들을 수정 보완할 수 있어서 이번에 출간한 개정판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책이 된 것 같다.
이 과목은 교육학자인 나와 사회복지실천가인 유해숙 원장님(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이 함께 강의하고 교재도 공동집필했다.「학교사회복지론」은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을 위한 사회복지 철학과 실천을 다루는 교과목으로, 교육학과 사회복지학이 통합되는 과목이지만, 다른 대학에서는 이렇게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 대학에 개설된 「학교사회복지론」은 이런 면에서 독보적인 교과목이고, 교재 역시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집필자들이 각자의 챕터를 알아서 쓰는 방식이 아니라 수개월간 스터디하면서 두 학문의 관점을 통합해 어우러진 목소리로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우리 대학에서 교육학과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서강민 동문(방송대사회복지사협회 이사장)이 학생들의 눈높이와 필요에 맞춰 자료수집과 내용 수정을 했다. 교육학자가 고치고, 사회복지학자가 다듬고, 졸업한 선배가 매만져 완성한 책이다.
교재 표지 시안, 학우들 투표로 결정
책이 완성될 즈음, 출판문화원 이현구 편집자가 ‘표지를 학생들의 투표로 정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어, 표지디자이너가 제안한 4개의 시안에 대해 교육학과와 사회복지학과 학생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총 532명이 투표에 참여해 161표(30.3%)를 얻은 시안을 표지로 결정했다. 교과목의 취지답게 교수와 학생, 관계자들이 즐겁게 협동하며 의견을 모아 우리의 책으로 완성할 수 있어 뿌듯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향기를 발견하고 풍성하게 하고, 서로 다른 향기를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다. 학교사회복지는 학교를 경쟁의 공간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 되도록, 학생들에게 연대와 협동을 가르치고 이러한 철학과 실천을 축적하는 학문이다. 이를 위해 교재에서는, 학교와 학생을 바라보는 사회복지 관점을 강조하고, 실천현장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학생들이 학교사회복지 전문가로 활동할 때 적용할 수 있는 경험과 실천방법을 제안하고자 노력했다.
학교사회복지의 관점과 정신이 교재를 통해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면 좋겠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 쏟아낼 학생들의 열정과 다짐이 교재에 더해지며 더욱 값진 책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