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 명저 106선 해제

이청준(李淸俊, 1939~2008)은 흔히 4·19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거론된다. 전라남도 장흥에서 출생해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고 1960년에 서울대 독문과에 입학했으며, 1965년에 단편소설「퇴원」으로〈사상계〉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한다. 그의 세대 다른 작가들에 비해 다소 이른 나이에 삶을 등진 이청준은 내향적이면서도 온유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의 이러한 성격적 요소, 그리고 전남 장흥에서 나서 광주에서 공부한 지역적 특성, 여기에 독문학을 공부한 지적 성장 과정 등은 그의 세대적 특성만큼이나 아주 중요하다. 그는 김승옥, 현기영, 김원일, 조세희, 황석영, 조정래, 박태순 등 1940년 전후 출생 작가 그룹의 맨 앞에 서 있었으며, 이 세대의 작가들이 문학적 주제로 삼은 6·25전쟁, 분단, 좌우익 이념 대립 등으로 특징화되는 한국 현대사의 ‘초극’을 자기 문제의 중심에 두었다고 할 수 있다. 4·19세대 작가의 문제의식이청준 세대 작가들의 삶의 과정을 살펴보면 10세 전후의 나이에 6·25 전쟁을 경험하고 이승만의 자유당 시대에 성장기를 보내고 다시 4·19에서 5·16으로 이어지는 격변 속에서 대학에 다니게 됨을 볼 수 있다. 그들의 20대는 박정희 군사정부와 그 민간복 차림으로의 변화, 한일회담을 통한 국교 ‘정상화’, 베트남전 파병 같은 복잡한 정치사적 과정으로 점철돼 있었다. 그들의 문학은 이러한 정치적, 이념적 체제 문제의 압력 밑에서 그들 각자의 응전적 능력을 시험당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 개진돼 갔다. 이러한 세대의 일원으로서 이청준이 지니고 있었을 법한 정치적 저항감을 잘 보여주는 창작집이 바로『가면의 꿈』(일지사, 1975)이다. 이 창작집의 표제작인 단편소설「가면의 꿈」은 법관인 명식의 일을 그린 것으로, 그는 밤마다 가면을 쓰고 돌아다니는 기이한 습벽을 지닌 인물로 나타난다. 끝내 가면을 쓴 채 투신하고야 만다는 명식의 이야기는 유신체제의 시대적 배경과 어울려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 전문가, 관료 집단의 양심의 문제를 그린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작가 이청준은 이 소설을 통해 정상성과 비정상성으로 구별짓고차별하는 시선의 존재, 이에 기반한 위계적 체제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것은 한국 현대사의 비정상성을 내파하는 담론적 효과를 낳았다고도 할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프로이트의 저작들 가운데 하나인「편집증 환자 슈레버-자서전적 기록에 의한 정신분석」(한국어판 프로이트 전집 11권『늑대인간』에 수록)에 나타나는 슈레버의 경우에 잘 겹쳐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슈레버 박사는 자신은 인류를 구원해야 하는 숭고한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여장을 하게 된다. 하나의 추론이지만 독문학을 전공한 이청준은 프로이트의 이 저작을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며, 이러한 정신분석학적 스타일의 소설들을 우리는「소문의 벽」(〈문학과지성〉, 1971년 여름호)과 같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주인공 박준은 조현병을 앓게 되는 인물로 등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이청준이 한국적 현대사, 그리고 독재체제의 군림 같은 문제들을 다룸에 있어 이념적 도식의 단순화에 빠지지 않으려 했음을 증명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이와 같은 가시적인 문제들을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적 심리와 상흔의 문제로 다루고자 했으며 그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빈번하게 두 겹, 세 겹의 중층적인 구조를 갖는 복잡한 양상을 지니게 된다. 내면적 심리와 겹겹의 중층적 작품 구조바로 이러한 복잡성, 복합성의 중심에 가로놓인 작품이 바로 문제작『당신들의 천국』(1976)이다. 이 작품은 모두 3부에 걸쳐 남해 소록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그려내고 있는데, 여기 등장하는 중요 인물들은 하나같이 내향적일 뿐 아니라 어떤 문제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양상을 보인다. 기필코 나환자들의 복지, 낙원을 건설하겠노라고 자신의 삶을 건 ‘투쟁’을 벌이는 나환자촌 원장 조백헌 대령, 대령의 행위 속에 담긴 은밀한 욕망에 혐의를 두고 집요하게 이를 쫓는 보건과장 이상욱, 일제 강점기부터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령의 행위를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황희백 노인, 그 밖에 한센병 음성 병력자로서 ‘건강인’인 서미연과 결혼하기에 이르는 또 하나의 강박증 환자 윤해원 등등이 바로 그들이다. 여기서 이 작품을 지탱하는 가장 주된 골격은 조백헌과 이상욱의 치열한 정신적 대결 양상이다. 소록도를 나환자들의 낙토로 건설하겠다는 의욕에 불타는 조백헌 대령은 병력자들로 꾸려진 축구팀을 만들기도 하는 등의 노력에 이어 바다를 메워 농토로 만들겠다는 웅대한 간척사업을 벌이기에 이른다. 그는 군에서 예편해 민간인이 돼서도 집념을 버리지 않는데, 이러한 조백헌에게서 이상욱은 일제 때의 일본인 원장 주정수의 그림자를 본다. 주정수 또한 소록도를 복지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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