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알아야 면장’이라는 말에 익숙하다. 원래 ‘면장(面墻)’은 논어에 나오는 구절로 ‘알아야 벽을 마주 보는 듯한 답답함을 면할 수 있다’라는 의미다. 사회에서는 지도층 인사급인 면장(面長 일선행정기관의 장(長))으로 인식돼 ‘알아야 출세한다’라는 정도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지식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 산업화 시대에는 딱히 제한 없이 한번 알면 두고두고 효력이 있다고 여겨졌다. 지금도 여전히 그럴까?
정보화 시대 들어 지식의 유효 주기가 발생했으며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사실을 갈파하며 IT 정보혁명을 가져왔다. 21세기 들어 그도 느리다며 1년에 두 배 발전한다는 ‘황의 법칙’을 국내 기술진이 실현했다. 예전에는 ‘세대(世代) 차이’라는 말이 있었으나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지식의 향상 추세에 빗대어 요즘에는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난다’라고 할 정도다.
이제 ‘알아야 면장’이라던 시대는 지났다. ‘배워야 면장’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어제 배운 지식으로 오늘의 변화된 환경을 제대로 헤쳐나가기 어려우며, 그래도 고집할 경우 퇴보할 수밖에 없다. 배워야 할 분야는 비단 기술과 학문의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 발전은 일반 생활 방식에도 영향을 미쳐서 생활 주변의 변화도 제때 배우지 않으면 가정 내 전자기기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고, 직장에서 IT를 활용한 각종 사무 소프트웨어를 작동하지 못해 남들에 처지게 된다.
그럼에도 배우려는 자세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체면상 이 나이에, 이 지위에 배운다고 나서겠느냐는 이유다. 하지만 사회가 그리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변했으며, 공자님도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 하여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하지 않으셨던가!
바야흐로 평생교육의 시대다. 학창 시절을 벗어나 사회인이 되어도 시(時)도 때도 없이 배우는 결과는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조직 내의 승진이나 자신의 사업 번창에 필요하다는 매우 현실적인 효용 이외에도 배움이 연령별로 주는 효과는 매우 다양하다. 청년 시절에는 사회 적응에 앞서가기 위해, 중년은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그리고 장년은 주변 인물들에 소외되지 않기 위해 배움이 필요하다. 노년의 배움이 상당한 의미가 있는데, 이 시절에는 배움이 여전히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 인생의 의미를 잊지 않게 하며, 나아가 치매에 걸릴 확률도 줄이는 방편이 되기도 하다.
평생교육 시대에 무엇을 배워야 할까? 우선 원하는 취미를 고려하는 게 좋으며, 일반적으로 인문학과 전산을 권하고 싶다. 역사는 공동체의 뿌리를 알게 하고, 사는 이유는 철학이 제공하며 이 어렵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문학이 알려준다. 정보화 기술은 인류생활의 편의를 극대화해 주는데 그 결과를 체험할 수 있는 수단이 전산(컴퓨터)이다.
필자는 정년퇴직 후 학부에 다시 입학했다. 은퇴 후에 할 일을 고민하다 선택한 결정으로 오래 전에 졸업한 전공 분야를 새로이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대학 새내기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다행히 서로 도움을 주며 가까이 지내게 됐다. 체력이 달려서 이해와 암기에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학창 시절처럼 경쟁심을 갖고 대할 일이 아니어서 부담을 덜고 할 수 있었다. 새로운 배움은 기쁨을 선사했으며 4년이 지나 최근에 졸업하게 되면서 마음은 더욱 풍부해진 느낌이 든다.
이제 ‘배워야 면장’이다. “앎은 어제의 일이지만, 오늘 배움은 내일의 양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