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방송대를 지원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우리 아이들과 서로의 버킷리스트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날 나는 아이들에게 두 가지의 버킷리스트를 말했다. 하나는 공부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담배를 끊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버킷리스트는 바쁜 직장 일로 차일피일 한없이 미뤄졌다. 그러다가 직장 생활에서 권태기가 왔을 즈음인 2008년도 말, 우리 아이들과의 약속이 생각나서 서둘러 방송대 입학원서를 작성하게 됐다.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40대 초반의 결단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을 바꾸는, 신나는 대학생활이 시작됐다. 합격통지서를 받고 얼마나 기쁘고 긴장되고 흥분됐던지 남몰래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입학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일을 계기로 최은영 경영학과 학생회장을 만나 서울지역대학 경영학과 학생회 1, 2학년 대표와 3학년 수석부회장을 지내면서 열정적으로 학우들과 교분을 맺었다.
그 시절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늦깎이 학우들과 어려운 여건에서 공부하는 모든 학우들에게 가능한 한 구할 수 있는 자료는 모두 공급해드렸다. 졸업을 향해 서로 도움을 주었던 그 시간들이 정말 보람 있었고, 학생회 임원으로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학생회뿐만 아니라 서울지역대학 경영학과 강서스터디그룹 ‘조약돌’에서 주경야독을 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했던 일도 기억에 새롭다. 선배들 또한 후배 사랑으로 재능기부를 통해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러한 선배들의 헌신과 희생을 보고 배우며 나 역시 동기들을 비롯해 선후배와도 교류를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렇게 열정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졸업한 동문들 중 지극히 소수의 동문만이 동문회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휑하니 뚫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중 전국총동문회 25~26대에서 임원직을 맡게 되면서, 조금씩 동문회의 위상을 체감하게 됐다.
제25대 전국총동문회 행사의 하나였던 ‘남산 한마음 대축제’에서 방송대 동문으로서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며, 제26대 전국총동문회 행사로 진행된 ‘개교 50주년 I LOVE 언택트 마라톤’에서 10km를 동문들과 완주한 것도 뜻깊었다. 특히 이 마라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비대면 방식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방송대 개교 50주년 기념행사였기에, 이 마라톤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스로에 대해 대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방송대에 입학해 졸업한 뒤, 동문회 활동까지 내 인생에서 잘한 것(버킷리스트)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첫 번째는 방송대에 입학해 평생학습을 할 수 있었다는 것, 두 번째는 30년 피워 온 담배를 공부하면서 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또 다른 시작을 하고자 한다. 나의 또 다른 시작의 원동력은 4년의 학부 생활과, 졸업 후에는 동문으로서 빈원영 전 총동문회장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다. 이 시간들이 귀한 밑거름이 되어 내 인생에 가장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25, 26대 전국총동문회 임원과 방송대 동문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간히 꺼내볼 때마다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가슴 깊이 남아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불현듯 팍팍한 요즘 세상에 ‘비교는 지옥, 감사는 천국’이란 말이 생각난다.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