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리말에서 읽는 한국인의 심층

한국 사람은 ‘말’과 ‘말하다’, ‘말씀’과 ‘말씀하다’를 아울러 쓰고 있다. 사람들은 ‘말’을 바탕으로 ‘말하다’를 말하고, ‘말씀’을 바탕으로 ‘말씀하다’를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하다’와 ‘말씀하다’의 바탕이 되는 ‘말’과 ‘말씀’이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잘 알지 못한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말씀’을 “1. 남의 말을 높여 이르는 말. 2. 자기의 말을 낮추어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씀’이라는 하나의 낱말을 가지고서, 어떻게 남을 높이는 일과 자기를 낮추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는 마치 사람들이 밥이라는 하나의 낱말을 가지고서, 남을 높이는 일과 자기를 낮추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남이 먹는 밥을 높여서 말할 때, ‘수라’나 ‘진지’나 ‘식사’와 같은 말을 따로 만들어서 써왔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말씀’의 뜻을 이상하게 풀어놓은 것은 ‘말’과 ‘말씀’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깊이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말씀’의 뜻을 이상하게 풀어놓은 것은 ‘말’과 ‘말씀’이어떻게 같고 다른지 깊이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훈민정음』 서문 첫마디의 의미세종대왕이 지은 『훈민정음』의 서문은 첫마디가 ‘나랏말씀’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까지 누구도 ‘나랏말씀’에 나오는 ‘말씀’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또렷하게 풀어내지 않았다. 이러니 사람들은 ‘나랏말씀’을 줄곧 ‘나랏말’로 풀어왔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말씀’의 뜻을 좇아서 ‘나랏말씀’을 풀어보면, 세종대왕이 명나라의 말을 높이고, 조선의 말을 낮추기 위해서 일부러 ‘나랏말씀’으로 썼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된다고 할 수 있는가.한국 사람은 ‘말’을 소리에 담아서 드러내는 것을 ‘말하다’라고 말하고, ‘말씀’을 소리에 담아서 드러내는 것을 ‘말씀하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는 ‘말’과 ‘말씀’을 소리에 담아서 밖으로 드러냄으로써, 어떤 것에 대한 뜻을 함께 더불어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우리말에서 ‘말’은 ‘말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말이다. ‘말다’는 “~지 말아라”라고 말할 때의 ‘말다’와 “~고 말았다”라고 말할 때의 ‘말다’를 하나로 아우른 것이다. “~지 말아라”에서 ‘말다’는 ‘무엇을 그만두다’의 뜻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임자가 하고 있거나 하려고 하는 무엇을 금안에 두어서 그냥 그대로 있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테면 “너는 움직이지 말아라”라고 말하는 것은 네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려고 하는 것을 그냥 그대로 금안에 두어서, 움직이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고 말았다”에서 ‘말다’는 ‘끝을 보다’의 뜻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일어나고 있는 무엇이 끝장을 보게 됐다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그는 움직이고 말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에게 일어나던 움직이는 일이 끝장을 보게 됐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말에서 ‘말’은 ‘마는 것’으로서, 사람들이 무엇을 어떤 말소리에 담아서, 무엇을 어떤 말소리로 여기는 일이 그냥 그대로 금안에 머물러서, 완전히 끝에 이르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테면 ‘딸기’라는 말은 사람들이 무엇을 ‘딸기’라는 말소리에 담아서, 그렇게 일컫는 일이 그냥 그대로 금안에 머물러서, 완전히 끝맺음에 이르게 됨으로써, ‘딸기’라는 것이 온전하게 하나의 말이 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무엇을 ‘딸기’라는 말로 부르는 일을 누구나 같이 할 수 있다.   우리말에서 입으로 하는 ‘말(言)’은 곡식이나 술과 같은 것의 부피를 헤아리는 ‘말(斗)’과 바탕을 같이 한다. 사람들이 ‘말(斗)’을 가지고서 어떤 것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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