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커피는 얼마나 달콤한지, 천 번의 키스보다 사랑스럽고, 맛 좋은 포도주보다 더 부드러워♬” 바흐의 「커피 칸타타」에 나오는 딸의 아리아를 조수미의 소프라노로 들어본다. 커피를 너무나 좋아하는 딸에게 아버지가 제발 커피 좀 그만 마시라고 하자, 딸은 커피 없이는 살 수 없다며 커피를 예찬하는 노래를 부른다. 300년도 더 전에 태어난 바흐가 얼마나 커피를 좋아했는지 엿볼 수 있다.
내가 커피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 일본 히로시마로 유학을 떠나면서다. 낯선 곳이다 보니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외롭기는 했지만 공부하고 사색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그때부터 내 옆에는 항상 커피가 있었다. 대개는 자판기 커피였다.
당시 한국의 자판기 커피는 설탕과 프림만 선택할 수 있었으나 일본은 국가별, 산지별로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골라 마시는 재미가 쏠쏠했다. 커피와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도쿄 긴자에 있는 ‘카페 파울리스타’에 느긋하게 앉아 감회에 젖은 적이 있다. 1910년에 창업한 이 카페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비틀즈의 존 레논 부부가 사흘을 연달아 다녀가서 화제가 됐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같은 문인들이 단골로 드나들었고, 쟁쟁한 선배 문인들의 대화를 엿듣고 배우려는 문학청년들도 몰려들었다고 한다. 김동인과 주요한 등이 문예지〈창조〉 창간을 위해 고민하고 토론을 벌인 곳이기도 해서 느낌이 남달랐다.
퇴직하면 커피 향이 가득한
나의 공간에서 글도 쓰며
커피를 맛보며 커피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새로운 도전에
나이는 상관없으니까
나는 또 다른 도전을 꿈꾼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방송대 교수가 되고 나서도 커피와의 끈끈한 인연을 이어갔다. 2005년에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로 가서 1년을 보냈다. 밴쿠버에서 커피를 즐기다 마음이 내키면 미국의 시애틀까지 커피 여행을 떠났다. 스타벅스 1호점의 커피를 맛보고 싶어서였다. 1971년 시애틀에서 창립한 커피 왕국 스타벅스의 1호점은 아직도 초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이제는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필수 여행 코스가 됐다.
몇 년 전에 일본 아이치현의 나고야대학에 1년을 머물면서 나의 커피 사랑은 더 뜨거워졌다. 나고야의 카페 문화는 에도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깊다. 나는 아이치현 구석구석을 자전거로 커피 여행을 다녔다. 그런 열정이 어디서 나왔는지 가끔 의아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아이치현의 조그만 시골 마을 카페에서 머리가 허연 70대 할아버지가 타주던 커피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커피 명인으로는 박이추 선생이 떠오른다. 일흔이 넘은 선생은 지금도 커피를 내릴 때면 커피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인다고 한다. 공감하는 바가 크다. 요즘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커피 여행을 다닌다. 커피를 제대로 알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고 커피를 직접 볶기도 한다. 방송대 프라임칼리지는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을 다시 개설할 예정이다. 누구나 커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더 확대되고 있다.
60이 넘어 커피 관련 자격증 3개를 취득한 나는 아직도 커피를 잘 모르지만, 매일 매일이 맛있는 커피로 하루를 신나게 시작한다. 3년 뒤면 나도 퇴직하게 된다. 퇴직하면 커피 향이 가득한 나의 공간에서 글도 쓰며 커피를 맛보며 커피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새로운 도전에 나이는 상관없으니까 나는 또 다른 도전을 꿈꾼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