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현재 경남에서 예술활동을 증명한 예술인은 6천918명이다. 2019년 말 3천641명이었던 등록 예술인이 코로나19 팬데믹 2년 사이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생계와 예술활동 유지에 대한 절박함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작품활동에 대한 지원이나 정부의 창작활동지원금, 예술인 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예술활동 증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해 예술활동 이외 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도 필요한 만큼의 기본소득을 유지할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공공기관에 6개월 파견돼 기관과 협업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예술인파견사업의 공이 컸다. 월 30시간 근무니 개인 작품활동을 하는 데 크게 제약을 받지 않았다. 예술인복지사업이 없었다면 전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경남지역에서 예술인파견사업의 수혜자는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영국은 1946년 왕실헌장을 제정해 세계 최초로 국가기관이 예술을 지원하게 했다. 노동당정부에 의해 시작된 예술인복지사업은 수많은 예술가들을 학교에 파견하는 등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기초예술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영화, 미술, 음악, 행위예술, 출판업 등 영국 문화부가 창조적 산업으로 분류한 13개 분야에서 2000년 약 220조 원의 가치를 창출했고 132만 명의 고용을 이뤘다.
예술은 사회통합과 공동체의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국가가 예술에 개입하는 것은 예술을 의료나 교육과 같은 공공재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이 개념이 도입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김이 나기도 전에 솥뚜껑을 열고 있다는 느낌이다. 문화예술정책의 방향이 최근 다양성, 지역, 공동체, 문화재생으로 옮겨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할 수 있지만, 문화민주주의가 채 정착하기도 전에 문화의 산업화에 치중하는 것을 보면 70년 넘게 거쳐 온 다른 나라의 과정을 속성으로 밟으려는 조바심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지역의 대다수 예술인들이 고민하는 것은 창조적인 산업이 아니라, 예술활동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경남시행계획에 따르면 연간 수입 500만 원 미만 예술인이 전국 56.2%인 반면 경상남도는 70.9%다. 특히 2020년 총예산 대비 문화예술예산이 전국 1.41%인데 경상남도는 0.68%였다.
경상남도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을 통해 공연, 전시, 출판 등 기초예술활동에 지원하는 예산은 국고보조금을 포함해 2017년 13억6천여만 원으로 675건 신청에 347건을 지원했다. 2022년 3월 발표된 신청건수는 1천200건이었고 이 중 370건을 선정했다. 예산은 13억6천여만 원으로 5년 전에 비해 한
푼도 늘지 않았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그나마 1년에 한 번 지원받는 공연과 전시를 3백만 원으로 하라는 것이니 수준 높은 창작활동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역사를 돌아보면 변화는 언제나 주변에서 시작됐다. 주류가 안주할 때 새로움을 추구하며 변화를 선도한 것은 비주류와 지역에서 축적된 사회적 역량이었다. 지역의 예술인들을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