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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80 고개가 앞을 가리고 있다. 지금의 내 나이는 어렸을 적 내 할아버지의 나이보다 더 많다. 그런데도 나이가 많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1981년도에 방송대에 처음 입학했다. 이후 그럭저럭 세월이 흘러 내년이면 방송대 문턱을 밟은 지 40년째를 맞이하게 된다. 


누군가가 “노년의 나이에도 공부가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나는 “마음먹기에 달렸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라고 말하는데, 이럴 때 나의 답변엔 잔득 힘이 들어가고 얼굴엔 화색이 돈다. 그 긍지 하나로 어디를 가더라도 내 가슴에 방송대 배지를 달고 간다. 노년이 되어서도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기 위해서다.


동창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모두 80대의 할아버지들만이 우글거린다. 물론 나도 그 중의 한 명이다. 그렇지만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라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나는 “젊은 방송대 학생들과 한통속이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아니다”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갖고 있다. 젊은 학우들이 나를 보고 형님 아니면 오빠라고 부른다. 내 또래의 동창들이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칭호를 듣고 있으니까 나는 다르다는 것이다. 


정년을 하고 난 노년들은 대체적으로 나이나 취미가 비슷한 노인들끼리만 사귀고 논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이들과 가까이 하기보다 더 멀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약동하는 젊음을 찾아볼 수 없는 노인들 끼리끼리는 서로 닮아 쉽게 늙어간다. 그러기에 젊은 애들이 노인 속에서 놀면 ‘애 늙은이’가 되고 젊은이 속에 노인이 놀면 ‘늙은 젊은이’가 된다는 말도 있다. 나는 젊은 학우들과 지내는 사이니까 몸은 늙지만 마음만은 젊다. 그러니까 당연히 노인이 아닌 젊은이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 그리고 ‘삼대 밭에 쑥’이라는 말도 결국은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는 다는 말이다.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는 그 축복을 한 몸에 받으며 즐기고 있다. 젊어보겠다고 몸부림친 무소불위의 중국 진시황이 평생에 들어보고 싶은 말은 ‘형님, 오빠’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진시황보다 더 나은 호사를 누리고 사는 셈이다. 젊어보겠다고 비싼 약을 사먹는 것보다 방송대 학생이 되는 것이 젊음의 묘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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