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인생 후‘반(反)’전

사람들은 은퇴를

사회생활의 끝(end)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노년기는

어떻게든 버티면되는

단기간의 나머지 삶이 아니다.

무엇을 하며 생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삶의 중요한 시기로

연결(and)해야 한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시대에는 젊어서 목돈을 모으고 은퇴 후엔 여행으로 유유자적 하는 삶을 멋진 노후의 모습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8090세까지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60세에 정년퇴직하고 남은 2030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초고령사회 진입이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고민때문이다. 더군다나 벤치마킹을 할 인생 선배도 별로 없다. 처음으로 초고령사회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40~50대들은 인생 후반부를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린다. 이들을 위해 1면에서는 우리나라 노년의 삶을 들여다보고, 인생 이모작 설계를 위해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2면에서는 당당하고 품위 있는 노년의 삶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현숙 방송대 교수(사회복지학과)에게 들어봤다. 3면에서는 황무지를 개간해 이모작 추수에 한창인 방송대 동문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시급 환산 평균 948, 소외감과 외로움

하루 평균 11시간 20, 13km를 걸어 폐지를 모은 결과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평균 948. 얼마 전 한 지역방송국에서 한달간 10명의 어르신들 리어카에 GPS를 달아 나온 수치다. 경비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70.1(최고령자는 77)이며,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2시간, 실제 근무 시간 대비 평균 시급은 6346원으로 조사됐다(노년알바노조,노년노동자 최저임금 실태조사, 2021).

 

이런 뉴스를 접한 방송대 중문학과의 한 70대 동문은 대부분의 고령 노동자들은 부당한 계약 조건을 알면서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 폐지를 수집하러 다니는 것보다 일자리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고용주들은 고령 노동자들을 불우 이웃정도로 생각해 도와줘야 한다는 입장 때문에 소외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생계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어르신들도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매한가지다. 서울 강북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60대 어르신은 몸이 아픈 것보다 외로움과 소외감이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면서 돈 때문이 아니라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살아 있는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퇴원하면 어떤 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제외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그래서 건강해지고 싶은 의욕이 안 생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40~50대의 노년 공포증

늙어서도 일하고, 다치고, 가난하다로 요약되는 노년의 삶. 외롭고 쓸쓸한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주변에서 자주 본다. 그래서일까? ‘공부 못해서 저 사람처럼 길거리에서 청소하면서 살래?’ 어렸을 적, 성숙하지 못했던 사회 분위기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들었던 요즘 40~50대는 지금 뭐라도 하지 않으면 50~60대에 나도 저 어른처럼 사는 거 아닐까?’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실제로, 40~6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9%은퇴 후를 생각하면 불안하다라고 대답했다. ‘은퇴 후 펼쳐질 제2의 인생을 생각하면 기대된다는 응답자는 23%, 모르겠다는 답변도 28%에 달했다(시니어 소셜벤처 임팩트피플스,중장년층의 은퇴 후 재무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 2020).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법정 정년인 만 60세 이후 근로 의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도 눈길을 끈다. 응답자의 85.2%가 정년 이후에도 일하기를 희망했고, 그중 49.9%기대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으로 대답했다(사람인, 2021). 기대수명이 길어진 만큼, 자신의 생산력도 증가시키고 싶다는 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불안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경제력, 소외감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일 강력한 이유는 바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때문이다. 나이가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우리 사회는 사람을 생산력으로 평가하고 그것이 저하되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비교적 강하다. 그래서 나이 듦을 기능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치부해 버려, 노년의 삶을 잉여로 바라본다. 이런 인식 때문에 현재의 중장년이 노년 포비아에 시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화(老花)’ 위한 가장 효과적인 설계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005년 출간한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생물학자가 전달하는 2020년 초고령사회에서 50세 이후의 삶을 잉여 인생으로 생각하는 대신, 두 개의 인생 체제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2013년 서울시에서는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열어, 50세 이후의 삶에 대한 계획을 도왔다. 많은 시민의 호응을 얻어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너도나도 앞다투어 인생이모작학교와 센터 등을 개관했다.

 

그래서 우리의 노년 포비아는 소멸했는가?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준비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2005년 이후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제정, 기초연금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도입 등 소득과 의료 분야에서 대규모 공공지출을 통해 고령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삶의 질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노년 포비아에서 벗어나려면, 사회적·개인적인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인 정책이나 인식은 개인적인 노력이 모일 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인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측면에서 인생 후반부, 아름답게 늙어가기(老花)를 준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3면에 소개되는 동문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우선 자신의 인식을 점검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퇴를 사회생활의 끝(end)이라 생각하고 소극적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노년기는 어떻게든 버티면되는 단기간의 나머지 삶이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며 생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삶의 중요한 시기로 연결(and)해야 한다. 은퇴를 오히려 일생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시기라 생각하고 이모작을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대에 맞는 지식을 재충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재천 교수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한 강의에서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해도 된다. 새로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익혀 지식의 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날 나에게 할 일이 생길 것이다라고 했다. 시간을 소일거리로 소비하는 것보다 지식에 투자해 누리는 삶의 질과 행복 수준은 다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 땀 흘리는 육체노동은 기계가 대신하게 된다. 이제 인간은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가치는 지식과 경험, 연륜이 녹아들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샤넬 코코는 일흔하나에 세계 패션계의 판도를 바꿨고, 알프레드 히치콕도 예순하나에 세계적인 명작 반열에 오른 영화싸이코를 찍었다. 명의로 유명한 허준도 예순하나에 동의보감을 완성했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반전(反轉)으로 인생 후반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 보인다.

 

 

 


2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1
댓글쓰기
0/300
  • addh***
    좋은 말이네요
    2022-05-04 00:42:47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