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욜로 아닌 ‘짠부’를 꿈꾸다

재테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치솟는 물가에 비해 제자리걸음인 월급, 더 이상 저축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너도나도 재테크에 뛰어드니 홀로 가만히 있다가는 ‘벼락거지’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욜로’에서 ‘짠테크’로 돌아선 젊은층의 이야기를 담았다. 1면에서는 짠테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2030의 이야기, 2면에서는 경제학 관점에서 본 짠테크 현상과요즘 유행하는 짠테크 이모저모에 대해 살펴봤다. 3면에서는 금융감독원 상담사의 재무설계 조언을 담았다.

“28세 김짠부. 20세부터 일을 했지만 26세까지 모은 돈이 없었다. ‘돈을 모아? 왜? 돈은 쓰라고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월급을 받는 족족 다 써버렸다. 그러다 문득 출처를 알 수 없는 공허함과 동시에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SNS에 올라오는 수많은 명품 인증샷에 한없이 작아지는 내 월급. 돈을 버는 어른이 됐는데, 돈을 잘 쓰는 어른이 되진 못했다.”
―출처:유튜브 채널 ‘신한금융투자-알파TV’

갑자기 찾아온 욜로의 후폭풍
‘You Live Only Once(한번 사는 인생, 맘껏 쓰고 즐기자)’의 줄임말인 욜로(YOLO)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서서히 돌아서는 현상이 요즘 부쩍 관찰된다. ‘김짠부’처럼 유튜브에는 욜로를 떠나 과감히 소비 체질을 개선했다고 선언한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짠부란 짠돌이 부자의 줄임말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재테크에 힘을 쏟는 일명 짠테크를 하는 사람들이다.


욜로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상대적이지만, 대표적인 행위들은 몇 가지 있다. 손·발톱 치장에 수십만 원을 쏟아붓고, 한정판 명품 구매를 위해 백화점 오픈런(점포 개장시간에 맞춰 대기하다 입장)까지 감행, 분기에 한 번은 호캉스(호텔+바캉스)로 기분을 내주는 모습을 흔히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젊은이들이 마냥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어느 순간 ‘현실은 시궁창인데, 잠깐의 행복을 위해 지금껏 내가 너무 생각 없이 돈을 썼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친다. 젊은층이 느끼는 이 환멸감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타고 널리 퍼졌다. 애초에 욜로가 SNS을 타고 유행했듯이 ‘욜로의 후폭풍’인 짠테크 또한 금방 트렌드가 됐다.

학우들 “주식 안 할 수가 없어요”
방송대 학우들로부터 과거 욜로 트렌드와 최근의 짠테크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취재에 응한 세 명의 학우는 모두 과거 욜로족인 적은 없었으며, 예나 지금이나 돈을 아껴 쓰는 편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들도 젊은이들의 욜로에서 짠테크로의 분위기 전환을 감지했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학우들은 욜로를 하는 것도, 짠테크로 밀려난 것도 모두 ‘터무니없이 높은 집값’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30대 오승아 학우(유아교육과 2)는 “아주 옛날엔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집을 사고 결혼하는 표준화된 모습이 있었는데, 이젠 월급쟁이로 살아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보니 투자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며 “그래서 아껴 쓰고, 재테크에 대해 전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20대 홍민화 학우(컴퓨터과학과 4)는 “지금은 스터디 하기 전에 밥이나 커피만 사먹는 정도”라며 “집 한 채가 있다면 나도 생활비를 여유롭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짠테크가 꼭 2030 세대만의 전유물은 아닐 수도 있다. 40대 강윤경 학우(청소년교육과 4)도 “20~30대 때 친구들을 만나면 재테크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확실히 지금은 재테크, 세금 아끼는 법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걸 보니 지금 우리 세대도 확실히 짠테크의 세대가 된 것 같다”라고 귀띔하기 때문. 하지만 강 학우는 “그런데 생각해보면 현재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나이인 것도 맞다”며 “집을 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고, 나의 행복을 집이 아닌 현재에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가까운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도 짠테크가 활용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재테크를 실천할까? 이들 모두는 공통적으로 많든 적든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고, 매일 아침 주식 창을 확인할 정도라고 답했다.


오승아 학우는 “재테크를 적극적으로 하진 않지만, 주식엔 돈을 조금 넣고 있고 요즘엔 금 투자가 안정적이라 해서 관심을 두고 있다”며 “주위에서 보면 주식뿐 아니라 코인(암호화폐의 일종), NFT(가상자산의 진품 인증서) 거래도 하는 걸 많이 봤다”라고 설명했다. 홍민화 학우는 “한 달 용돈 30만원으로 생활하는데, 주식의 경우 소형주 5개를 사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는 정도로 하고 있다”며 “주변에도 주식을 하는 사람이 엄청 늘었다”라고 맞장구쳤다. 강윤경 학우는 “전문적인 재테크 지식은 없지만, TV를 켜면 꼭 경제뉴스 채널을 챙겨 본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수입의 10~15% 정도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젠 매일 아침 주가가 떨어졌는지 안 떨어졌는지 어쩔 수 없이 보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짠테크에 서려 있는 욜로의 욕망
욜로의 반대급부로 나타난 짠테크 현상은 언어적 관점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단어의 유행을 생각해보면 ‘웰빙-힐링-워라밸-욜로-짠테크(짠부)’ 순이다. 먼저 2000년대 초반엔 돈을 좀더 지불하더라도 건강을 생각한 소비를 하는 일명 ‘웰빙’이란 단어가 유행이었다. 곧이어, 소비의 부담감은 살짝 내려놓고 영혼 자체를 치유하기 위한 삶을 뜻하는 ‘힐링’이란 키워드가 떠올랐다. 2016년경, 하루의 절반 이상을 업무로 날려 보내기보단 스스로를 돌보기 위한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란 단어가 생겨나 아직까지도 널리 쓰인다.


1920년대 광란의 뉴욕을 배경으로 물질적 성장과 욕망의 문제를 다룬 『위대한 개츠비』를 깊게 분석했던 신현욱 방송대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웰빙과 힐링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지 생각해봤는데 웰빙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나머지 사람들은 힐링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욜로도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던 것”이라며 “그래서 짠부까지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 교수는 짠테크에 매료된 젊은이들을 가리켜 역설적이게도 아직 건강한 욕구를 갖고 있는 집단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짠부란 못 먹어가면서 종잣돈을 만들어 또 다른 성공 단계로 넘어가길 원하는 2030 세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면서, “한편으론 그동안 사람들이 돈의 중요성 몰랐고, 심지어 경시해왔는데 이제는 노동으로 피땀 흘려 모은 엑기스라는 점을 인식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의 말처럼 재테크의 중요성을 인식한 2030 세대의 특징은 실제로 ‘파이어족’ 지표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파이어족이란 일찍이 30~49세 사이에 경제적 자유를 이룩한 사람들을 뜻한다. 신한은행이 지난 4월 발간한 「2022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응답자 중에선 1.4%만이 파이어족이 가능하다고 답한 반면, 2030 세대는 6.4%가 파이어족 시기에 은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2030 세대가 보여주는 짠테크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젊은층이 선택한 ‘각자도생’의 한 해법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이들이 실천하고 있는 ‘짠부’의 길은 여러 가지로 시사적이다. 스스로 자기 모색의 방편을 취했으며, 과시적 소비가 아니라 내일을 위한 만족지연이라는 집단 지혜가 발동됐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젊은층의 짠테크에서 제도교육이 놓치고 있는 점은 없는지 되물을 때다. 경제에 대한, 금융에 대한, 더더욱 미래에 대한 지식의 갱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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