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장애인 이동권

원격교육 특성상 방송대는 장애학생이  많이 등록하는 대학이다. 2022학년도 1학기 기준 476명의 장애학생이 등록했다(중증 233명, 경증 243명). 방송대는 장애학생을 위해 어떤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 지역대학 접근성에서부터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위해 방송대는 △장애학생지원센터(지역대학 포함) △중앙도서관 △디지털미디어센터가 ‘삼각 편대’를 이뤄 장애인 학생의 학습 결손을 방지하고 있다. 이들의 협업 체제를 알아보고 개선 제안까지 들어봤다.

‘첨단곰두리 장학금’ 등록금 85% 감면
“저는 4급 그러니까 경증장애인으로 등록돼 있는데요. 나라에서는 지하철 무료승차, 장애인 주차장 이용 정도의 편의를 제공해줘요. 그런데 방송대에서는 등록금 감면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학생회에서 봉사하며 받는 임원 장학금까지 생각하면, 저는 돈을 벌면서 공부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학교가 너무 좋아요.”

 

지난해 방송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실용영어학과에 입학한 방희갑 원우는 방송대에서 제공하는 장애학생 등록금 감면 혜택에 대해 거듭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학부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늘어난 공부량에 매주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경제적인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게 해준 학교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공부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방송대에는 장애학생을 위한 ‘첨단곰두리’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선발정원에 포함된 장애학생의 경우 수업료 85%를 감면한다. 학비감면신청서와 장애인증명서(또는 장애인 복지카드 사본)만 제출하면 될 정도로 절차도 간소하다.

 

장애학생을 위한 방송대의 학습 지원은 여러 부처가 관여하고 있지만, 학생과·중앙도서관·DMC가 삼각 편대를 이뤄 협업한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학생과는 매년 3~4월 장애학생특별지원위원회를 열어 장애학생 지원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먼저 학생과에서 매 학기 장애학생 등록현황을 파악한다. 전국 지역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등록한 장애학생 명단이 전산으로 학생과에 연동되는 형태다. 직접적인 지원 예를 들면, 장애학생에게 학습 보조기기를 지원하거나, 과제물 작성·시험 응시 시 지원이 필요할 때 지역대학에서 도움을 주거나, 장애학생 교육지원인력 신청 공지를 하는 방식이다.

 

시각장애인용 점자 교재·오디오북,
청각장애인용 강의 자막 서비스
또한 학생과는 장애학생이 원격수업에 어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학습매체를 지원한다. 여기에 시각장애학생용 학습매체 지원은 중앙도서관이, 청각장애학생용 학습매체 제작은 DMC가 담당한다. 우선 중앙도서관은 교재 지원이 주 업무다. 학생과에서 제공한 장애학생 명단(수강 신청 과목 포함) 중 시각장애 수강등록생에게 전화를 걸어 수강 과목 중 점자 또는 오디오북으로 필요한 교재가 있는지를 파악한다. 파악된 과목을 추려 국립장애인도서관에 공문을 발송하고, 제작된 점자 교재 또는 오디오북을 장애학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해준다(지난해 교재 신규제작 의뢰 건수는 80건). 분량이 꽤 많아서, 보통 근로장학생 2명, 사회봉사자·자원봉사자 10명 내외가 매 학기 시각장애학생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한기쁨 중앙도서관 정보운영팀 주무관은 “장애 정도에 따라 필요로 하는 학습 매체가 달라요. 글자 크기를 최대한 키우면 학습이 가능한 학생도 있고, 전자 점자 교재나 오디오 변환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학생도 있어서, 모두 통화하면서 케이스별로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는 ‘학습상담’을 겸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DMC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강의에 자막을 입히는 작업을 전담하고 있다. 장애학생이 요청한 과목에 대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돌려 초벌 자막을 뽑아낸다. 정확도가 100%가 아니기 때문에, DMC 직원 또는 속기사를 투입해 2차로 자막의 완성도를 높인다. 2021년 기준 자막 제공 과목은 총 774개 과목 중 522개(70.1%)다. 곽연서 DMC 플랫폼 운영팀 직원은 “예산 관계상 모든 강의에 자막을 제공하기는 어렵고, 속기사 외주 비용이 높기 때문에 자체 음성학습 자막 생성 시스템을 활용하고, 후보정 형태로 자막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송대의 장애학생을 위한 사업들은 해를 거듭하며 진화해왔다(상단 표 참조). 수십 년간 장애학생 지원 사업을 추진한 결과 2020년에는 교육부 주관 ‘장애학습지원사업 대학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학생과에서는 지난해 추가 확보한 예산으로 △5HD 휴대용 확대기 △문자통역 태블릿PC 등 원격수업 지원용 보조공학기기를 구비해 학생 수요에 따른 맞춤형 학습지원을 강화하도록 지원했다. 올해 역시 지원인력 및 보조기기 사업비를 교부 받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금만 관심 갖고 서로 도울 수 있다면
학교는 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장애학생은 여전히 목마르다. 지난해 우수성적 장학생으로 졸업한 이충기 동문(통계·데이터학과 졸)은 목 아래로는 감각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중증장애인이다. 우울증, 대인기피증을 극복하고 방송대에서 공부하던 그는 장애학생을 위해 학교가 신경 써줬으면 하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출석수업이나 시험, 스터디 모임으로 학교에 가면 장애인 책상이 있긴 한데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휠체어 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높낮이가 조절되는 책상이 필요한데, 여유분이 많이 없는 것 같았어요. 또 건물마다 장애인 화장실이 다 있지만, 매 층에 있는 게 아니라 시험 보는 중에 다른 층까지 내려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부족한 부분은 대필자를 스스로 구해야 하는 부분이었어요. 시험을 보거나 출석수업에서 필기를 할 때 도와줄 사람을 학교에서 매칭해줄 수 있다면 더욱 장애학생 친화적인 방송대가 되지 않을까요?”

 

중앙도서관장 재직 시절 점자책 도입, 장애학생 장학금 혜택 제공, 장애인학생지도위원회 봉사 등 오랫동안 장애학생 권익을 위해 뛰어온 이경수 방송대 교수(일본학과)는 지체장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신적 장애가 있는 학생들까지 방송대가 보듬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신체적인 불편은 보조 도구를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 어려운 학생에 대한 지원책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 교수는 성격적이나 환경적인 이유로 장애를 드러내지 않는 학생에 대해서도 지역대학과 학생들이 먼저 한 걸음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랐다. “2001년쯤이었습니다. 일본 유학도 다녀온 우수한 학생이었는데 사고로 시력을 잃었어요. 방송대에 편입했는데 수강 신청하기도 시험 보기도 어렵잖아요. 이 학생을 곁에서 도와주는 학생이 있더라고요. 자발적으로요. 비장애인인 자신보다 일본어를 더 잘하니 배우기도 하면서요.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고 방송대가 장애학생에게 좋은 학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주변에 장애학생이 있다면, 지역대학이든 교수든 학생이든 조금만 관심 갖고 이야기를 들어주면 더 발전할 거 같아요.”

 

전담 인력 상주 장애학생지원센터 필요
현재 방송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학생과 소관이다. 하지만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를 전공한 전담인력이 배치된 것이 아니라 직원 한 명의 추가 업무로 배정돼 있는 것이 현실. 학생과에서 장애학생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혜진 주무관의 말이 무겁게 다가왔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업무를 맡으면서 학생 문의가 있을 때면 잘 해드려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앞서더라고요. 학사운영과에서 시험 관련 업무도 협조해주고, 지역대학에서도 잘 응대해주니 감사하죠. 다만, 장애학생이 제일 쉽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방송대인데, 이를 전담하는 전문인력이 배치된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없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저보다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분이 상시 운영하는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설치된다면, 분명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장애학생을 위한 최적의 학습 환경을 강조하는 김영애 교수(사회복지학과) 역시 같은 점을 지적한다. “교육부의 장애학생지원사업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타 사이버대의 경우, 특수교육 등을 전공한 전담 직원이 상주해요. 선제적으로 대응한 거죠. 모든 강의에 자막이 제공되는 등 장애유형별로 맞춤형 학습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장애인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서 입학생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전담 직원이 있으면 장애학생들에게 최적의 학습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여건이 만들어지는 거죠. 평가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방송대가 미래를 위해 한 발 더 나가는 자세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장애학생 친화적인 학습 환경 구축에 힘써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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