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개설된 방송대 대학원은 원격교육의 중심 대학인 방송대에서 새로운 위상을 모색할 시점에 섰다. 석사과정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학원 체제다 보니, 박사과정 연계 없이는 뚜렷한 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도 최근 SCIE Q1급 유수의 국제 저널에 방송대 대학원 동문들의 논문이 잇따라 실려 화제다. 마침 새로 대학원장에 취임한 정민승 교수(교육학과)도 ‘대학원 발전’에 적극 공감하고 나섰다. 이에 방송대 대학원의 현황과 과제를 짚었다.
방송대 대학원 이러닝학과와 정보과학과를 각각 졸업한 백성범 동문과 황우섭 동문이 지난달 잇따라 SCIE Q1급 논문을 출간했다. 백 동문은 <Mathematics>지에 「CAC: A Learning Context Recognition Model Based on AI for Handwritten Mathematical Symbols in e-Learning Systems」을, 황 동문은 <Human-centric Computing and Information Sciences(HCIS)> (이하 ‘HCIS’)지에 「Web Session Hijacking Defense Technique Using User Information」을 각각 발표했다.
이들은 각각 이러닝학과와 정보과학과를 졸업한 뒤에도 지도교수인 손진곤 교수(학부 컴퓨터과학과, 대학원 정보과학과) 연구실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 그 결과물로 이번에 유수한 국제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
백 동문은 “3년 전 해외에 거주하면서도 방송대 대학원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고, 이렇게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며 얻은 작은 영감이 논문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라고 말하면서, 지도교수인 손진곤 교수와 학과 교수들, 원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백 동문의 논문은 이러닝 시스템에서 손으로 작성한 수학식을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해 인식할 수 있는 모델을 소개했으며, 황 동문의 논문은 정보보안 분야에서 웹 세션 하이재킹 공격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자 정보를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을 제안했다.

대학원 재학생 89.2%가 주변에
방송대 대학원 진학 권유하겠다고 응답
대학원 평가, 좋은 논문이 척도 될 수 있어
‘논문 써서 졸업하겠다’는 분위기 필요
Q1급 저널 논문 출간의 의미
백 동문의 논문을 게재한<Mathematics>는 피인용지수(Impact Factor; IF)가 2.258로, ‘수학’ 분야 세계 상위 7%에 속하는 Q1급 국제 논문지로 정평이 나 있다. 황 동문의 논문을 실은 <HCIS> 또한 피인용지수 5.900에, ‘컴퓨터과학, 정보시스템’ 분야 세계 상위 15%에 속하는 Q1급 국제 논문지다.
두 동문의 논문을 지도한 손진곤 교수는 “시설이나 환경, 교수들의 출신 대학 등으로도 대학이나 대학원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대학원에서 얼마나 좋은 논문을 내놓고 있느냐로 평가한다면, 이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하고 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사실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많은 대학원들이 박사학위논문 심사 자격을 이 Q1, Q2급 저널과 연계하고 있다. 예컨대, 고려대 컴퓨터학과 박사과정은 Q1 논문지 또는 일반 SCIE 논문지에 2편의 논문을 게재해야 박사학위논문을 심사받을 수 있다. 동국대 인공지능학과 박사과정의 경우는 Q2 논문지에 논문을 게재해야 박사학위논문을 심사받을 수 있게 된다. 박사과정이 없는 방송대 대학원에서도 SCIE Q1급 저널에 논문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적이다.
이외에도 농업생명과학과를 비롯해 실용중국어학과, 일본언어문화학과, 평생교육학과 등에서 꾸준히 SCIE, KCI 논문들이 출간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대학원 이러닝학과 장민제 학사조교는 Q1급 저널에 논문이 게재된 배경을 ‘학점 졸업보다 논문 졸업 중시’ 분위기에서 찾는다. “2008년 개설된 이후 이러닝학과에서는 논문을 쓰고 졸업한 원우들이 100여 명에 이른다. 학과 교수님들이 논문을 많이 권장하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나도 논문을 써서 졸업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거 같다.”
실제로 백성범 동문도 “우리 대학원에 ACT LAB과 같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구체적인 지도를 받으며 자신의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연구의 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한다.
그렇지만 이게 대학원의 전반적인 분위기라고는 할 수 없다. A 원우는 “아무래도 일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처음엔 제대로 논문을 써서 졸업해보자 마음먹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학점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라고 털어놓았다.
현재 방송대 대학원은 19개 학과와 경영대학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원 전담 교수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대학원을 운영하는 학과의 교수들이 추가 업무로 투입되는 실정이다. 결국 교수의 개인적인 헌신과 노력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도 문제다.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대학원생들과 머리를 맞댔던 손진곤 교수는 “보상을 바라고 그렇게 했다면 할 수 없었을 거다. 다른 성실하신 교수님들께서도 그렇게 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추후 박사과정을 개설, 지금의 인력으로 교수님들에게 지도해달라고는 한다면 그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한다. 학자로서의 자긍심 못지않게 현실적인 교수풀을 가동해야 하다는 뜻이다.
박사과정 연계 없이 발전 가능?
박사과정을 연계하지 않고 석사과정만 운영하는 지금 시스템으로는 더 발전하기 어려울까? SCIE Q1급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동문들이 나오는 현 상황을 보면 ‘희망회로’를 돌려볼 만하다. 아프리카·불어권언어문화학과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이 학과 재학생들은 수업 내용(4.83), 매체강의 방식(4.67), 교수님과의 관계(4.75), 튜터와의 관계(4.67), 진로 및 취업지도(4.00), 졸업논문지도(4.67) 등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5점 척도. 원격교육연구소, 「2021학년도 방송대 대학원 재학생 실태조사」, 과제책임자 이은경). 심지영 교수는 이에 대해 “어느 대학, 대학원에도 없는 ‘불어권 아프리카’라는 특화된 커리큘럼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 “학과 교수들이 대학원생이 참여할 수 있는 스터디를 각자 하나씩 운영하고 있다”라고 귀띔한다.
이들은 졸업논문 지도도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줌으로 빼놓지 않고 한다. 지방이나 해외에 거주하는 원우들도 접속해서 꾸준히 정기적으로 논문지도를 받을 수 있다. 원격이긴 하지만, 언제든지 지도교수와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원우들에게 큰 지지가 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다들 석사과정만 운영하고 있는 현실을 아쉬워한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하는 원우들도 박사과정이 없어 아쉽다는 의견을 자주 내놓고 있다. 심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우수한 석사 졸업생에게 박사과정을 통해 학업을 계속할 기회를 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방송대 대학원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라고 덧붙였다.
「2021학년도 방송대 대학원 재학생 실태조사」에서 재학생들의 89.2%가 주변 사람들에게 방송대 대학원을 권유하겠다고 응답했다. 방송대 대학원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후학 양성에 의미를 두는 학자의 자긍심을 강조한 손진곤 교수의 지적도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우리 대학원에서 SCI급 논문이 나오고, 어디서 외국 교수가 와서 강의도 하고 그렇게 해서 자꾸만 대학원 이름이 알려지면, 저절로 학부도 좋아질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논문 잘 쓰는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는 그런 무언의 합의가 있다면, 우리 대학원은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 논문보기
- http://hcisj.com/articles/?HCIS202212016
- https://www.mdpi.com/2227-7390/10/8/12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