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물성의 사유로 읽어낸 역사 속의 여성

 어느 날 가뭄을 해소하는  비가 내리자 세상을 희망의 노란색으로 덮었다.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의 생명력은 할례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과 살인으로부터 소녀들과 여성을 지키는 구원이 됐다.  “나는 그 순간에 무슨 말이든 해야만 했다. 알라 신 앞에서 우린 모두 평등하다고. 여자든 남자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우리는 가부장주의에 대항해 싸워야 하고 우리에게 채워진 족쇄를 끊어야 한다고. 어떤 자들에게는 모든 것을 주고 다른 자들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이 운명은 아니라고. 그것이 알라 신의 뜻일 리가 없다고.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우리가 세상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을 카스트, 종교, 사회계급, 피부 색깔 등 여러 범주에 따라 분류한다. 심지어 성별에 따라서도 말이다. 오로지 인간만이 그 짓을 한다.”  (와리스 디리,『엄마에게 쓰는 편지』중에서)폭력과 굶주림을 뚫고 달리다1965년,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소말리아 유목민 씨족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와리스 디리(Waris Dirie)이다. 12명의 자녀 중에 한 아이였다. 시간의 개념을 우기와 건기로 분류하는 탓에 부모는 아이의 생일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특별한 여자아이에게 어머니는 와리스라는 이름을 주었다. ‘사막의 꽃’이라는 뜻이다. 아이는 5세에 ‘여성할례’를 받았다. 언니 두 명과 사촌언니 한 명이 이 성기훼손으로 죽었지만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아이는 덤불처럼 강인했다. 어릴 때부터 혼자 염소를 쳤고 하이에나 떼와 마주쳐도 무서워하기는커녕 기싸움을 하면서 쫓아냈다.  와리스는 관습에 따라 13세 때 낙타 다섯 마리에 팔려 60대 노인과 결혼하게 되자 집에서 도망쳤다. 며칠 동안 맨발로 사막을 달려 지쳐 쓰러졌을 때 코앞에서 사자가 킁킁거리는 소리에 깨어났다. 다행히 사자는 사라졌다. 사자가 보아도 와리스가 너무 말라서 간식거리도 안 된다고 생각한 듯 했다. 그녀는 모가디슈에 사는 외할머니와 외삼촌과 이모들을 찾았다. 와리스의 아버지는 다로드 씨족 사람으로 사막에서 낙타와 염소를 키우는 유목민이고, 어머니는 정착생활을 하는 부유한 씨족인 하위예 씨족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반해 집안의 반대를 뚫고 도망쳐 결혼했다. 외가 식구들은 소말리아의 지식층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가족도 있었다. 외삼촌과 이모 집을 전전하던 와리스는 런던주재 소말리아 대사로 부임하게 된 이모부를 따라 영국으로 가는 탈출구를 찾는다. 매정한 이모는 와리스를 철저하게 대사관저의 가정부로 채용했다. 빠듯한 하루의 일과 속에서 혹독한 노동을 감당해야 했다. 박봉에 고된 노동을 하던 와리스는 어느 날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생리가 시작된 것이다. 이슬람의 여성할례는 집시여인에 의해 행해지는데, 불결한 도구로 풀숲에서 시행된다. 부러진 면도날 등 무엇이든 뾰족한 것으로 성기를 절단하고 아카시아 나무 가시로 구멍 뚫어 실로 봉합하는 방식이다. 소독이나 마취 같은 것은 없다. 여성의 순결을 확보하기 위해 성냥개비 구멍만한 틈만 남긴다. 그 구멍으로 소변을 보거나 생리혈을 내보내니 고통이 극심하다. 이슬람의 관습은 여성할례를 하지 않은 여성을 불결하게 여겨 신부로 맞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매년 300만 명의 소녀가 이 관습에 의해 희생된다. 아프리카에 살든 유럽이나 미국에 살든 마찬가지다. 와리스 또한 이 관습에 의해 어린 나이에 끔찍한 일을 당했고 그 부작용으로 소변조차 보기 힘든 날을 지냈다. 본격적으로 생리가 시작될 무렵에는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소말리아에 있을 때는 이 고통을 잊으려고 열흘 넘게 모래구덩이에 하반신을 파묻고 지냈다. 이후 그녀는 런던에서 성기재건수술을 받았지만 극심한 생리통은 평생 그녀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우기를 맞아 피어나는 꽃이모부가 4년간의 대사 임기를 마치고 소말리아로 귀국할 때 와리스는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모가족은 어떤 도움도 남겨두지 않은 채 와리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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