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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 얼굴도 모른다. 어려운 살림을 꾸려 가시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고 공부하다 보니 모든 게 여유롭지가 못했다. 중학교는 입학했으나 새롭게 대하게 된 영어와 수준이 확 높아진 수학에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할 무렵, 등록금 문제로 어머니와 학교 사이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학업을 포기하는 길밖에 없었다.

 

학업을 포기하고 수십 년이 흐른 어느 날, 아는 지인이 중학교 검정고시 기출문제를 열심히 보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아니, 나이도 적지 않은 분이 학업에 빠져 있는데,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나는 화들짝 나 자신을 깨웠다. 그렇게 해서 검정고시에 도전하게 됐다.

 

시험과목들 중 가장 취약한 과목이 수학이어서 학원의 힘을 빌려야 했다.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중학교 기출문제를 뽑아내고 또 인터넷에서도 기출문제집을 구입했다. 아주 오랜 세월 잊고 있던 수학 공식은 참으로 어렵고도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나이인 만큼 어제 배운 수학 공식도 오늘은 머릿속에 없다. 하지만 1년이란 세월을 투자해 보자. 1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제 기출문제들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확신이 섰다.

 

2018년, 초등학교 졸업장을 들고 교육청으로 달려갔다. 4월에 치러지는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응시원서를 접수하러 가는 발길은 가볍고 기뻤다. 그 벅찬 가슴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합격자 발표에 나의 수험번호 200038이 당당히 있었다. 하늘을 날 것 같았다. 곧바로 8월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준비에 들어갔다.

 

고졸검정고시 합격자 발표일, 나는 진료차 울산대병원에 있었다. 합격여부가 너무 궁금해 창구직원에게 정중히 부탁해 합격여부를 확인했다. “합격인데요.” 나는 다시 한 번 확인을 부탁했다. “수험번호 300090 합격입니다.” 창구직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야~호를 외쳤다. 병원 안의 모든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나는 64세의 나이도 잊은 채 거리낌 없이 그 기쁨을 표현했다.

 

나도 이제 학력에 대한 부끄러움은 내 몸속에서 뽑아내 버려야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학 물을 한번 먹어 봐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 방송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에 재학하고 있다.

 

검정고시로 꿈을 이뤄왔으니, 이제는 방송대를 통해 그 꿈을 더 확장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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