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장학금을 ‘묻다’

한방울 장학금을 받은 한 학우가

울산지역대학 발전위해

사용되길 바란다면서 기부

 

이를 본 총학생회 임원들이

기부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장학금 기부 릴레이이어져

 

사회복지 분야 공무원으로 20여 년 넘게 일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사회제도와 지원으로 다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이라는 것을. 이런 생각이 들어 방송대에 입학했다.

 

사실 방송대는 없어서 못 살았던 베이비붐 전후 세대들이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공부하는 학교라는 이미지가 컸다. 하지만 울산광역시에 있는 대학에 농학과는 방송대가 유일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편입을 할 수도 있었지만, 제대로 해보자는 결심에 1학년으로 입학했다.

 

산림치유지도사같은 자격증을 취득해 업무 능력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신용일 선배를 만나면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공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학생회 활동이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

 

대학이란 머리에 지식만을 주입해 서열을 만들고, 스펙만을 위해 경쟁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순수한 열정을 바탕으로 학문을 탐구하고 이를 진정한 지식으로 변화시키고, 개인의 발전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우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지혜를 쌓고, 나아가 우리가 몸담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누가 이런 말을 하지? 그는 바로 울산지역대학 제31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중어중문학과 신용일 선배였다. 신 선배는 집안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에도, 이른바 우골(牛骨)에도 진학하지 못했다. 대학을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하지만, 가난했던 1960~70년대 소 팔아서 등록금을 낸다는 의미로 대학을 우골탑이라 불렀다고 한다. 검정고시를 거쳐 방송대 중문학과에 진학한 신 선배는 졸업한 뒤에도 끊임없이 노력해 지난 2020년에 동아대에서 국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에도 신 선배는 어려운 형편으로 서러운 청소년기를 보냈던 자신의 과거를 잊지 못해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한국방송통신대 울산지역대학 봉사동아리의 앞 글자만을 모아 한방울 봉사동아리를 조직하는 데도 앞장섰다. 지난 15년간 울산의 다문화가정을 돕기 위해 진행된 다양한 봉사활동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졸업한 뒤에도 지속해서 활동하기 위해 사단법인 한방울이라는 사회복지사업 법인을 설립해 봉사와 장학금 수여 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 울산지역대학 총학생회 출범식이 열리던 날, 가슴 뭉클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방울 장학금을 받은 한 학우님이 이 장학금을 개인적으로 쓸 수도 있지만, 울산지역대학 발전을 위해 사용되길 바란다면서, 본인이 받은 장학금 35만 원에 15만 원을 보태 총 50만 원을 총학생회에 기부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총학생회 임원들도 장학금 기부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장학금 기부 릴레이가 이어졌다. 신 선배가 만든 나비효과였다.

 

방송대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이어가지 못한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대부분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임을 알 수 있었다. 이는 해당 학과 학우들 중에 누군가 앞장서 솔선수범하는 분들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다. 어떤 모범적인 학과의 클래스에서는 학년 대표를 중심으로 임원들이 저마다 솔선수범해 스터디 활동 등 다양한 학생회 활동을 통해 학과 분위기를 즐겁고 활기차게 변모시키고 있다.

 

이렇게 학생회가 발전해야 학생이 떠나지 않고, 학교도 발전한다. 나는 등록금이 저렴한 만큼, 학생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장학금(혹은 다른 지원)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신 선배의 나비효과가 계속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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