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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떠나보내고 방송대 공부를 하면서 생활의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런데 회를 뜨면서 손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젓가락질 할 때 아둔함 마저 들었다. 서울아산병원, 동아대병원, 백병원을 다니면서 MRI를 찍은 결과 손이 문제가 아니라 목에 큰 물혹이 생겨 신경을 누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손에 자꾸 힘이 빠진다는 말을 들었다. 굉장히 애매한 부위라 수술을 잘못하면 반신불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니 한 살이라도 적을 때 수술을 해서 치료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갑작스레 9시간의 수술을 받으면서 또 다시 인생의 위기를 느꼈다. 가장 노릇을 하면서 14년을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건만 왜 나만 이럴까 하는 자책을 하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학교도 휴학하고 모든 것을 포기할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병원 생활 중 과제물 제출기한이 다가오니 다른 마음이 생겨났다. 학우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힘들게 과제를 제출하고, 목보호대를 차고 기말시험도 마쳤다. 그리고 부산의 학우들이랑 쫑파티까지 했다. 이렇게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나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학창시절에는 키꺽다리, 개구리 왕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주눅 든 보통의 여자아이였다. 나는 늘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감 없는 사랑으로 살았던 것 같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서 평범하게 살았다. 그러나 방송대 공부를 하고 있는 지금은 가게손님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졌다. 오는 손님에게 물건만 파는 시장아줌마가 아닌, 공부에서 느낀 성취감으로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남들이 못할 것이라고 여겼던 공부를 하면서 나는 참 많이 변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깜깜한 절벽 같은 강의도 처음부터 여러 번 반복해서 듣다 보니 기말시험까지 거뜬히 치러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무리 어려운 인생 난제라고 해도, 의지만 있다면 힘들어도 견뎌낼 수 있겠다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강의를 들으면서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겨났다. 60이 넘은 나이에도 방송대 공부를 해내는 내 자신이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앞으로는 나를 제일 먼저 생각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 방송대로 이끌어준 친구 강숙례(중문학과)는 그런 나를 두고 방송대 오기전과는 너무나도 비교되게 모든 일에 자신감과 당당함을 보인다고 격려해줬다. 공부를 잘해 A+까지 받지는 못해도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해결하려 드는 내 모습이 좋다. 돌아보니, 정말 많은 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회복할 때까지 가게 문을 닫으면 어찌될까 이런저런 고민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그래 세끼 밥은 먹고 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14년 고생한 몸에게 충전의 기회를 주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치료에 집중하면서 강의를 들으며 하루를 지겹지 않게 보낼 수 있어서 좋다.

 

늦었지만 혼자 살아가는 법을 제대로 배운 것 같다. 방송대의 끈을 놓지 않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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