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음식과 권력

아침식사를 의미하는 영단어 ‘breakfast’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단식(fast)을 깬다, 파기한다(break)’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라는 시간 개념도 빠져있다. 단식을 깬다는 것은 생존을 위해 음식을 섭취한다는 것이다. 힌디어 나쉬따(naashta)는 아침식사를 의미한다. 이 말은 고대 페르시아어 나스타에서 왔는데, ‘배고픔 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어나시떠에서 유래했다. 그러니까 아침은 밤새 먹지 않아 배가 고프니까 먹는 음식을 뜻한다. 영어 breakfast와 속뜻이 닮았다.그렇다면 영어 단어 breakfast에 왜 단식(fast)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이 단식 내지 금식을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기독교가 지배하는 중세 서양에서 금식의 목적은 식탐을 억제하는 데 있었다. 성경이 말하는 일곱 가지 죄 중 하나인 식탐을 억제해 신과의 영적인 교감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 인간은 유혹에 취약하다. 음식을 눈앞에 두고, 그 유혹 앞에, 더러는 굶주린, 대부분은 멀쩡한 인간조차 탐식의 죄악에 빠져들기 쉽다. 그렇지만 그건 엄밀히 말해 탐식이랄 게 못 된다. 어차피 굶주린 자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버터 못마땅하게 여겼던 그리스·로만인사실 과거 대중의 일상적 삶이라는 건 배고픔을 면할 정도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처절한 노동의 연속에 다름 아니었다. 사냥이든, 수렵이든, 땅파기든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해야만 하는 것이다. 한평생 이런 상태로 지속되는 배고픔이 만들어낸 욕구 충족의 본능은 신앙의 이름으로 강요된 죄의식과 항상 갈등관계에 놓여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유사시 늘 본능이 죄책감을 압도한다. 그리고 사후 회개가 뒤따른다.14세기에 이르자 가톨릭을 믿는 유럽사회에서는 한 해의 절반 이상을 금식일로 삼았다. 금식은 사람을 타락시키고 난폭하게 만드는 육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16세기 초까지 버터는 사순절 기간에도 허용되던 유일한 동물성 지방이었다. 그런 버터가 16세기 중반에는 금식 대상에 포함되고 말았다. 마침내 버터 금식령이 내려진 것이다. 교황청은 금식일에 버터를 먹는 행위를 우상숭배나 신성모독보다 더 큰 죄악으로 간주한다는 포고령을 내렸다.   16세기 초까지 버터는 사순절 기간에도 허용되던 유일한 동물성 지방이었다. 그런 버터가 16세기 중반에는 금식 대상에 포함되고 말았다. 마침내 버터 금식령이 내려진 것이다. 교황청은 금식일에 버터를 먹는 행위를 우상숭배나 신성모독보다 더 큰 죄악으로 간주한다는 포고령을 내렸다.그리스·로마인들은 옛날부터 버터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북쪽에 살던 트라키아인들을 ‘버터를 먹고 살아 냄새가 나는 야만족’이라고 불렀다. 로마 시인 루카누스는 서게르만족의 일파인 부르군트족에 대해 ‘머리에 버터기름을 발라 악취가 심해 먼 곳에서도 이들이 접근해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렇듯 곡물 빵과 죽을 비롯해 포도주, 올리브유, 채소 등에 약간의 치즈를 곁들이는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는 알프스 남부, 지중해에 면한 지역 사람들이 버터를 사용하는 켈트족, 노르만족 등 주로 유목생활을 하는 북부 유럽 사람들에 대해 지닌 부정적 인식은 중세 기독교 사회에 이르러서도 여전했다. 남프랑스 프로방스나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역 사람들은 북쪽으로 가야할 일이 있을 경우 올리브유를 가지고 다닐 정도였다. 호메로스에 의하면 인간은 ‘빵을 먹는 존재’였기에, 빵을 만들 줄 몰라 짐승처럼 곡물을 그대로 먹는 야만족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스·로마인들에게는 채식주의가 최고였지만, 켈트족은 돼지고기를 주식으로 했다. 맥주와 프로슈토, 커피와 아이스크림, 와인과 올리브유를 듬뿍 친 샐러드를 앞에 놓고 음식문화사의 세계적 석학이자 『유럽의 음식문화』의 저자인 맛시모 몬타나리 볼로냐대 교수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이 2017년 5월이다. 맥주는 게르만족이, 와인은 그리스·로마인이 좋아하던 음료였다.  기후와 토양에 따른 음식 취향인간은 자신이 처한 자연 환경에 의존해 생존을 영위한다. 유목민들은 자신들이 기르는 가축의 털과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추위와 맹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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