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 명저 106선 해제

제임스 글릭은 과학과 기술 그리고 그 문화적 영향에 관해 글을 쓰는 작가다. 그는 1954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고, 하버드대에서 영문학과 언어학을 복수 전공했다. 글릭은 1979년부터 10년간〈 뉴욕 타임스〉에서 과학 분야 전문 기자로 활동했고,〈뉴욕 타임스〉 주간지에서 여러 과학자의 삶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다. 그의 책들은〈더 뉴요커〉〈디 애틀랜틱〉〈슬레이트〉〈더 워싱턴 포스트〉〈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 소개됐다. 『카오스: 새로운 과학의 출현』은 그가 쓴 첫 번째 책으로 미국 교양 과학서의 대표가 됐다. 이어서 글릭은 『천재: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 『아이작 뉴턴』, 『인포메이션: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 『타임 트래블』 등을 출간했고, 그의 책들은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됐다. 카오스 연구 개척한 과학자들 조명『카오스: 새로운 과학의 출현』(이하 『카오스』)의 영어 제목은 'Chaos: Making a New Science'이다. 영어 ‘chaos’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이것은는 깊고 넓은 빈 상태를 가리킨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이러한 상태로부터 세계와 우주, 즉 코스모스가 창조됐다. 그러니까 코스모스는 카오스에 담겨 있었다. 그런데 코스모스의 기본 의미는 질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항성과 행성으로 수놓인 우주를 질서 그 자체로 이해한 것이다. 이에 대비되는 chaos는 무질서를 뜻한다. 하지만 그 무질서는 질서를 내포했다. 카오스, 즉 질서 있는 질서 없음이라는 이 역설적 표현은 그에 상응하는 현실을 20세기에 이르러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1장 「나비 효과」에서 글릭은 에드워드 로렌츠(미국 수학자 및 기상학자, 1917~2008)가 카오스를 발견한 후 그린 그래프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로렌츠의 계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 형태가 엄청나게 복잡했다. 점들은 종이 바깥으로 나가는 일 없이 공간적으로 특정 영역에 갇혀 있었으며 같은 모양을 반복해서 그리지 않았다. 마치 두 날개를 갖고 있는 나비처럼 3차원 공간 좌표에서 이중나선 모양의 이상하고 특이한 모양을 그려내었다. 모양은 순수한 무질서를 나타내고 있었다. 어떤 점도, 그리고 점으로 된 어떤 패턴도 결코 반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종류의 질서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처럼 순수한 무질서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종류의 질서인 것이 바로 카오스다. 로렌츠의 발견과 함께 카오스 연구는 그 닻을 올렸다.『카오스』의 영어 부제목(Making a New Science)은 한국어 번역(새로운 과학의 출현)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새로운 과학은 카오스 이론을 말한다. 한국어 번역은 그러한 과학이 스스로 출현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영어 부제목은 새로운 과학을 계속해서 만듦을 뜻한다. 실제로 이 책은 카오스 연구를 개척하는 과학자들의 삶과 노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글릭은  『카오스』에서 인용한 자료들의 출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 책에는 200여 명에 달하는 과학자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라고 말하면서 그들에게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마움을 전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새로운 과학을 만드는 일이 현재 진행형(making)이라는 것이다.  『카오스』에서는 기상학, 수학,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 등의 분야에서 등장한 카오스 연구가 소개된다. 그런데 그 연구들은 완료된 것이 아니다. 가령 10장 「내적 리듬」에서는 종양 및 심장 질환을 카오스와 관련해 언급한다. 암은 세포가 성장주기에 문제가 생겨서 불규칙적으로 자란 것이고, 심실세동은 심장이 박동할 때 각 부분이 무질서하게 수축하는 병적인 상태다. 이처럼 불규칙한 무질서 속에서 어떤 질서를 찾을 수 있다면, 인류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대표적인 두 질환의 획기적 치료법을 카오스 이론에 힘입어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새로운 과학’으로 불린 이유책의 부제목에서 카오스 이론은 ‘새로운(new) 과학’이라고 불린다. 이에 대비되는 낡은 과학은 아이작 뉴턴(1642~1727)이 대표하는 고전 과학을 이른다. 글릭은 책의 「프롤로그」에서 “카오스가 시작되는 곳에서 고전 과학은 멈춘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카오스 이론은 결정론적 예측 가능성이라는 라플라스적 환상을” 깨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환상은 ‘프랑스의 뉴턴’이라고 불린 피에르-시몽 드 라플라스(1749~1827)가 자신의 책 확률에 대한 철학적 시론에서 표현한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리킨다. 어떤 지성적 존재는 “우주에서 가장 큰 물체와 가장 가벼운 원자의 운동을 하나의 공식 안에 동시에 나타낼 것이다. 불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으며, 최고 지성의 눈에는 미래가 마치 과거처럼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뉴턴주의적 결정론의 극치를 보여준다. 우주의 현재 상태를 근거로 해서 그 미래 상태가 정확히 맞게 예측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로렌츠의 날씨 연구를 통해서 이미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이유는 바로 나비 효과, 즉 초기 조건에서 의 민감한 의존도(sensitive dependence on initial conditions) 때문이다. 연결돼 일어나는 사건들 사이에는 조그만 변화도 증폭시킬 수 있는 임계점이 있고, 그러한 임계점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래서 시작 단계에서의 미세한 차이가 나중에는 엄청나게 큰 차이로 나타나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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