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 명저 106선 해제

자녀가 부모를 닮는 이유, 콩심은 데 콩이 나는 이유, 사람은 결국 죽는 이유를 신화나 전설로 설명하면 종교가 되고 문학이 된다. 과학적 설명은 까다롭다. 과학자는 자연현상의 설명이 기존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고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들어맞아야 비로소 인정하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해석을 증거에 입각해서 신중하게 검증하지 않으면 과학이론을 축적하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나선』(원제 The Double Helix, 1968)은 과학자 제임스 왓슨(James Dewey Watson, 1928~ )이 그의 나이 25세인 1953년에 〈네이처〉지에 논문(Watson and Crick, 「Molecular Structure of Nucleic Acids: A Structure for Deoxyribose Nucleic Acid」)을 발표하기 전 3년 동안, 기존의 이론과 실험결과에 부합하는 DNA구조를 풀어가는 여정을 그린 책이다. 연구소와 학회 그리고 논문으로 만난 80여명이 넘는 과학자들 간의 생각의 교류, 협력, 경쟁 그리고 일상을 솔직하고 속도감 있게 설명해, 과학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DNA 이중나선은 바이러스, 박테리아부터 인간의 DNA가 공동적인 구조로서 영겁의 진화 속에서도 선택돼온,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최상의 유전자 구조였다. 이중나선의 발견은 과학자들이 함께 힘(추론 실험 기술 해석)을 합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과학자들 간의 토론과 교류과학의 퍼즐조각 단서는 이미 발표된 논문들, 혹은 발표되지 않은 동료들의 예비결과 그리고 그들의 생각 속에 있다. 그런 점에서 왓슨의 성공 요인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지 알고 있었고, 적극적으로 소통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왓슨이 1962년 노벨상 공동수상자인 프랜시스 크릭과 모리스 윌킨스를 만나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DNA의 구조에 관심을 가졌던 왓슨은 박사논문 지도교수인 루리아의 추천으로 코펜하겐대의 생화학자인 칼카 교수 실험실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시작했다. 한 번은 나폴리에서 개최되는 고분자학회에 참석하게 됐는데, 이것이 그의 운명을 바꿨다. 마침 그 학회에서 모리스 윌킨스가 DNA X-선 회절 분석 실험사진을 발표한 것이다. 이를 본 왓슨은 이것이야말로 DNA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생각했다. 왓슨은 런던의 윌킨스를 찾아갔고, 코펜하겐을 떠나 윌킨스와 비교적 가까운 케임브리지대의 캐번디시 연구소로 옮겨갔다. 캐번디시의 연구소장인 브래그, 페루츠, 켄드루는 모두 X-선 회절 분석법을 이용해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는 대가들이었다. 왓슨은 켄드루의 실험실에서 마오글로빈 단백질 구조분석 법을 배울 수 있었다. 프랜시스 크릭(Francis Harry Compton Crick, 1916~2004)은 왓슨이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가장 많이 토론한 과학자인데, 서른을 넘긴 늦깎이 대학원생으로 계산 물리학적 기법으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고 있었다. 그는 DNA야말로 진정한 유전물질이라는 왓슨의 의견에 동의했다. 켄드루의 실험실에서 헤모글로빈 3차 구조를 연구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왓슨의 화두인 DNA 3차 구조에 대한 토론을 이어 갔다. 나폴리 학회에서 봤던 DNA 결정의 X-선 회절 사진은 모리스윌킨스(Maurice Hugh FrederickWilkins, 1916~2004)의 독보적 연구 결과물이었다. 그 당시 어느 누구도 DNA를 순수하게 분리해 깨끗한 X-선 회절 사진을 확보하지 못했다. 단백질에 비해 DNA 연구자가 적었던 탓이 더 크다. 이 책에서는 왓슨이 얼마나 공을 들여 윌킨스와 소통하려고 애를 태우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험은 윌킨스의 조수인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수행하고 있었다. 둘은 서로 말도 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나빠서, 윌킨스 입장에서도 DNA X-선 회절 사진이나 그녀의 의견을 자유롭게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왓슨의 DNA 구조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갔지만, DNA의 순수하고 깨끗한 X-선 회절 사진을 얻는 실험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의 경쟁자인 라이너스 폴링 교수는 단백질 3차 구조 분석의 대가로서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DNA 구조를 밝힐 수 있을 것 같았다. 단백질 나선형(α-helix)의 구조를 처음 명명한 사람도 폴링이었다. 추론, 실험 그리고 기술왓슨과 크릭은 윌킨스의 실험 결과를 확보할 수는 없었지만, 기발하게도 원자모형을 이용해 가능한 DNA구조를 먼저 조립해 나갔다. DNA의 성분인 오탄당과 인산을 나선의 중심골격에 두고 3중 나선을 조립해 보았다. 상상하는 구조를 놀이하듯이 만들어 보고 윌킨스와 프랭클린에게 보여주는 식으로 접근했다. 실험 결과를 놓고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모형부터 만들고 이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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