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졸업, 영광의 얼굴

2019년 3월 방송대 교육학과에 입학해 3년 6개월 만에 ‘조기졸업’을 하게 된 주영옥 학우. 입학하면서부터 학보 〈KNOU위클리〉 애독자였던 50대 중반의 그는 ‘성적 우수상’도 받았다. 남다를 게 전혀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뚜렷한 목표의식, 성실과 끈기가 조기졸업의 밑바탕이 된 건 분명하다.  그의 공부 비결은 무엇일까. 또 그에게 방송대 졸업은 어떤 의미일까.

 

배움은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지름길이 아니라

올바른 사회성을 기르고 더 나은
인격적인 성장을 위한 길이 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방송대 졸업이

나의 삶에 주는 커다란 의미다.

 

2남 3녀 중 넷째로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나의 어릴 적 별명은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그 별명 중에서도 부모님이 붙여주신 대표적인 별명 두 가지는 사소한 일에도 잘 웃는다고 해서 ‘헤보’, 무슨 일이든 이해하는 편이고 화를 잘 내지 않는다고 해서 ‘태평양 한바다’였다. 그 성격이 타고난 성품 때문인지 아니면 광활한 평야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경제적으로 너무 가난해서 먹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웃는 것,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을 이해해 주는 것들은 돈이 없어도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어린 나이부터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때 『표준전과』, 『동아전과』라는 참고서가 있었다. 1960~70년대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권은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모든 교과서의 내용을 총망라해서 쉽게 정리해 놓은 것으로 학교 교재가 아니라 시중 참고서였다. 한 권으로 공부나 숙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어서 학교에서 대다수 친구가 전과를 가지고 다니며 공부를 했다. ‘전과’를 가지고 다니며 공부하는 친구들이 너무도 부러웠으나 부모님에게 전과를 사달라고 말하기에는 우리 집은 너무 가난했다. 그저 매일매일 세끼 밥을 먹고 무탈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해야 했다. 처한 상황과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고 가난이 정말 싫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물질적 성공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어”
2019년 3월 방송대 교육학과에 입학하기 전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돈을 벌기 위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30년이 넘는 시간을 나는 세상의 틀 안에 갇혀 늘 물질적인 성공에 목말라 있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하지만 물질적 성공을 따라 살아가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으며 무의미하다는 것을 차차 깨닫게 되면서 배움의 길을 다시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50이 넘은 적지 않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이 조금은 무모하고 조금은 부담스러운 선택이었지만 “시작이 반이다”라는 생각과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졸업할 수 있을 거야’라는 신념으로 방송대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병행했기에 1학년 때에는 4년이라는 대학 생활이 길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방송대 공부를 하면서 내가 가진 잠재력을 알게 되면서 공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 수 있었다. 그 잠재력은 바로 ‘나는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것이 흥미롭고 재미있어 도전하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남들보다 머리가 좋거나 학습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어서 새롭고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나름대로 학습방법이 ‘연상기법’과 ‘스토리기법’이었다. 연상기법의 예를 들면 상담학을 공부할 때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하는 경우, 그동안 살아오면서 기억에 남는 것(친구 이름이나 사물)들을 활용해 연결했으며, 여러 학자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경우 스토리기법을 동원해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기억하기 쉽게 했다. 가령 행동주의 대표적인 학자로 스키너, 왓슨, 손다이크, 파블로프를 기억하기 위해 ‘스키를 타러 왔는데 이크, 로프를 두고 왔네’ 이런 방식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한 번에 여러 학자를 기억했다. 이밖에도 좋아하는 노래에 필요한 정보를 삽입해 공부에 활용하기도 했다.
한 학기에 6과목에서 7과목을 수강하면서 교재를 일일이 정독하기가 쉽지 않아 전반적인 내용을 읽어 보는 방식으로 교재를 보고 공부했다. 교수님들의 멀티미디어 강의를 반복해서 듣고 강의 자료실에 교수님들이 업로드 해주신 PPT 강의자료도 여러 번 살폈다. PPT 강의자료는 교재의 핵심 내용만을 모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한 것이어서 교재를 꼼꼼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강의자료만이라도 반복 학습을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2021년 1학기부터 기말시험을 태블릿 PC로 보면서 학교에서 기출문제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기출문제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기출문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떤 과목은 기출문제에서 거의 출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출문제가 없는 과목은 멀티미디어 강의와 강의 자료실에 제공되는 PPT 자료를 반복 학습한다면 기출문제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는 경우에는 시간 안배가 가장 중요한데 한꺼번에 많은 양의 공부를 몰아서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평일에 피곤하니까 공부를 게을리 하고 주말에 많은 시간을 공부하는 것은 자칫 공부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고, 공부를 꼭 해야만 하는지 의문이 들어 스스로 공부에 대한 회의가 느껴질 수도 있다. 매일 30분 만이라도 반복 학습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으며,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공부에서 해방돼 본인이 좋아하는 TV 드라마나 영화를 한 편 보는 것도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다. 출퇴근 시간에도 교재를 보거나 강의를 듣는 중에 피곤하거나 잡념이 들면 잠시 공부를 접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도 힐링의 한 방법이다.

도전 정신과 자신에 대한 믿음
방송대 수업연한은 4년으로 8학기를 이수해야 하지만 7학기 만에 졸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말이지 낙오하지 말고 졸업만 하자고 다짐했었는데 조기졸업은 상상하지 못했다. 조기졸업은 전 학년 평균 학점이 4.0 이상이고 6학기나 7학기에 학교에서 정해놓은 학점을 모두 이수해야 가능하다. IQ가 대단히 높지도 않고 기억력이 그리 좋지도 않은 내가 조기졸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것을 알고자 하는 도전 정신, 그리고 열정과 의지로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스스로 격려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내 자신을 신뢰했기에 가능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똑같이 균등한 시간이 주어진다. 비록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앞으로 펼쳐질 삶의 모습이 행복인지 불행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가 행복한 삶이든 불행한 삶이든지 그 미래가 결정돼 있다면 열심히 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하기에 늘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꿈이 없는 삶은 늘 불행하고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졸업한 후에는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관련 자료와 정보를 보면서 준비하고 있다. 방송대 졸업은 나에게 배움의 종착점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선을 제시했다. 사는 동안 끝없이 도전하면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시간여행을 계속하기 위해서다. 배움은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지름길이 아니라 올바른 사회성을 기르고 더 나은 인격적인 성장을 위한 길이 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방송대 졸업이 나의 삶에 던지는 과제이고 매우 커다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1학년 때부터 꾸준히 〈KNOU위클리〉를 구독, 4년을 함께 했던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각종 학사 흐름 정보를 알게 됨은 물론이고 과제물과 시험에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었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되어 방송대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고 또한 졸업 후에 진로와 취업에 대해서도 고민보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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