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 명저 106선 해제

코로나19가 일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을 때,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었다. 하지만 백신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했고 국가별로 누구를 먼저 접종시킬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다. 대다수 국가에서는 윤리적 원칙에 따라 고령자 우선 접종 방침을 세웠다. 그런데 한 네트워크 과학자가 고령자 우선 접종 방침에 반대의견을 피력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네트워크 과학자는 고령층보다 허브 역할을 하는 슈퍼 전파자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것이 코로나19 확산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링크』의 저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Albert-laszlo Barabasi, 1967~ )다.

 

출처=khoury.northeastern.edu

바라바시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가 인터넷,
바이러스 확산 및 예방, 논문의 인용 관계,

단백질 상호작용, 세포 내 신진대사,

할리우드 배우들 간의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및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링크』(원제 LINKED The New Science of Networks, 2002)에서 제안된 바라바시-앨버트 모델은 코로나19 감염 역학 모델링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으며, 인간 세포 내의 단백질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이 높은 잠재 신약을 발견하기도 했다. 1995년부터 네트워크 과학의 효시가 된 바라바시의 연구는 인터넷망, 사회적 관계 분석에서 나아가 바이러스 대응의 최전선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그는 노스이스턴대 교수로 재직하며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1967년 하버드대 스탠리 밀그램 교수는 무작위로 선택된 사람들에게 먼 도시의 특정 인물에게 편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선택된 사람들이 목표 인물을 알지 못할 경우, 알고 있을 만한 지인에게 편지를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최초 선택된 사람들이 보낸 편지가 목표 인물에게 도착했을 때까지 거친 사람들의 수를 셌다. 실험 결과 놀랍게도 평균적으로 5.5단계만 거치면 편지가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중간에 다섯 사람만 찾으면 배우 톰 크루즈와 만나거나 연락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김용학 연세대 교수(사회학과)도 비슷한 실험을 한 결과, 밀그램 교수의 5.5단계보다 적은 4.6단계라는 숫자가 나왔다. 이론상으로는 한국에서는 4명만 거치면 손흥민이나 아이유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2016년 페이스북에서도 15억9천만 명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연결 단계를 분석한 결과 평균 3.57단계라는 결과가 나왔다. 페이스북 친구 3.57명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좁다.

 

전통적인 네트워크 관점
우리가 알고 있는 네트워크란 공통의 목적을 위해 두 개 이상의 장치들이 연결돼 있는 구조 또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관계의 묶음을 의미한다. 이 책 『링크』에서는 유사한 의미로 네트워크의 개념을 별것이 아니라 점과 점을 연결하는 선들의 집합으로 봤다. 다시 말하면 연결된 지점인 노드(node)와 연결선인 링크(link)의 집합이다.
1959년 헝가리 수학자 폴 에르되스와 알프레드 레니는 네트워크에 대한 관점을 노드에 대해 무작위로 링크가 부여되는 무작위적 네트워크로 봤다. 노드는 같은 확률로 링크가 부여되기 때문에 모든 노드들은 평균적으로 같은 수의 링크를 갖게 될 것으로 봤다. 이 네트워크는 링크 수가 특정 값(평균)에 몰려있기 때문에 확률 분포로 만들면 종 모양의 포와송 분포를 가지게 된다.
바라바시 이전까지 네트워크에 대한 관점은 무작위적 네트워크가 지배적이었다. 무작위적 네트워크의 주요 사례는 일반적인 고속도로망이다. 고속도로 지도는 도시가 노드가 되고, 도시들 간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링크로 볼 수 있으며, 균일하게 연결된 구조다. 각 도시들은 대체로 비슷한 수의 링크를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히스토그램으로 옮겨보면 3~4개의 링크가 평균에 몰려서 종모양을 가진 정규분포 형태를 띄게 된다.

새로운 네트워크 관점의 등장
라슬로 바라바시는 웹페이지를 분석해 본 결과, 무작위적 네트워크와 달리 링크 수가 편중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극히 많은 수의 링크를 가진 웹페이지(노드)가 있는 반면, 소수의 링크를 가진 다수의 웹페이지가 있었다. 많은 링크 수를 가진 소수의 노드는 네트워크 내에서 허브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한 확률 분포로 만들어보니 포와송 분포가 아닌 멱함수 분포(power Law)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평균을 중심으로 종 모양의 정규분포가 아니라 특정 숫자의 빈도가 급격하게 많아지거나 줄어드는 긴꼬리 형태인 멱함수 분포였다. 전통적인 네트워크 관점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의 복잡계 네트워크, 척도 없는(Scale-free) 네트워크의 등장이다.
후일담이지만, 바라바시와 공동연구자인 한국 KAIST의 정하웅 교수는 멱함수의 영문명(power-law)을 인용, 파워 네트워크(power network)로 이름을 붙이려다가 전기 공급망이 연상될까봐 ‘척도 없는 네트워크’라고 붙였다고 한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는 평등한 무작위적 네트워크와는 달리 불공평하게 다수의 링크를 독점적으로 많이 점유하고 있는 허브가 있으며 위계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바라바시는 허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허브는 분명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허브는 특별하다. 허브는 전체 네트워크의 구조를 지배하며, 그것을 좁은 세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스탠리 밀그램 교수, 김용학 교수 등이 밝혀낸 임의의 두 사람과의 평균 단계는 4.6~5.5이지만 허브는 단계를 더욱 축소시킨다. 인터넷 검색포털인 구글, 네이버, 다음 등의 경우 좁은 세상을 더 좁은 세상으로 만들어 준다.
전통적인 네트워크의 경우 무작위적으로 노드를 선택하는 반면,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경우 링크 수가 많은 노드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즉 링크 수가 많은 인기 있는 노드가 허브로 성장하고 추가적인 링크를 받을 확률이 높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에서는 인기 있는 웹페이지나 논문이 추가적인 링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승자독식 구조이며, 링크 수를 많이 가진 배우, 기업도 마찬가지다. 바라바시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가 인터넷, 바이러스 확산 및 예방, 논문의 인용 관계, 단백질 상호작용, 세포 내 신진대사, 할리우드 배우들 간의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및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약점
바라바시 연구팀은 모든 척도 없는 네트워크에서 상당 부분의 노드를 임의로 제거하더라도 네트워크가 붕괴되지 않는 견고성을 발견했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를 가진 항공노선 네트워크의 경우 절대다수의 작은 공항들이 공격을 받아 마비가 되더라도 전체적인 항공 운영에는 큰 영향이 없다. 하지만 링크 수가 적은 노드가 아닌 큰 허브들이 연이어 파괴되면 임계점에 도달하고 쉽게 붕괴될 수 있다. 미국 전역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애틀란타 공항이 일시 마비된다면 링크 수가 적은 공항은 정상 운영이 되더라도 미국 전체 항공교통은 마비될 것이다. 즉, 척도 없는 네트워크는 소수의 허브 공격에 대한 큰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허브의 취약성을 이용해 전염병, 컴퓨터 바이러스 등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바라바시가 고령자 위주의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에 대해 반대의견을 피력한 것도 허브 역할이 예상되는 잠재된 슈퍼 전파자를 대상으로 우선 접종시 전체적인 바이러스 확산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또 축구 전술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선수를 노드로 설정하고 패스를 링크로 볼 경우, 허브 역할을 하는 핵심 선수를 찾을 수 있고 수비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실점을 할 경우, 득점으로 이어진 패스에 대한 링크에 가중치를 부여해 득점력 있는 허브 선수를 발견하고 대안 마련도 가능할 것이다. 허브의 취약성을 이용해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분석, 허브를 발견한다면 조기에 테러 실행을 학부에서 행정학을, 대학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추진기획단 자문위원, 고용노동부 HRD사업 심의위원으로 등으로 일했다. 로봇 분야 국내외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공저로는『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가 있다.막을 수도 있다.
이 책이 출판됐을 때와 달리 네트워크라는 단어가 너무 흔해졌다. 하지만 네트워크는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과학 이외에도 사회, 경제, 문화, 경영 등 모든 분야에서 필수불가결한 기술이 됐다. 또한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도구로 자리잡았다. 책의 서론에 기재된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 즉, 모든 것은 네트워크다.

 

 

 

 

 

 

함께 읽을 만한 책

『링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미국 노틀담대에서 바라바시와 함께 연구한 KAIST 정하웅 교수(물리학과)다. 정하웅 교수는 네트워크 연구가 전무하던 시절에 당시 박사후연구원으로 네트워크 과학의 성장을 이끌었다. 정하웅 교수의 공저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DNA에서 양자 컴퓨터까지 미래 정보학의 최전선』(이해웅 외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3)는 복잡계 네트워크에 대해 상세한 예시를 제시하고 최신 연구동향을 알려준다. 대중 강연을 책으로 엮어 출간했기 때문에 인터넷 강의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쉽게 다가온다. 특히 해학과 위트 측면에서는 바라바시보다 정하웅 교수가 한 수 위로 느껴질 만큼 유쾌하고 재미있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특징인 멱함수에 대해 풍부한 예시를 제시한 책도 있다. 마크 뷰캐넌의 『우발과 패턴: 복잡한 세상을 읽는 단순한 규칙의 발견』(김희봉 옮김, 시공사, 2014)은 2004년 출간된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2004)의 개정판으로, 대지진, 산불, 증시 붕괴, 전쟁 등 예측이 불가능해 보이는 현상에 대해 멱함수 법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 내용을 요약하면 기승전 멱함수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와 『우발과 패턴』 모두 함께 볼만한 영상이 있는데, 2015년 KBS에서 방영된 정하웅 교수의 「복잡한 세상과 네트워크」 프로그램, 2014년, SBS 스페셜에서 방영된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가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매슈 O. 잭슨이 쓴 『휴먼 네트워크: 무리 짓고 분열하는 인간관계의 모든 것』(박선진 옮김, 바다출판사, 2021)이다. 매슈 O. 잭슨은 물리학자가 아닌 경제학자이며 경제학 관점에서 네트워크 연구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는 불평등 구조로 초기 선점한 노드 중 링크 수가 높은 노드가 시간이 흐를수록 독점적 우위를 가진다. 『휴먼 네트워크』에서는 인간의 특성으로 초기 구축된 네트워크로 인해 정보와 기회가 불균등해지고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기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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