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물성의 사유로 읽어낸 역사 속의 여성

“1956년 12월 1일 바로 오늘, 아내와 나는 우리의 스물아홉 번째 결혼기념일을 조용히 축하하고 있다. (…) 사랑하는 우리의 어머니들, 고(故) 왕씨 부인과 고 니구이전의 거룩한 영전에 이 책을 바친다. 이로 말미암아 아내와 나는 다시 한 번 주께서 우리에게 내리신 지상과제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하며, 우리를 기르신 어머니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 ―쑹 메이링의 남편 장제스의 고백,『중국 안의 소련(Soviet Russia in China)』「저자의 말」중에서 쑹 메이링은 장제스와 중화민국이라는 나무가잘 지탱할 수 있도록 단단하게 흙을 잡아주었고, 필요할 때마다 수많은 공중뿌리를 내려 자신의 영토를 넓혔다. 퍼스트레이디로서 본국에 남아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미대륙에 나가 훈풍을 불러와 타이완을 지켰다.특별한 집안에서 태어나다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대륙인 중국과 아메리카를 오가며 무려 3세기에 걸쳐 화려하게 산 여성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쑹 메이링(宋美齡, 1897~2003), 지금도 중국인들의 입에 전설처럼 오르내리는 ‘쑹씨 황조’의 막내딸이다.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거침없는 그녀의 활발함은 아버지 쑹자수에게서 물려받았다. 쑹자수는 남중국해 하이난 섬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17세에 친척 아저씨에게 입양돼 미국으로 건너갔고, 고생 끝에 중국 최초의 선교사가 되어 귀국한다. 그는 명망있는 기독교 집안의 딸 니구이전과 결혼해 3남 3녀를 낳는다. 미국을 떠날 때 중국을 바꾸겠다고 결심했던 그는 선교사 일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어 큰 부를 일궜으며, 1894년에 쑨원(孫文)을 만난 이후로 전폭적으로 쑨원을 지지하고 후원했다. 쑨원과의 긴밀한 만남은 쑹자수의 세 딸 아이링, 칭링, 메이링의 인생과 엮인다. 쑹자수는 세 딸을 모두 미국으로 유학 보냈는데, 막내 메이링은 미국에서 아홉 살부터 공부했고 유독 미국생활을 즐겼다. 19세가 된 그녀가 상하이의 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아버지가 병으로 사망한다. 당시 큰언니 아이링은 부유한 집안의 미국 유학 출신 쿵샹시와 결혼한 상태였고, 조용하고 수줍은 둘째 언니 칭링은 부모의 반대를 뚫고 쑨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지 커버를 장식한 장과 쑹 부부." style="border: 0px solid rgb(0, 0, 0); width: 700px; height: 294px;" alt="사진 출처=위키피디아" src="https://weekly.knou.ac.kr/com/file/getImage.do?fileName=0000000000000004711000001.jpg&filePath=/public/pubc/edit">남편을 구출한 여전사1926년, 큰 언니 아이링은 메이링에게 장제스(蔣介石)를 소개한다. 장제스는 상하이 근방 시커우에서 가난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여덟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왕씨 부인의 손에서 자랐다. 그는 1911년 쑨원의 정적 타오청장을 암살한 후 쑨원의 신임을 받았고, 국민당 군에서 소련의 영향력을 일소해 타고난 전략가로 부상했다. 38세의 장제스에게는 아내와 첩들이 있었지만 모든 관계를 정리하고 1927년 12월에 메이링과 결혼식을 올린다. 이후 처형 아이링은 장제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1928년에 장제스는 국민당 정부의 주석이 됐다. 장제스는 쑨원의 삼민주의를 자신의 정통성을 위한 방패로 삼았지만, 독재자여서 적이 많았다. 장제스를 향한 수차례의 암살 시도를 겪으며 메이링은 아이를 유산했고 평생 자식을 낳지 못했다. 장제스의 측근은 대부분 쑹씨 가족의 일원이었다. 아이링의 남편 쿵샹시, 처남 쑹쯔원은 집권 내내 요직을 맡아 일했다. 측근정치로 인해 장제스는 민심을 잃었고, 공산당은 그 틈을 타 1931년 중국 동남부 지역에 ‘중화소비에트공화국’을 수립했다. 당시 중국은 기근과 태풍, 홍수로 수백만이 사망하는 어려운 때에 직면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메이링의 마음을 괴롭혔는데, 어머니 사망 이후 메이링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된다. 같은 해 가을에 장제스는 공산당을 비옥한 동남부에서 몰아냈다. 하지만 그는 마오쩌둥(毛澤東)이 다른 공산당군 부대와 회합하는 것을 묵인했고, 그 결과 1936년에 공산당 주력부대가 중국 서북부에 집결할 수 있었다. 장제스는 현지 사령관인 장쉐량(張學良)에게 공산당을 토벌하도록 지시했지만, 장쉐량은 공산당과 접선해 쿠데타를 모의했다. 장제스는 12월에 시안으로 갔다가 억류됐고 이 소식을 들은 메이링은 엄청난 반대를 뚫고 남편을 구하러 들어갔다. 그녀는 뛰어난 외교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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