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제 225 호]

언제부터라고 명확히 이야기 할 수는 없어도, 아주 오래 전부터 남성은 여성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해 별별 논리를 개발하고 효율적인 지배 방식을 강구했다. 고대 로마사회에서는 가장이 자신의 식구를 살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남편이 말 안 듣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아내를 때릴 수 있는 권리까지 지녔다. 그래서 회초리를 벽에 걸어두었다. 여성들에게는 법정 증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증언을 뜻하는 영어 단어 ‘testimony’가 ‘testicles’(고환)와 어원을 같이 한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슬람 사회의 여성 격리를 뜻하는 ‘푸르다(purdah)’라는 제도 또한 여성을 사물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여필종부(女必從夫)와 같은 유교적 윤리도 여성을 지배하려는 남성의 욕구에 부합한 것이다. 이는 여성을 즐거움을 선사하는 완상물로 바라보며 우월감을 느끼는 남성들의 소영웅주의라고나 할 만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여성은 취(取)하는 대상이다. 이것이 지나치면 탐욕이 된다.   그리고 인간은 못 먹는 것이 없다.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중국인들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와 바다 속 잠수함만 빼고는 다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시간만 되면 그것들도 못 먹을 까닭이 없다고 한다. 먹을 것에 대한 과도한 욕구, 이것이 말하는 바는 무엇일까? 욕망은 있으되 대상의 부재로 인한 대리 충족은 아닐까? 사실 음식 사랑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벽(癖)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나라 이후 중국 남성들을 사로잡은 전족에 대한 과도한 열정 내지 탐욕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중국 표현에 이런 게 있다. ‘소각일쌍, 안루일홍(小脚一雙, 眼淚一缸)’이란 말인데, ‘작은 발 한 쌍에 눈물 한 항아리’라는 뜻이다. 어린 아이가 전족을 한 다음 날 쭝쯔(子)를 먹도록 했다. 전족 여인이 쭝쯔를 먹는 풍습에는 예쁘고 앙증맞고 매력적인 세치 전족이 되기를 바라는 남성들의 검은 욕망이 숨어있다. 강요된 전족과 쭝쯔 먹는 풍습전족은 여아의 나이 4~5세에 시작하는데, 길일을 택해 헝겊으로 발을 동여맸다. 이 때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발가락을 발바닥 쪽으로 접어 흰 띠로 꽉 잡아맨다. 그리고 끝이 뾰족한 신발을 신는데 낮에는 집안사람들이 그것을 잡고 다니고 밤에는 흰색 천을 실로 칭칭 감아 풀어지지 않도록 했다.이렇게 천으로 얽어매 묶은 발 전족(纏足)은 발을 감싼다고 해서 과각, 찰각 또는 전소각, 과소각 등으로 불렸다. 하루 종일 천으로 칭칭 동여매고 살다 보니 발은 기형이 됐다. 그러면서 별난 것을 애호하는 남자들의 악취미에 점차 익숙해져 갔다. 이윽고 전족은 성의 상징이 됐다. 남자가 여자의 발을 만지는 것은 교접의 예비행위로 간주됐다.  누가 뭐래도 전족의 희생자는 여성이다. 모진 고통을 견디고 변태에 가까운 남성들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완상물에 다름 아닌 전족을 완성해야 하는 건 여성들의 몫이다. 남성들은 자신들의 성적 취향을 심미성으로 위장하고 여성들에게 전족을 강요했다. 그리고 어린 아이가 전족을 한 다음 날 쭝쯔( zongzi)를 먹도록 했다. 이는 자신들의 불순한 욕망이 아름다운 전족으로 완성되기를 바라는 일종의 유감주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쭝쯔는 찹쌀에 대추 따위를 넣어서 삼각형이나 원추형으로 만들어 연잎, 댓잎, 갈잎 등으로 감싸서, 짚이나 갈대 줄기 등으로 묶어서 쪄 먹는 음식이다. 쭝쯔의 생김새는 전족한 발의 모습과 닮았다. 전족 여인이 쭝쯔를 먹는 풍습에는 예쁘고 앙증맞고 매력적인 세치 전족이 되기를 바라는 남성들의 검은 욕망이 숨어있는 것이다. 중국 명나라 때의 기서 『금병매』 제6회에는 장안(長安)의 소문난 플레이보이 서문경이 무대의 아내인 반금련을 유혹해 첩으로 삼은 뒤, 그녀의 세치 금련(金蓮) 신발을 벗겨 술을 따라 마시며 노는 대목이 나온다. 금련은 전족한 여인들의 꽃신을 가리킨다. 여자의 예쁜 발을 형용하는 말이다. 송대에 이르러 여성의 전족은 더욱 유행했다. 송말에서 원대에 이르면 여성의 큰 발 자체를 수치로 여기게 됐다. 여자가 전족을 하지 않고 귀를 뚫지 않으면 대각선(大脚仙. 발 큰 선녀) 또는 반재미인(半載美人. 반쪽 미인)이라고 조롱했다. 발 큰 여자는 시집가기조차 힘들어졌다. 이처럼 점차 전족은 여성미를 나타내는 조건이 됐다. 남송 때는 노래하는 기녀에 대해 사절(四絶. 네 가지 장기)을 요구했다. 사절은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