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K-영화’와 ‘미영씨’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2022년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거머쥐었다.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6관왕에 올랐다. 1990년대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은 어느덧 4세대 한류로 변화하고 있다. 1면에서는 2년 만에 재개되는 ‘총장배 영상제’ 출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방송대 지역대학의 ‘미영씨’(미디어영상학과 학생을 지칭하는 말)들을 만났다. 2면에서는 이성민 교수(미디어영상학과) 에게 K-영화 시대에 좋은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법과 함께 미디어영상학과의 놓쳐서는 안 될 강의들을, 3면에서는 권승태 전임대우 강의교수(미디어영상학과)에게 1인 콘텐츠의 대표 플랫폼 유튜브 제작 ‘꿀팁’을 들었다. 더불어 뜨거웠던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을 찾았다.


위드 코로나 단계에 진입하면서 오프라인 행사가 활발해지고 있다. 미디어영상학과 최대의 축제 ‘총장배 영상제’도 11월 5일 2년 만에 비대면 행사로 재개한다. 영상제는 영상 부문(단편영화·다큐멘터리·광고·초단편)과 사진 부문으로 진행한다. 영상제에 출품할 단편 영화 제작을 위해 전국 각 지역대학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학우들을 만났다. 이들은 왜 영상제에 참여할까? 어떤 주제 의식을 영상에 담았을까? 한창 후반작업을 하고 있는 전국 각 지역 미영씨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지역대학 가나다 순, 단체 부문 미참여 지역대학 제외).

 

「삼국사기」 미영의공부방(대구·경북)
‘전문가도 아닌데, 유튜브로 코인, 주식방송을 하는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의 사기 행각은 점차 대담해져, 부동산까지 확대된다. 자신이 브로커가 돼 계약금을 가로채기까지 하는데….’

 

「행복한 삶」으로 2021 영상제 대상을 수상했던 대구·경북지역대학의 미영의공부방은 올해도 어김없이 영상제에 출품했다. 그때의 멤버들에 충원된 인원이 함께 회의해 각자 쓴 시나리오 중 다수결로 선출한 「삼국사기」로 작업했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금융사기 문제를 어떻게 영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 작품이다.

 

지난해 대상 수상팀답게 기본적인 영상미의 퀄리티는 유지하면서, 팀워크를 최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작업했다.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초보자들도 이번 작업에 함께 하면서 화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촬영일 지정이었다. 각자 직장을 다니다 보니, 한번 촬영할 때 새벽 2~3시까지 강행군이 이어졌다. 4회차로 크랭크아웃했다.

 

이경수 회장은 “요즘 대구·경북지역도 신·편입생이 줄고 있다. 단톡방이 있지만, 과제 같은 필요한 정보 이야기만 오가는 게 아쉽다. 이번 영상제 참여를 계기로 내년, 내후년에도 대구·경북지역에서 출품을 이어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F32.2」 아이드마(서울)
‘주인공이 길을 가다 순간적으로 갑작스런 우울증을 경험한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는 주인공은 때마침 걸려온 친구의 전화를 받고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는데….’

 

전통의 강자, 서울지역대학 아이드마는 올해 조금 실험적인 작품을 준비했다. 스토리 전달에 중점을 뒀던 기존의 방식을 탈피해 영상미에 더 신경을 썼다. 대사로 전달하는 것보다는 주인공이 우울증을 느끼는 상태를 이미지로 표현하려 다양한 카메라 워크를 시도했다.

 

그런 점에서 작업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대본을 만드는 일이었다. 우울함을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대사 없는 화면 구성으로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면 가장 즐거웠던 건 역시나 촬영 현장이었다. 서로 만나기 힘들었던 학우들과 현장에서 어울려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촬영하다 보니 힘들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유현경 회장은 “영화 제목인 F32.2는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상 우울증을 뜻하는 코드명이다.요즘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는데, 이를 영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영상제 1등 욕심보다는 실험적인 이번 작품에 공감해주고 재밌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솔직히 앞선다”라고 말했다.

 


「처용탈」(가제)  ONE미디어(울산)
‘울산 지역에서 처용탈을 만드는 장인에 대한 이야기. 아직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한 장인을 울산 지역의 처용설화와 함께 알린다.’

 

단 4명뿐인 스터디이지만, 영상제 준비는 지난 5월 울산지역 미디어영상학과 학생회 임원진들이 의기투합해 스터디를 만들면서 일찍 착수했다. 미디어영상학과를 졸업했다면 자신이 직접 영상 한편 정도는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졸업과 무관하게 마음을 모은 것. 촬영을 6월에 마치고 후반작업에서 긴 분량을 10분 정도로 줄였다. ONE미디어는 이번 작업에서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를 적극 활용했다.

 

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장인 섭외 그리고 시간이었다. 모두 직업이 있는 상황에서 따로 시간을 내 대본을 만들고, 촬영, 후반작업을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역시나 ‘정말 촬영이란 걸 해봤다’라는 자부심이다. 스마트폰이 아닌 카메라를 들고 조명을 쳐가면서 하는 촬영은 짜릿한 경험이었다. 3학년 편입생 2명은 60대. 카메라를 만져본 적도 없고, 스마트폰 앱을 활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브이로그 등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번 영상제 출품의 또다른 결실이다.

 

송영규 회장은 “작년에 출품해 본선까지는 진출했다. 하지만 올해는 수상을 목적으로 열심히 작업했다. 올해 대상이 목표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굿빨」  JEJU Creators(제주)
‘젊은 직장인 주인공은 불면증에 시달리다 결국 회사도 퇴사한다. 바닷가 벼랑에서 몸을 던지려는 그에게 친구가 굿을 권한다. 굿에서 4·3사건으로 세상을 뜬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는데….’

 

제주지역대학의 제주크리에이터즈는 올해 작품 두 편을 준비했는데, 완성도가 높은 「굿빨」을 출품했다. 7월 말에 첫 기획회의를 열었고, 촬영은 8월 초에 마쳤다. 이들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존 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작곡했다는 점이다. 작곡한 학우가 실제 기타 연주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음악성을 높였다.

 

이번 작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즐거웠던 점은 모두 촬영이다. 절벽 아래 바닷가 굿판을 촬영하는데 무더위 때문에 준비한 미장센의 1/4도 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후시 녹음으로 다시 학우들을 만나면서 힘들었던 기억도 털어내고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 짓게 됐다. 서먹서먹했던 관계도 후반작업에서 모두 극복했다.

 

2021 영상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차지했던 김남수 회장은 “무속이란 건 오랫동안 인류가 살아오면서 축적된 하나의 문화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굿판도 살풀이의 연장선이며 축제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기다림」(가제)  이미지웍스(충북)
‘한글을 못 배운 말년. 전쟁통에 죽은 남편은 아내 말년에게 꼬박꼬박 편지를 보냈다. 이제 나이가 들어 한글을 배워가며 뒤늦은 남편의 진심을 확인한다.’

 

충북지역대학 이미지웍스는 올해 작정하고 단체전 출품을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19가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영상제 출품을 못하는 해가 생겼고, 올해가 아니라면 팀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에 강호준 회장이 발 벗고 나섰다. 연락이 되는 학우, 단편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은 학우라면 누구도 가리지 않고 만났다. 지난 학기 초부터 모임을 시작했고, 시나리오가 완성되면서 7월부터 대본 리딩에 들어갔다. 일찌감치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단편 작업에는 1~3학년 8명이 함께 했다. 아역으로 출연하는 중학생, 고등학생, 세 살 아이는 모두 학우들의 가족.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촬영 내내 ‘행복했다’는 점이다. 서로 배우도 했다가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하면서 촬영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너무도 더웠던 8월 말에 촬영을 하느라 전 배우와 스태프가 땀범벅으로 고생해야 했다.

 

강호준 회장은 “일부 지역대학이 정말 강하고, 많이 수상한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꼭 1등을 한번 해보고 싶다. 1등을 목표로 영상제에 출품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영상제, 끊임없는 도전 정신의 발로
김옥태 미디어영상학과 학과장은 “바야흐로 우리나라 콘텐츠의 세계화가 당도한 듯하다. 이런 성공에는 청년들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바탕이 됐다. 방송대 총장배 영상제도 이런 노력과 도전의 장이다. 대표적 K-콘텐츠인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도 총장배 영상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번 심사를 맡아 학우들의 작품에 좋은 의견을 전달했다. 이번 영상제에 참여하는 분들 중에서 ‘제2의 황동혁’이 나오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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