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글쓰기, 멈출 수 없는 도전

읽기란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관념의 작업이 아니다. 읽는 자의 감성과 경험, 지성과 교양을 꿰뚫는 체험이다. 강렬한 독서 체험은 쓰기를 부르며, 읽은 것을 씀으로써 그 체험은 다시 발산된다. 그리하여 좋은 읽기는 책을 가리지 않으며, 좋은 책은 수많은 2차 담화를 생산한다.


360편의 글 중 예심을 거친 72편의 2차 담화들을 대하는 심사 기준은 비교적 명확했다. 첫째, 읽은 것과 읽은 이의 삶을 어떻게 포개어 놓고 있는가. 둘째, 책과 더불어 어떠한 사고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그러나 간결한 심사 기준에 비해, 질을 양화해 우열을 매기는 일은 늘 편치 않은 작업이다.

 
심사 대상 글들은 모두 읽은 것과 겪은 것과 생각한 것을 중첩시켜 각자의 방식으로 진솔하게 펼쳐보였다. 응모자들의 진정성과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다만 내용 요약이나 개인사 어느 한쪽에만 많은 글자를 할애한 글, 책과 충분히 교감하거나 불화하지 않고 다소 일방으로 흐르는 글은 아쉽지만 배제했다. 그 이외에 선정된 글과 선정되지 않은 글, 특히 선정된 글들 사이를 가르는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박성실(중어중문학과 3)의 글 「한시의 아름다운 지도(地圖)」를 최우수작으로 만든 작은 차이가 있다면, 그의 글이 읽기가 ‘분투’임과 동시에 ‘즐김’임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또한 대상 도서인 『김성곤의 한시산책』을 읽어나가며 추상적인 문자의 세계와 읽는 이의 생생한 현재의 감정을 잇는 지점들을 능숙한 문장들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우수상으로는 다음의 글들을 골랐다.

 

『교육 대전환, 리더에게 묻다』를 읽고 쓴 이소영(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의 글 「리더가 말했다, ‘한석봉 어머니’ 스위치 꺼도 괜찮아」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시대가 처한 상황이 야기하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책과 더불어 궁리한다. 책에 일방적으로 해답을 요구하지 않는 지혜로운 시선이 눈에 띈다.

 

『고전시가수업』을 대상으로 한 원향숙(영어영문학과 4)의 글 「고전시가를 읽으며 랄라라」는 고전시 읽기의 어려움에서 시작해 자신만의 읽는 방식을 찾아내고 마침내 기쁨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고 소박한 말들로 채워 넣었다.

 

도전 부문에 응모한 김성준의 글 「담장 안에서 바라본 감옥」은 자신의 직업에서 비롯된 현장의 경험과 고민을 가지고 『감옥이란 무엇인가』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우리 사회가 그의 진중한 성찰에 성실히 응답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외 김란, 김예은, 박경희, 백남수, 소혜진, 장은조, 정미숙, 조병길, 조일선, 최사비 학우와 도전 부문 문예찬, 서현진, 유윤희의 글을 장려상으로 뽑았다.


수상자 전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응모자 모두 분투를 넘어 행복한 책읽기를 계속해 나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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