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글쓰기, 멈출 수 없는 도전

2022년 제46회 방송대문학상은 전 부문에서 고르게 당선작을 냈다. 올해 당선의 영예를 안은 학우들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이는 시·시조 부문 당선자인 박정주 학우(관광학과 3)였다.
그는 2020년 제44회 방송대문학상 현상 공모전부터 꾸준히 도전했다. 올해 시·시조, 단편동화, 에세이 부문에 응모, 시·시조 부문에서 유년의 기억 속 빛나는 예식장 건물의 이미지를 통해 인생 여행자의 성찰을 담담하게 그려낸「진우예식장」으로 당선됐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을 거머쥔 것이다.
그러나 박 학우는 일반 학우와 다른 게 하나 있다. 자유롭지 못한 영어(囹圄)의 몸이라는 것. 여주교도소에 수용된 그는 18년째 복역 중이기도 하다. 여주교도소에서 방송대 학업을 관리하고 있는 최철원 교위의 도움을 받아 박정주 학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여유 없이 일에 치이며 살았다. 물질적인 것이 전부라 생각했기에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교도소에 들어오고 18년을 살아보니 가치의 순서가 바뀌었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들을 앞으로의 시에 담아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본심 심사위원인 손택수 시인은 “박 학우의 수상은 방송대가 사회적 약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사례다. 굉장히 의미 있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철원 교위는 “올해도 학과 불문하고 많은 방송대 수용자들이 글쓰기에 참여했다. 그 가운데 박정주 수용자가 당선됨으로써 관심이 없었던 주변의 수용자들까지도 근래 글쓰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민간에서 주최하는 글쓰기 대회도 참여하는 등 열정이 넘치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주시고 만들어주신 방송대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작품을 보내고 ‘당선’까지 생각했나요
우선 제 시를 좋게 봐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흔히들 하는 말 같지만 저 또한 당선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시는 특별한 사람들만 쓰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이유는 시가 알아갈 수록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저와 같이 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를 써봐야겠다 생각하며 시작(詩作)을 했고 그 과정에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결국은 시행착오를 통해 제 자신만의 이야기를 채워나가는 법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풀어나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방송대문학상 현상공모는 어떻게 알게 됐는지요
2020년도에 여주 방송대에 왔고 매년 방송대문학상에 도전하시던 분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그 분의 응원으로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게 돼 기쁩니다.

여러 해 꾸준히 시, 에세이, 희곡, 단편동화 부문에 도전했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계획인지요
물론입니다. 시도 그렇지만 시를 쓰기 이전에 단편동화에 관심이 많았고 어른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생텍쥐페리의『어린왕자』같은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제가 쓴 동화에서 자신의 별로 돌아간 어린왕자가 다시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언제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지요? 또 시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시를 왜 쓰는지 궁금합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20년도 제44회 방송대문학상을 준비하면서 부터였습니다. 그때는 어렵고 특별한 단어를 사용해 남들이 이해하기 난해한 시가 되면 좋은 시라고 생각했었는데, 저부터 시가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래서는 아무도 제가 쓴 시를 찾지 않을 것 같아서 제가 가진 따뜻한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풀어 나가보자 생각하고 조금씩 수정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와 「별 헤는 밤」을 천천히 읽어보니 꾸밈없는 시인의 깊이와 그 감정이 느껴졌고, 그것이 위로가 필요한 지금의 우리들에게 힘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세 명이 참여하는 시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1주나 2주에 한번 모여 그 동안 쓴 각자의 시에 대해 시평을 합니다. 부족한 실력들이지만 그 안에서 모두가 진심이기에 도움이 많이 되고는 있지만, 지금도 저에게 시는 수수께끼입니다. 아직 풀어나가야 할 것이 많은 거죠.
시를 쓰는 동안은 물론 시 구절을 입에 머금는 지금도 ‘궁금증을 가지게 하고 흥미롭게 하는 시’가 좋은 것 같아요. 제한된 환경에서지만 어느 것보다 큰 활력이 되고 있는데, 아마도 이것이 제가 시를 쓰는 이유 아닐까요?

당선작은 「진우예식장」입니다. 본심 심사위원은 “서사와 이미지 그리고 스며드는 듯한 자연스러운 리듬과 어조로 시의 물리적 길이를 잊게 하는 시적 순간을 창조한다”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시는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나요
당선작 「진우예식장」은 제가 어릴 적 살던 동네에 있던 건물인데, 허름한 가게들 사이에서 이 예식장만 유난히 돋보였습니다. 대리석으로 치장돼 반짝이던 예식장이 그렇게 신비롭게 보일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때의 이미지가 저에게 깊이 남아서 제 어린 시절의 잊었다고 치부했던 감정들이 함께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시는, 삶을 풍요롭게 채우는 것은 지나간 일도 앞으로의 일들도 아닌,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있는 지금 이 순간으로, 인생의 여행자로서 희망과 기대감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어떨지를 말하고 있는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대는 어떻게 진학했나요
수년간 신·편입생 모집공고를 보기만 하다가 어쩌면 방송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 4년이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냈고 지금은 그 결심을 정말 잘했다 생각합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며, 예전보다는 조금 더 성장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제한된 여건에서 공부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요. 방송대 공부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요
물론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코로나 학번이다 보니 이곳에서의 말 못할 제약들이 많았지만 주어진 하나하나부터 해 나갔습니다. 꾸준히, 반복하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 같아요. 부족한 과목은 방에 들어와 보충했고, 결과가 좋은 만큼 하면 된다는 확신이 서 인생의 큰 공부가 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상금 120만원은 어떻게 쓸 생각인가요
그 동안 여러모로 여동생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12월에 여동생의 생일이 있는데, 이곳에서나마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생일을 챙겨주고 싶습니다. 따뜻한 겨울코트 사 입고 접견오라고 해야겠습니다.(웃음)

앞으로 어떤 시를 쓰고 싶은가요
계속해서 시를 쓰며 신춘문예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쓴 시가 누군가에게는 위로받는 시, 따뜻한 온기를 받을 수 있는 시가 되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시가 외면 받는 지금, 더욱 시를 써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라도 신춘문예에 당선이 된다면 방송대에도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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