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 명저 106선 해제

“인간 지성의 가장 위대한 과업은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해 보려는 노력이다.”(31쪽) 이 문장은『통섭(concilience)』(1998)이 왜 쓰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바로 학문의 대통합이다. ‘통섭’으로 이름을 알린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Edward Osborne Wilson, 1926∼2021)이 지난해 12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였던 그는『인간 본성에 대하여』(1978)와『개미』(1991)로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할 정도로 과학 대중화에 기여했다. 지구 생태계와 생물학적 다양성을 끊임없이 주창했던 윌슨은 여러 과학논쟁에도 참여했다. 윌슨은 평생 동안 430편 이상의 논문을 썼고, 400종 이상의 생물들을 언급했다. 윌슨은 앨라배마대에서 생물학 학사, 석사를 하고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번역자가 선택한 번역어 통섭은 “큰 줄기 혹은 실마리를 잡다”를 뜻한다. 그 기반은 사실이고, 방법은 생물학적 환원주의다. 여전히 소통과 만남, 융복합이 대세인 요즘, 큰 방향에서 윌슨의 예견은 탁월했던 셈이다. 『통섭』은 부제 ‘지식의 대통합’이 의미하듯,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사이에 통일성이 있다는 걸 주장한다. 윌슨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상부터 계몽주의, 현대 자연과학과 예술·종교이론까지 훑으면서 인간의 지식세계를 통시적·공시적으로 살폈다. 파편화 한 현대 지식체계에서 원대한 꿈을 꾼 것이다. 비슷한 예로, 현대 물리학자들이 중력·전자기력·약력·강력을 ‘통일장이론’으로 통합하려고 하거나, 중력과 양자론을 결합하려는 ‘만물의 이론’ 등의 시도가 대표적이다. 통섭은 원래 영국의 성직자이자 과학자였던 윌리엄 휴얼(William Whewell, 1794∼1866)이 귀납적 방법의 차원에서 제시했던 개념이다. 휴얼에 따르면, 귀납의 통섭은 한 부류의 사실에서 얻은 귀납이 다른 부류의 사실에서 얻은 귀납과 일치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뉴턴은 케플러의 법칙을 이용해 태양의 중심력과 분점(춘분점·추분점)의 세차운동(기울어진 지구 자전축이 회전하는 운동)을 설명했다. 하지만 휴얼의 통섭과 윌슨의 환원주의적 통섭은 다르다.『통섭』을 번역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둘의 차이를 “냇물이 흘러 강으로 합쳐지는 통섭과 뿌리와 가지를 연결하는 줄기로서의 통섭”으로 구분했다. 학문은 다른 학문들과 합류되는 게 아니라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뜻이다.사회생물학과 학문의 통섭 영어 ‘concilience’는 ‘더불어 넘나듦(jumping together)’을 의미한다. 번역어 통섭은 “큰 줄기 혹은 실마리를 잡다”를 뜻한다. 그 기반은 사실이고, 방법은 생물학적 환원주의다. 사회 전 분야에 여전히 소통과 만남, 융복합이 대세인 요즘, 큰 방향에서 윌슨의 예견은 탁월했던 셈이다. 과연 이 세계에 통일된 질서는 있는 것일까?『통섭』의 1장은 제랄드 홀튼 하버드대 물리학·과학사 교수의 ‘이오니아의 마법’을 설명한다. 이오니아의 마법은 세계가 질서정연하며, 일부 자연법칙들로 설명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만물은 물로 구성돼 있다’라고 주장했던 탈레스가 바로 이오니아인이었다. 아인슈타인 역시 ‘이오니아인’이었다고 윌슨은 적었다. 1장에서는 과학과 종교가 둘 다 이 우주와 인간의 역할을 설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장 ‘학문의 거대한 가지들’은 과학의 기술·발견이 다른 분야에 어떻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학문의 융합과 교육의 문제를 다뤘다. 3장 ‘계몽사상’은 17∼18세기 위대한 사상가들을 통해 과학적 지식에 의한 인권과 사회 진보를 논한다. 4장 ‘자연과학’은 과학이 자의적인 문화적 구성물이 아니라 객관적 진리를 결정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5장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그리스신화 속 영웅 테세우스가 반인반우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미로에 들어간 얘기를 통해 과학과 여러 다른 학문들을 비유한다. 과학은 제1원리에서 다양한 연구 분야로 확장된다. 6장 ‘마음’은 뇌 생리학 측면에서의 의식과 감정, 인공적인 인간 마음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7장 ‘유전자에서 문화까지’는 문화의 기본 요소인 밈을 통해 유전자와 문화의 관계를 조명한다. 특히 인간 행동에 내재된 성향이 어떻게 문화의 보편성에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8장 ‘인간 본성의 적응도’는 인간 본성과 후성 규칙(진화적으로 생존을 위해 터득한 방법),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를 설명한다. 짝짓기와 가족구성, 양육이라는 집단 문화는 그 집단이 지닌 유전자가 영향을 끼친다는 해석이다.  9장 ‘사회과학’, 10장 ‘예술과 그 해석’, 11장 ‘윤리와 종교’는 사회과학이 자연과학의 발견과 기술을 통합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살펴본다. 특히 11장은 도덕적 신념이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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