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기말평가의 추억

종종 친구나 지인들과 취미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기꺼이 나의 취미 중  으뜸은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취미가 공부라니 말도 안 된다며 내가 수 년 동안 방송대 학생 신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들은 확인하듯 따지며 묻는다. 그럼 당연히 올 A학점이겠네? 천만의 말씀이다. 오래 전이지만 선명하게 ‘F학점’을 두 번씩이나 받은 경험을 기억한다. 물론 그건 내 안일함의 소산이기도 했고, 공부하는 요령과 방법을 제대로 몰랐던 까닭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지역대학임에도 공통과목의 경우는 두 세 개의 강의실을 터서 확장해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학생 수가 많았다. 몸살과 고열을 감내하면서도 출석수업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모기소리 같은 내 출석점호가 정확하게 반응됐는지 확인도 못한 채 수업을 마쳤다. 며칠 후 퇴근하자마자 달려간 시험장에서 감독관의 출석 기록이 없어 시험 응시자격이 없다는 황당한 설명에 눈물을 머금고 시험을 포기했던 아픈 기억이었다.

 

지금도 어쩌다 그때 공부하던 

도서실 주변을 지나게 되면 그 때의
동동거림과 열정이 되살아나 가슴이 뛴다.

기출문제와 강의 자료를

열심히 섭렵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씩 문제가 보인다.


어쨌거나 나의 방송대에서의 시간들은 국립대학의 명성에 맞는 교수진의 강의와 잘 만들어진 교재와 함께 지식과 지혜의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며, 공부를 즐김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학습의 즐거운 누림 뒤에 그것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지고 채워주는 기말평가라는 객관적이고 조금은 엄중한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흔들림 없이 온전한 자신의 실력으로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름 암기력의 자신감에 오만했던 나는 잠도 아끼며 시험공부를 했다고 느긋하게 기말평가 시험지를 받아들었을 때의 그 당황스러움이란! ‘마치 세탁기 속을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시험 문제지를 받으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 공부를 지지하는 동생에게 하소연처럼 곧잘 토로하던 말이다. 막연히 한 공부는 막연한 결과를 낳을 뿐인 것을.


‘반복학습이 기적을 만든다’라고 한다. 이 말은 학습의 황금기라는 초·중학생에게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다. 2개 학과를 거쳐 세 번째 학과의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나의 경험에 의하면 이미 사춘기와 청춘기를 넘긴 우리 모두에게는 더욱 절실한 필요의 말이다. 잠들기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전에 주요 부분을 집중 공부하고, 다음날 아침 눈 뜨면 곧바로 간밤에 공부한 것들을 다시 복습하면 학습 효과가 한층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몇 년 전 기말평가를 사흘 남겨두고 중요한 일로 서울을 다녀와야 했다. 공부가 부족해 불안했지만 열차를 타고 오가는 시간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2년간의 기출문제와 각 강의 챕터의 전반부에 보여주는 ‘학습개요와 학습목표, 정리하기’를 A4 용지 양면에 출력해 소지하면서 읽었다. 교재나 워크북에 비해 구겨도 좋고 낙서를 해도 좋으니 공부가 훨씬 용이했다. 차창 밖 풍경과 열차 안의 사람들은 그 이미지들과 함께 연상 기법으로 떠올리게 되어 꽤 좋은 학습 효과를 건질 수 있었다.


직장을 마무리하고 작은 사회적기업에 1년여 다니는 기간에도 나는 방송대 학생이었다. 시험기간이면 샌드위치나 주먹밥 도시락을 싸서 회사 근처의 유료 도서실로 달려가 1시간을 황금같이 사용하며 공부했었다. 지금도 어쩌다 그 부근을 지나게 되면 그 때의 동동거림과 열정이 되살아나 가슴이 뛴다. 기출문제와 강의 자료를 열심히 섭렵하다 보면 이제는 조금씩 문제가 보인다. 시행착오와 반복 그리고 집중의 효과일까? 이제 시작하는 학우들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곧 자신만의 방법으로 학습의 기쁨을 찾아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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