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아주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바다를 향해 달리던 차 안에서〈KNOU위클리〉방방톡톡 원고청탁 문자를 받았다. 중년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2022년 독서분투기 시상식에 참석해서 여러 가지 느낀 점이 많았기에 원고청탁은 마치 기다렸던 친구의 소식처럼 반가웠다.


어느새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의 청명함, 빛을 향해 춤추는 파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조수석에 앉은 나와 달리 운전석의 친구는 간간이 웃음 띤 얼굴로 왼쪽 차창을 내다보며 운전에 집중했다. 이미 한 권의 에세이집 출간으로 지난 삶을 충실히 성찰한 친구였다. 한 친구는 일찌감치 귀향해 농사를 지으며 산다. 또 다른 친구는 손바느질과 재봉틀로 침구류와 인테리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나는? 달리는 내내 방송대와 내 삶을 생각해보았다. 무엇보다 얼마 전 있었던 2022 독서분투기 시상식에서 깊은 내면에 숨어 있던 ‘나’와 마주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곳 그 자리에서 나는 어른이면서도 그냥 ‘책 읽는 아이’에 머물러 살았던 나를 인정하면서 행복했다. 무엇보다 읽고 쓰는 그 자체를 좋아하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이 세상을 향해 말을 건 날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멋진 친구들처럼 나도 부패하지 않는 중년의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세월을 통해 몸에 밴 전문가적 태도와 권위는 달콤한 위험이다. 새롭게 향유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와 도전에 눈멀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2018년 방송대에 입학하지 않았더라면 내면의 나와 조우하는 일도, 그런 나와 새롭게 잘살아 볼 결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방송대는 내게 낯선 세계를 향해 열린 문이다. 방송대를 다니면서 습작을 지속하고, 영어를 공부하고 영문학 작품을 읽는 일이야말로 내 삶의 새 지도를 그리는 일이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가 달리는 길 내내 푸른 바다가 나란히 달렸다. 친구와 나는 우리를 기다리는 또 다른 친구들을 향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규정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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