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이색 입학홍보 현장

내년 1월 4일까지는 방송대 2023년 1학기 신·편입생 모집 기간이다. 방송대는 잘 알려져 있듯 전국 13개 지역대학과 34개 학습관을 이용해 온·오프라인 학습이 가능한 대학이다. 이 말은, 전국 47개 거점에서 신·편입생 모집 홍보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입학 시즌이면 각 지역대학 학생회가 주축이 돼 다양한 학교 홍보를 펼친다. 올해는 안양시학습관 중어중문학과 학생회(회장 원영혜·중문 3, 이하 안양 중문학생회)가 먼저 이색 홍보 전략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안양 중문학생회는 지난 10월 10일(월)부터 12월 15일(목)까지 ‘제1기 방송대와 함께하는 시민문화교실’을 열고 있다. 안양시에 거주하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 강좌로 △초급중국어 △초급한문 △서예 △수묵화와 캘리그라피 등 4개 부문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원영혜 학우가 전체 강좌를 기획, 관리하며, 왕칭치 학우(중문 4)가 초급중국어를, 황유주 학우(중문 4)가 초급한문을, 안태호 중문학과 동문이 서예, 양순영 학우(중문 3)가 수묵화를 담당한다. 이제 시민문화교실도 며칠 뒤면 모든 강좌가 마무리된다. 지난 2일 안양시학습관을 찾아 무료 강좌에 나선 학우들을 만났다(경기서예협회 이사로 있는 양순영 학우와 안태호 동문은 이날 외부 일정이 있어 만날 수 없었다).

방송대의 전국 지역대학, 학습관 등이

서로 협력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유하면 분명히 방송대 이미지 제고와

홍보, 신·편입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방송대에 청춘이 있구나!”
오랫동안 중국 관련 사업을 해오던 원영혜 안양 중문학생회장은 2018년 방송대 중문학과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이번 무료 시민문화교실 개설에 안병국 경기지역대학장과 송준호 안양시학습관 행정실장의 아이디어가 한몫했다고 공을 돌렸다.
“방송대에서 공부하면서 중국을 좀더 체계적으로, 넓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혼자 공부만 할 때는 잘 몰랐는데, 학생회 일을 하면서 배운 것을 함께 공유하고, 이를 통해 방송대를 더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안병국 학장님과 송준호 행정실장님이 ‘시민 강좌’를 통해 방송대를 지역사회에 좀더 알리면 어떻겠냐는 힌트를 주셨는데, 우리 학생회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시민문화교실을 열게 됐어요.”
무료 강좌에 선뜻 뛰어든 학우들 모두 저마다의 참여 동기가 있었다. 초급한문을 담당하는 황유주 학우는 안양시학습관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돼 내년부터 궂은일을 도맡게 됐는데, 이를 위해 졸업까지 유보했다. 사업을 하던 황 학우 역시 배운 것을 시민들과 나누면서 더 큰 보람을 맛보게 됐다고 말하면서, ‘방송대에 청춘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은퇴 후에 뭔가 할 일이 마땅치 않더라고요. 저희 집안이 한학을 해왔는데, 주변에서 중문학과 진학을 권유했어요. 제가 방송대 입학했을 때 깜짝 놀란 게 있었어요. 뭐냐면, 당시 저와 동갑이신 학우님이 학생회장을 맡고 계셨어요. 그걸 보고 ‘아, 방송대에 청춘이 있구나’, 이걸 느꼈죠. 올해 제가 70세입니다. 우리 나이에 학생회장도 할 수 있다니 놀랍잖아요. 그게 계기가 돼, 이렇게 저도 뒤늦게 학생회장까지 하게 된 거죠. 시민문화교실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앞으로 학생회 일도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대만 출신인 왕칭치 학우는 안양과 과천 등지에서 오랫동안 중국어를 가르쳐왔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하려면 중문학과에 진학해 어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걸 체감했다. 하지만 일반 대학의 경우 등록금이 너무 비싸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미국에서 MBA 과정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포기했던 그는 한국에 와서도 일반 대학 진학은 비싼 학비 때문에 좀처럼 생각할 수 없었다.
“성당 수녀님께서 방송대에서 공부하셨어요. 그분이 저에게 방송대 중문학과를 소개해주셨는데, 학비가 너무 저렴해서 놀랐어요. 제가 아무리 원어민 중국어를 가르친다고 해도, 중국어의 문법적 특성을 한국어로 체계적으로 설명해주지 못하면,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방송대 중문학과에 진학했는데, 공부해 보니 학습 커리큘럼 등 모든 게 우수하더라고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지금, 정말 방송대를 만난 게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일거양득 효과 더 키우려면
그렇다면 이들은 왜 무료 시민문화교실에 뛰어든 것일까? 원 회장은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렸다고 말한다. “안양시학습관 주변의 시민과 방송대 학우들에게 학습관 공간을 개방해서 교양과 생활에 밀접한 다채로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맛볼 수 있게 한다면, 지역 내 제1 대학으로서의 자긍심도 높일 수 있고, 방송대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했죠.”
공인 한자 1급 자격증과 한문 지도사 1급 자격증을 소지한 황 학우는 “배우기만 할 때는 몰랐는데, 직접 시민들과 만나 강좌를 진행하다 보니, 방송대 중문학과 공부가 참 훌륭하다는 걸 거듭 알게 됐어요. 학교 홍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초급한문의 교재는 ‘추구집(推句集)’이다. 추구집이란 시인묵객들이 애송하던 시구(詩句)를 모아놓은 오언절구(五言絶句) 시집을 말한다. 황 학우는 “좋은 시 구절은 반복해서 외우기 좋죠. 초급한문 수강생의 절반은 일반 주민들인데, 매우 즐거워하면서 한문의 새로운 맛과 의미를 공부하고 계십니다”라고 귀띔했다.
초급중국어의 경우, 수강자 대부분이 중국어를 처음 접하기 때문에 발음을 위주로 교육하고 있다. 수강자 대부분이 50~60대로, 정말 열심히 한다고 왕칭치 학우는 말한다. 서예, 수묵화, 캘리그라피는 붓과 친해지는 게 중요한데, 3개월 과정의 짧은 교육 일정에도 열의가 대단해 벌써 체본의 임서를 절반 가까이 쓰고 있다고 한다.
이번 강좌를 총괄하고 있는 원 회장은 “수강자들 일부가 방송대 입학을 고려하고 있는 건 틀림없어요. 그렇지만 지역 주민들께서 여전히 방송대 과정을 잘 모르신다는 걸 재확인했어요. 좀더 체계적인 방송대 홍보가 필요한 것 같아요”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안양 중문학생회의 시민문화교실과 같은 무료 강좌 프로그램을 방송대의 전국 지역대학과 학습관이 함께 협력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지난해 제정된 「방송통신대법」에도 방송대를 평생교육기관으로 명시하고 있잖아요. 저희가 이번에 시도한 시민문화교실과 같은 프로그램이야말로 평생교육의 기초단계라고 생각해요. 지역대학, 학습관 등이 서로 협력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공유하면 분명히 방송대 이미지 제고와 홍보, 신·편입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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