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

2022년 한해가 저물고 있다. 세밑일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정리와 구상에 들어간다.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이라면, 계속 일할 것인지, 잠시 숨을 고를 것인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호응을 얻으며 글로벌 현상으로 확산 중인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은 왜 생겨났을까? 1면에서는 경영학의 한 분야인 조직행위론 측면에서 조용한 사직에 대해 최세연 교수가 분석한다. 2면에서는 경영학과 연중 최대 행사인 ‘비즈니스모델개발경진대회’에서 학우들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구상한 신사업 아이디어와 함께 이에 대한 교수진의 코멘트를 들어본다. 3면에서는 창업과 전문경영인을 꿈꾸는 경영학과의 모든 것에 대해 선우혜정 경영학과 학과장이 설명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일이 곧 삶은 아니며, 당신의 가치는 당신의 성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난 7월 미국의 한 엔지니어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이 영상이 20~30대 직장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일명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실제로 퇴사하는 것은 아니고, 정해진 업무시간에 정해진 일만 하는 소극적인 업무 방식을 의미한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에 팬데믹의 영향까지 겹쳐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도 ‘조용한 사직’이 유행이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게 된 근본적인 그리고 구조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조용한 사직’이 유행입니다
용어는 최근에 등장했지만 현상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수년 동안 직원의 업무몰입 저하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었죠. 다만, ‘조용한 사직’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기자님은 왜 MZ세대가 조용한 사직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나요?

 

도구적인 측면에서는 인터넷이나 SNS처럼 자신의 생각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겼다는 점이 있겠고요, 다른 하나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무언가 큰 변화의 흐름이 일어나는 시점 같아요.
맞아요. SNS가 부상하면서 표현력의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저희 세대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 앞에서 이렇게까지 이야기해도 되나 싶었는데, MZ세대는 스스럼없이 내보이는 게 있죠. 그리고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셨는데요. 사실 저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 ‘때’가 온 것 같아요. 그 가운데 코로나19의 영향도 컸다고 보고요. 정신적·신체적 안정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일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기존의 방식으로는 통하지 않는 한계에 봉착한 거죠. 그간 기업이 너무 사람을 갈아 넣는 시스템이었는데, 이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된 거죠.

 

조직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이시군요.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적인 측면도 있지만, 먼저 조직문화를 짚어야 해요. 예전에는 회사가 중심이었어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처럼 ‘너희는 회사가 시키는 대로 따라라’, ‘일 많이 하면 성과급 준다’라는 논리였습니다. 한국 사회의 경제성장 속도가 상당히 빠른 반면, 조직문화는 그렇지 못했어요. 아직도 이런 시각을 견지한 기업들이 많고요. 이미 인적자원관리 패러다임은 변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고유자원으로 사람을 보는 관점이 중요하게 됐어요.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전 방식을 계속 고수하다 보니, ‘조용한 사직’이 등장하게 된 겁니다. 결정적 계기가 코로나19였고요.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 vs ‘나 때는 의무감 갖고 주말 사내 단합회에도 적극 참여했다’는 의견이 충돌합니다. 누가 아니 뭐가 문제인 걸까요?
이걸 문제라고 보는 시각 자체가 문제죠.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희생했으니, 그렇지 않은 MZ세대가 용납이 안 됩니다. ‘저들은 하는데 나 때는 왜 못했을까’ 하는 억울함이나 보상심리도 있겠죠. MZ세대는 완전히 다른 세대죠(표 참조). 중심이 회사에 있는가, 자신에게 있는가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세대 간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죠. ‘나는 했는데, 너는 왜 나처럼 안 해?’ 이게 기성세대의 가장 큰 불만일 겁니다. MZ세대는 ‘내가 왜?’ 이게 가장 크겠죠. 조용한 사직은 일을 안 한다는, 태업이 아니에요. ‘나는 주어진 만큼만 하겠다’, ‘추가 업무를 시키지 말라’ 이건데요, 문제라고 보면 안 되죠. 자기의 역할과 책임을 분리하고, 분명히 하고자 하는 욕구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거라고 봐요. 갑자기 수면 위로 드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존재해 왔던 거죠. 이제는 정말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요즘 ‘애사심’이라는 단어만으로 MZ세대를 잡아두긴 어려워 보입니다.
두 가지를 말하고 싶어요. 우선 배경은 평생직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조직 정체성 측면에서 회사와 나를 일치시키는 ‘일체감’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것들이 없어요. 이직은 너무 당연하죠. ‘N잡러’도 존재해요. 예전에는 ‘조직몰입’이라고 했죠? 조직 자체에 헌신하는 걸 말하죠. 지금은 ‘직무몰입’ 시대입니다. 자신의 경력, 커리어 패스를 따라 회사는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는 경향이 강해진 거죠. 사실 MZ세대도 힘들어요. ‘조용한 사직’을 하려고 해도 일을 시키지, 안 하면 사람 마음이 불편하지, ‘저는 갈래요’ 하고서 아무 생각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래서 이 질문을 ‘어떻게 하면 MZ세대들이 조용한 사직을 넘어 좀 더 일에 몰두할 수 있을까?’로 변경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이건 동기부여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MZ세대에게 동기부여는 정말 중요하죠.
‘빅터 브룸의 기대 이론’을 소개할게요(표 참조). 조직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은 ‘노력-성과-보상-개인 목표’로 구성됩니다. 노력을 통해 성과가 생기고, 그 성과에 근거해 조직은 보상을 하죠. 그리고 보상은 개인의 목표 달성과 욕구 충족에 기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기대 이론인데요. 각각의 단계에서 문제가 생겨서 일을 하지 않는 겁니다. MZ세대는 주관이 뚜렷해요. 천편일률적인 보상으로는 욕구와 목표를 충족할 수 없죠. 각 구성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거기에 맞는 보상을 해주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조용한 사직’ 중인 MZ세대가 변해야 할 필요성도 있을까요?
MZ세대가 20년에 걸쳐 있어요. 5년만 차이가 나도 다른데 말이죠. 세대를 연속선상에서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그룹으로 낙인찍고 문제라고 바라보면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세대에 대한 논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말씀드릴게요. 첫째로 MZ세대가 시야를 좀 더 넓게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MZ세대는 일단 손해를 안 보려는 경향이 있어요. 다른 사람이 더 많이 받으면 불공정하다고 하는데, 공정성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둘째로는 회사를 단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 돈을 받아가는 곳만으로 한정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의 거의 대부분입니다. 돈 받기 위해서만 일한다면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나요? 회사에서 내가 얻어갈 수 있는 것은 보상뿐 아니라 업무 경험일 수도 있죠. 그런 관점의 변화도 필요할 거라고 봐요.

 

임원진을 비롯한 기성세대의 태도 변화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일단은 기성세대가 유연해질 필요가 있죠.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좋겠어요. ‘나는 윗사람이고 너는 아랫사람인데 왜 내 말을 따르지 않는가?’라는 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인간적인 존중’ 안에서요.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다양성인데, 다양성에는 문화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세대별 다양성도 포함됩니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존중할 때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조직문화 이야기가 나오죠. 변화해야 한다고 계속 말합니다. 현직자들이 그래요. ‘가장 윗분들이 바뀌어야 한다’라고요. 스타트업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대기업 기성세대들은 산업화의 주역들인 경우가 많죠. ‘내가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우리 회사가 성공했는데’라는 마인드가 강하니 잘 안 변해요.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요.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죠.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조직이 바뀌지 않으면 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그 흐름대로도 괜찮았고, 꽤 성공적이었지만, 지금도 보장되는 건 아니에요. 그게 인적자원관리 측면에서 ‘조용한 사직’으로 나타나는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나요?
정말 기본적인 건데요. 업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왕이면 구성원 개개인에게 맞는 보상을 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워라밸’이죠. 많이 말이 나온다는 건 잘 안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직장생활과 일상의 균형이 중요하단 걸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 친구는 왜 이렇게 워라밸을 중시해?’가 아니라 워라밸이 모두에게 중요한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해야죠. 그리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좋은 상사를 둔 직원이 조용한 사직을 하는 확률은 3%’인 반면, ‘나쁜 상사를 둔 직원이 조용한 사직을 하는 확률은 14%’였습니다. 결국은 상사 문제에요. 퇴사의 첫째 이유가 바로 상사와의 관계인 거죠. 정말 윗분들이 바뀌어야 ‘실질적 사직’과 ‘조용한 사직’을 둘 다 막을 수 있다고 봐요. 조직문화에 존중, 신뢰의 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상사들은 안 바뀌지 않나요?(웃음)
그러면 도태되는 거죠. 지금이 중요한 계기인 시점입니다. 이 사안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은 당장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나게 돼 있다고 봅니다. 직원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회사가 고객을 제대로 대우할까요? 현대 소비자들은 사회 이슈에 민감해요. 최근 직원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던 SPC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죠. 부당한 행위를 많이 했는데, 이 영향이 회사 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을 통해 굉장히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점점 강화되면 강화되지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예요. 결국 기업의 생존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윗분들, 조직에서 팀을 이끄는 분들이 이런 점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MZ세대들이 원하는 것은 ‘경험’, ‘의사결정권’과 더불어 ‘성장’입니다. 기업 조직에서 이런 부분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여기서 조직문화 이야기가 또 나오게 됩니다. 반복된 이야기지만, 기존의 초과근무를 강요하면서도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회사에 무조건적인 헌신을 강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죠. 통용되지도 않고요. 장기적으로는 기업 생산성이 저해되고 생존까지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배경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포브스>에서 조사한 ‘조용한 사직에 대응하는 3가지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직원에게 학습 시간을 제공할 것, 둘째는 직원을 팀 업무에 참여시킬 것, 마지막은 공감과 의사소통 등 대인관계 능력을 업무의 우선순위로 정할 것입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면요.
첫째로 직원의 학습에 대해서요. 일은 일대로 교육은 교육대로 따로 하는 게 아니라, 업무시간 내에 교육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확충할 필요도 있어요. 지금까지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도 있었지만, 급여를 제공하고 일을 시킨다는 관점에머물러 있는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을 기업의 고유한 자원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투자하고 키워갈 자산으로 여기는 거예요. 최근 인적자원관리의 흐름이기도 합니다. 직원의 교육에 들이는 시간과 돈을 아까워하지 말고, 성장해서 큰다면 기업으로서도 굉장히 좋은 자산을 확보하게 되는 거죠.

 

두 번째, 팀 업무 참여에 대해서도 MZ세대들은 할 말이 많아요.
그렇습니다. 요즘은 권한 위임이 트렌드죠? 예를 들어 고객 클레임이 발생했다고 합시다. ‘제가 이 정도 보상해드릴게요’라고 할 수 있다면 재량권이 있는 건데, 그게 없어서 ‘매니저에게 물어보고 올게요’라고 답하는 순간 고객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팀 업무 참여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에요. 현장에서 고객을 대할 때부터 시작하는 거죠. 팀 업무 시작할 때 발언권을 주는 것처럼요. 신입사원이 주어진 대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대표가 신입사원에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정성 역시 예전에는 보상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에서 요즘은 어떤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가로 초점이 이동했어요. 회사가 의사결정을 할 때, 끊임없이 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 문화가 보급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감과 소통인데요. 이게 성장과 관련된 건가요?
네. 우린 사람이지 버튼 누르면 작동하는 기계가 아니잖아요. 사람은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관계에 영향을 받아요.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너무 막연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서로 간의 존중, 신뢰, 공감이 있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해요. 이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굉장히 많은 문제가 소통에서 실패하면서 발생하거든요. MZ세대들이 답답해하는 것 중 하나가 ‘내 아이디어가 창의적인데 왜 예전 방식만 강요하지?’ 같은 거예요. 이런 조직에서는 기업이 한 단계 나아갈 가능성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신입사원이라고 해서 아이디어가 없는 게 아니거든요. 신제품 개발에도 혁신적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요. 오히려 MZ세대를 끌고 가는 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소통방식에 있어서 기존방식의 회식이나 면담만을 고수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다 보니, 조직의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이 중요해 보입니다. 인적자원관리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지, 또 ‘조용한 사직’을 방지하기 위한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설명해주신다면요.
일단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근무환경이 달라졌어요. 주4일 근무제 이슈도 나오고 있죠? 미국, 유럽에서는 조금씩 시동을 걸고 있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주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연장하려고 합니다. 기업의 논리, 경영자의 논리죠. 굉장히 우려스러운 지점입니다. 조사해 보니, 우리나라 업무 생산성이 OECD 38개국 중 27위더라고요. 이것 때문에 주52시간제도가 도입된 건데 말이죠. 원래 주52시간도 주40시간에서 12시간 초과근무를 허용한 시간인데, 마치 52시간이 주어진 업무시간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고요. 업무시간이 길다고 생산성이 높은 게 아닌데요.

 

주5일제 도입될 때 사회적 논란도 컸죠.
그 당시 기업의 반발이 엄청났어요. 언론도 이러다가 나라 경제가 망할 거라는 논조의 기사를 쏟아냈고요. 그렇지만 지금은 주5일제는 아주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주52시간 그리고 주4일제 논의의 핵심은 일을 길게 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가는 시간에 생산적으로 일을 하자는 거죠. 그런 면에서 오히려 조용한 사직이 잘 맞는 것 같기도 해요. 부정적으로 명명한 것 같지만, 일을 효율적으로 하자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으니까요.

 

과도한 업무시간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증명됐습니다.
계속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이 바로 건강 문제입니다. 실제로 IT나 테크, 게임 업계는 몇 날 몇 일을 밤새워서 프로젝트를 완료하거나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탄력근무제를 적용한다지만 건강이 상하죠. 심지어 기계도 이렇게는 안 써요. 기계를 돌리면 식히는 시간이 필요한 건데, 사람을 그렇게 몰아넣으면 번아웃, 즉 심리적 탈진은 물론 심혈관계질환의 발생위험이 높아져서 과로로 인한 사망 사고까지 발생합니다. 직원 개인뿐만 아니라요, 직원은 기업의 자산이자 투자해야 할 자원인데, 이런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손실이 될 겁니다. 이런 점을 회사들이 너무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서 답답한 면도 있습니다.

 

인적자원관리 학문도 최근 이런 경향을 반영하고 있나요?
고성과 작업시스템(High Performance Work System)이라고 하죠. 전략적 인적자원관리를 먼저 말하면, 예전에는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정도 즉, 노무 관리 정도에 그쳤어요. 이제는 기업의 전략과 인적자원관리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겁니다. 기업의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볼 때 사람을 함께 관리하는 것,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고성과 작업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제도 간 시너지를 중시해요. 주요 원칙 중 하나를 네 개로 나눠 설명하면요. 평등주의와 참여. 정보공유와 신뢰, 지식개발, 성과와 보상의 연계입니다. 앞서 했던 이야기들이 결국 이 시스템으로 오는 거죠.

 

그런데 이 시스템이 재무적인 성과도 있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2019년 12월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직원개발에 전략적 투자를 하는 기업은 인력 유지 가능성이 2배 높고, 수익성은 11% 향상된다’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사람에 투자하는 걸 손실로 생각하는 경영진도 있지만, 재정적 성과도 있다는 결과가 나온 거죠. 사람에게 심리적, 물질적 투자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거니까요. 그래서 사실 이것도 연구 측면에서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무현장과 이론 연구 환경은 어느 정도의 시차가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겠죠. 그렇지만 결국은 이게 다 연결돼 있습니다. 인적자원관리시스템이 뼈대라면 조직문화는 살이에요. 같이 가는 겁니다.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소개해주세요.
두 기업을 소개하고 싶어요. 우선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이라는 미국의 저가 항공사입니다. <포춘>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도 차지한 기록이 있어요. 1971년에 설립됐고, 업계에서는 여객운송 기준 3위 회사인데,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47년간 흑자 성장했습니다. 2021년에도 흑자 전환했고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굉장히 인상적인 것이 ‘고객이 1순위, 직원은 0순위’라는 문구입니다. 몇 가지 비결을 볼게요. 일단 회사가 직원 행복을 추구하는 ‘행복경영’을 합니다. 또한 직원을 가족처럼 챙기는 ‘가족경영’을 하고요. 창업주가 산업전략을 구성할 때 고객, 주주, 직원 중 직원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해요. 둘째로는 ‘유머경영’입니다. 채용 절차에서도 유머감각이 좋은 사람을 채용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래요. 셋째가 ‘존중경영’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직원은 0순위’라는 말에 포함된 거 같아요.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잘 된다는 걸 실천하고 보여주는 기업이라 소개드립니다.

 

둘째로는 우리나라의 유한킴벌리입니다. 수평적이고 협업하는 문화로 유명하죠. 코로나19 때는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스마트워크 3.0으로 다양한 사무공간을 제공했어요. 또한 직원 생애주기에 따른 인사제도 및 조직문화가 인상 깊습니다. 입사 전 가정에 꽃, 케이크 배달부터, 근로 단계에서는 개인의 비전에 따른 다양한 경력 개발 경로 제공과 함께 성과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죠. 유연근무제는 물론 재충전휴가도 있어요. 직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실천하고 있죠. 또, 직원 설문조사를 기본적으로 2년마다 실시하다가 연 2회로 변경했어요. 설문조사라는 선별도구 선정부터 참여 독려까지 굉장히 귀찮은 일일 수 있는데도 계속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도출된 직원의 의견을 잘 반영한다는 점을 높게 샀어요.

 

공기업과 사기업 사정이 다르고, 평생직장이 없는 상황에서 좀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리기도 합니다.
기업은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다들 말하지만, 당장의 생존이 걸려 있잖아요. 코앞밖에 보지 못하는 상황도 이해할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은 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낭만적인,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장 현실에 반영되지 않는다 해도요. 노동시간부터 변화하는 암담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누군가는 말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경영학과 교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조용한 사직 중인 학생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요. 
말이 조용한 사직이지, 사실 일과 삶의 경계 이야기 아닌가요? 저는 우리가 ‘워라밸’보다는 ‘워라인’(work and intergration)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워라인은 일과 삶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관점인데요. 왜 여러분들이 조용한 사직을 생각하는지 저는 공감합니다. 그동안 너무 사람을 갈아 넣는 문화였고. 그걸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대가 나타난 거죠.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변해야 하는 것도 맞는데, 조용한 사직 중인 분들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거예요. 일이 급하니 퇴근해도 연락이 오고, 부대끼고 힘들겠죠. 그래서 조용한 사직을 굳게 결심하는 사람, 또는 마음에만 품고 있는 사람으로 나눠질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일과 삶이 별개가 아니라 같이 간다고 봐요. 일상의 많은 부분을 회사와 함께 하잖아요. 회사 말고 일에 초점 맞춰보세요. 조금 멀리, 본인의 커리어 개발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이 안에서 경험을 쌓고 자산을 쌓을지 고민하길 바라요. 그리고 기준을 하나 세우면 좋겠어요. 자신만의 목표와 비전이 있을 테고, 그것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일을 해나가면 좋겠다고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지금 몸담은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우고 떠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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