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로 무위도식할 수는 없다.
실적에 연연하지 않겠다. 방향만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
수적천석(水滴穿石)의 가르침대로
한 걸음씩 목표를 향해 걸어가겠다.
세말이 되면 한 해 동안 폐를 끼친 주위 분들에게 사은카드라도 한 장 보내고 싶어 먹을 갈기 시작한다. 필방에서 파는 먹물을 쓰면 편리하지만 먹은 손으로 갈아야한다는 가르침에 따른다. 먹은 최소 15분 이상을 갈아야하는데, 이 15분이 어찌 그리 지겨운지 몇 번이나 분침을 확인하게 된다. 단 15분이 이렇게 지겨운데 나는 어느 듯 한 해라는 두터운 달력을 뜯어내고 92번째 새로운 새해를 바라보게 됐다.
내 앞에 놓인 한 해를 먹을 갈 듯이 순간순간을 의식하며 살고 싶다. 즉 단순한 공간적 존재에서 벗어나 언젠가는 사라지는 유한한 시간적 존재로 살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투리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하겠다. 30분이라면 웬만한 일은 한 단락 지을 수 있는 황금보다 더 귀한 지금이다.
1학년 때는 신입생의 사기를 돕기 위한 전략인지는 모르지만 어영부영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2학년이 되면서는 점차 대학인으로서의 손색없는 자질을 담금질 하는 매질로 교육방침이 진화한 것 같은 느낌이다. 교과서 전 범위에 걸친 이해도 평가에 따라 종전의 문제 풀이정도로는 감내하기 어렵게 됐다. 밑줄 긋기, 쪽마다 여백에 요약을 기입하는 등 내 나름의 속독 기법을 개발해 교과서 전반에 걸친 반복 학습이 필요해졌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고 반복 학습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신외무물(身外無物)이라 했다. 내 건강이 없으면 어떤 재물도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건강은 자신의 꾸준한 섭생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새해에 실행할 나의 긴요한 건강처방은 건치만치(健齒萬治)다. 건강한 치아는 만병을 고친다. 이를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치과의사와 자신의 계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주 2~3회 하던 영농작업을 계속하는 일이다. 표정으로 말하는 작물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힘들기는커녕 즐겁기만 하다. 그로인해 전원에서의 적당한 노동은 숙면의 요인이 되고, 숙면은 심신 피로 회복이라는 상승효과를 낸다.
글쓰기는 내 평생을 두고 저버릴 수 없는 숙제다. 제46회 방송대문학상 당선작들의 글과 심사평을 읽으면서 절묘한 구성과 지혜의 심오함을 한없이 부러워했다. 백련천마(百鍊千磨)로 새해에는 대망의 백패를 꼭 쥐고 싶다.
그리고 나는 또 한 가지 합죽선을 만드는 별난 취미를 갖고 있다. 매번 만들어 보아도 졸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명년에는 품질제고를 기약해 본다. 선산의 왕대로 부챗살을 만들고 거기에다 나름의 서예로 재단한 종이를 붙이는 작업이다. 흔한 동영상을 보면서 장인들의 흉내를 내보지만 결과는 황상 아쉽다. 금년에는
꼭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주위에 나눠주고 싶다.
이렇게 공부하랴, 건강 챙기랴, 취미를 살리랴 욕심을 부린 것 같지만 어느 하나 뺄 수 없는 절박한 필수과제다. 계획만 세워 놓고 작심삼일로 무위도식할 수는 없다. 실적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방향만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 수적천석(水滴穿石)의 가르침대로 한 걸음씩 뚜벅 뚜벅 목표를 향해 걸어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