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時與知 시대를 여는 지식 네트워크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과거가 있지만, 그걸 삶의 자산으로 삼는 역사는 인간만 갖고 있다. 다른 동물은 자연에 적응하면서 살지만, 인간은 삶의 경험을 정보로 전환하는 집단학습의 역사를 통해 자연을 인간에게 맞도록 변화시키는 문화적 존재로 진화했다.

 

우리가 아는 모든 정보는 과거다. 현재의 우리는 과거로부터 왔고,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현재의 우리가 무엇인가는 과거에 대한 지식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걸 근거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는가? 변화의 속도가 늦고 정도가 작았던 시대엔 가능했다. 인류 역사는 부모와 자식 간의 세대교체로 전개됐다. 기성세대의 경험과 지식을 미래세대에게 전수하는 집단학습의 전형으로 인간이 만든 삶의 프로그램이 교육이다.


대략 25만 년 전쯤 출현한 현생인류는 대부분의 시간을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이라 믿는 시대를 살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면서 집단학습 방식이 전도됐다.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지식을 연결하는 문명 시대에는 부모 세대가 아들 세대에게 새로운 정보를 배워야 한다.


종래 인간 집단학습의 기본모드는 옛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었다. 그것은 과거 지식을 전범(典範)으로 삼고 현재적 삶의 방향을 정하는 공부법이다. 여기엔 과거-현재-미래가 연속적이란 전제가 함축돼 있다. 삶의 방식에 큰 변화가 없었던 전통 시대에는 그러했다. 하지만 정상과 비정상이 계속해서 바뀌는 뉴노멀(New normal)의 문명 조건 속에선 온고지신 공부법은 치명적인 한계를 가진다. 변화의 속도와 크기가 초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알고 있는 과거의 지식으로 모르는 미래 문제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꼰대’는 경험의 함정에 빠진다.


기존 지식의 프레임에 갇혀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징후를 포착하지 못하고 중대한 위기에 빠지는 문제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가 ‘블랙스완’이다. 인류 문명사의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의 분기점을 낳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블랙스완’의 전형이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위기는 지구온난화로 초래될 인류세 대멸종이다. 인류세(Anthropocene) 인류 생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46억년 지구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종래의 역사공부는 문자 발명 이래 기껏해야 5천년의 인류 과거에 대한 지식에 한정됐다. 그런 얄팍한 지식으론 138억년 전 빅뱅까지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주의 빅히스토리와 연결된 지구 역사의 문제를 풀 수 없다.


인간이 공부하는 이유는 모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이 모르는 것을 앎의 영역으로 확장해 인간이 창조한 지구 역사의 새로운 지질시대가 인류세다. 그런데 그런 공부의 정점이 인류 멸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우리는 최근에야 알아냈다. 신생대의 인류가 중생대의 공룡처럼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인가? 아직은 모른다. 왜냐면 그것은 인간이 하는 공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백년 전 사람은 우리가 지금처럼 살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인류세는 인류 문명의 종말이 아닌 리셋(reset)의 계기가 돼야 한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 우리의 한계면서 희망이다. 1억 5천만년을 살았던 공룡에게도 대멸종은 일어났고, 그에 비하면 아직 지구의 신생아인 인류에게도 멸종은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인류는 그 전에 ‘지구생활자’로서 삶을 끝내고 우주로 나갈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처럼, “우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하지만 그런 희망을 가지려면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공부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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