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내내 TV 뉴스에서는 한파가 몰아친 미 대륙, 겨울더위에 당황해하는 유럽을 비추는 화면들이 이어졌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이상기온 현상들이다. 모두 기후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8월 초,〈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인류 멸종 등 기후변화의 재앙적인 결과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실렸다. 과연 기후위기는 강 건너 불, 먼 나라의 일이기만 할까? 커버스토리 1면에서는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의 의미를 짚고, 2면에서는 온실가스 감축노력과 함께 ‘적응’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들어본다. 3면에서는 기후변화를 환경문제의 틀에서 정리한 방송대 교재 『생명과환경』의 주요 내용을 공유한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기후위기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앞에
닥쳐온 위험 상황이라는
인식 전환을 공유해야 한다.
2022년 11월 6일부터 15일 동안 이집트의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에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렸다. 폐막일은 18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는 별도의 기금 신설 문제를 놓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의견을 좁히지 못해 이틀을 더 연장해서 최종합의문인 「샤름엘셰이크 이행계획(Sharm El-Sheikh Implementation Plan)」을 채택하고 20일 폐막했다.
이번 총회에는 198개 당사국과 산업계, 시민단체 등에서 3만여 명이 참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 문제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채택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당사국총회 정식의제로 채택됐으며, 제27차 당사국총회 기간 내내 치열한 협상 끝에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를 위한 기금(fund)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기후위기의 배후는 온실가스
기후 연구자들은 기후위기에 배후에 ‘온실가스’가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지난해 6월 ‘2021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6억 7천960만톤 예상’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국내에서 배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 온실가스 배출량 6억7천960만톤의 약 87%인 5억9천60만톤은 ‘에너지’에서 나왔다. ‘에너지=온실가스’라고 단순화할 수 있을 정도다.
온실가스는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의 산업체에서 화석에너지(석탄과 석유, 가스)를 사용할 때 많이 배출된다. 가장 많이 배출하는 건 발전 부문이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21년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비중을 보면, 공공 전기 및 열 생산(32.7%), 수송(14.4%), 철강(14.3%), 그 외 에너지(11.2%), 화학(7.8%), 산업 공정(7.5%), 가정(4.7%) 순임을 알 수 있다. 결국, 국내 온실가스 3분의 1은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결론이다. 기후 연구자들과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이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여 소비를 줄이는 것을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첫 번째 연료’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 혹은 기후위기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상이다. 산업화 이후로 인류가 지구를 뜨겁게 만들었다는 진단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계명대 지구환경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는 김해동 교수는 잘 알려진 기상학자다. 그는 작년 4월 ‘기후위기 시민특강’에서 ”기후위기로 대변되는 환경문제는 선택의 문제다. 고비용과 불편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저비용, 편리를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다. 시민 환경교육이 중요한데, 공유지의 비극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걸 공유해야 한다. 개개인의 욕망을 자제하고, 자기 책임을 다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김 교수가 가장 두렵게 여기는 것은 슈퍼태풍의 내습이다. 국내 댐들의 홍수조절 역량을 훨씬 웃도는 강수량을 동반하는 이들 슈퍼태풍이 닥치면,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 역시 기후위기와 관련해서 대학들에서 이렇다 할 ‘기후교육’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온실가스 문제와 관련, 방송대가 학교 차원에서 실천가능한 방안을 효율적으로 살려내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2월 방송대는 9년 연속 온실가스 감축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했는데, 2022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율 32%의 2배인 65.3%를 감축해 국·공립대학 중에서 가장 높은 감축률을 실천했다. 환경부 평가 결과에 따르면, 방송대는 태양광 발전기를 현재 총 19개소까지 설치하고 태양광 발전 설비 총량 847kW에서 연 549Mw의 전기를 생산해 자체 소비하고 있다. 이는 방송대 1년 전력 사용량 9,088Mw의 6%에 해당한다.
미래를 만드는 기후교육과 시민행동
바로 이 대목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질문할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소개한 ‘기후위기와 싸우는 것을 도울 수 있는 10가지 방법’도 참조할 수 있다. UNEP가 권유한 10가지 방법이란 △기후위기 이야기 퍼뜨리기 △정치에 대해 압박하기 △교통수단 바꾸기 △전력 사용 줄이기 △식단 조정하기 △지역의 지속가능한 상품 구입하기 △음식 낭비하지 않기 △기후친화적 옷 입기 △나무 심기 △지구 친화적 투자다. 발전소, 슈퍼태풍이나 여름과 겨울의 이상기온, 탄소중립법과 같은 큰 내용이 아니더라도, 실 생활 속에서 개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UNEP이 제시한 10가지 방법 가운데 ‘기후위기 이야기 퍼뜨리기’, ‘정치에 대해 압박하기’가 첫 번째, 두 번째 실천항목에 놓인 게 조금 의아스러울 수 있다. 이는 기후위기를 막연한 문제로 인식하는, 문제 회피 심리가 대중적 인식 저변에 깔려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일 수도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만 해도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에 ‘손실과 피해’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국가 간에도 이럴진대, 나라 안에서 시민이 정치권을 압박해 올바른 에너지 정책, 환경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2017년에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2019년에는 고성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2020년 여름, 54일간 이어진 사상 최대의 장마와 홍수를 경험했다. 2021년에는 동해안 일대에 산불이 번졌고, 전남과 경남 지역은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서울 강남과 영등포 일대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기후위기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앞에 닥쳐온 위험 상황이라는 인식 전환을 공유해야 한다는 신호들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과 인간의 의미
1996년 국내 서점가에 소개된 『제6의 멸종 (The Sixth Extinction)』(리처드 리키·로저 르윈 지음, 황현숙 옮김, 세종서적)은 생명의 역사는 진화의 법칙에 따른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공박하며 인류 문명이 불러올 ‘제6의 멸종’을 경고한 책이다. 다세포 생물이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캄브리아기 이래 오늘날까지 5억여 년의 진화기 과정 중에 생태계에는 다섯 차례의 대량 멸종 사태가 발생했으며, 한 번의 멸종 사태가 있을 때마다 생태계는 전면적인 변화를 맞았다. 제6의 멸종은 호모 사피엔스를 계승한 우리 인류의 멸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4년 『여섯 번째 대멸종: 부자연스러운 역사(The Sixth Extinction: An Unnatural History)』를 쓴 작가 엘리자베스 콜버트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인류의 가장 오래 지속되는 유산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면서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방송대 교재 『생명과환경』의 저자인 이필렬 교수(문화교양학과)도 기후변화와 관련, “현재와 같이 성장과 기후변화 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을 제안한 바 있다. 결국 기후위기가 던진 질문은 간단하다. 지속가능한 삶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행동하자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