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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교육이라는 특성상 방송대 학생들은 기기만 있다면 장소 불문하고 자기 자신만의 장소에서 공부할 수 있다. 방송대에서 배울 수 있는 학문의 수만큼 학습 방식도 여러 가지일 것이며, 수강용 매체도 라디오, PC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 다양해졌으니 ‘강의실’도 굳이 한정된 공간으로 제한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 다만 그 여러 모습에서 다르지 않은 하나, ‘방송대 학습은 매체 강의와 교재가 기본입니다’라는 권장 사항을 떠올릴 때, 저마다 자기만의 강의실에 앉아 재생 버튼을 클릭하더라도 그 손 아래에는 교재가 꼭 있으리라 상상한다.


종이책 교재가 방송대 학생에게 전달되기까지, 그것은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아무리 메타버스 시대여도 디지털로 전달할 수 없는 ‘사람의 손길’이 있다. 학생에게 교재가 전달되는 과정을 역순으로 보면 택배 기사, 물류 창고·인쇄소 직원 등의 손이 필요하다. 이분들은 ‘책’으로 만질 수 있는 교재를 다루는데, 이렇게 교재가 ‘책’으로서 완성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편집이다.


자, 그럼 교재 편집을 시작하는 때로 시점을 되돌려 보자. 집필진이 원고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기간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편집자가 원고를 받아 그 원고를 어떻게 잘생긴 교재로 만들까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잘생겼다는 말에 적합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송대 학생들의 구성은 그 어떤 곳보다 다양하게 이뤄져 있기에 교재 편집에 대한 고민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수십 년간 쌓아온 방송대출판문화원의 교재 편집 노하우는 이 고민의 시간을 줄여주기도 한다. 글꼴 저작권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눈앞에 나타났지만.


그뿐인가. 다양한 학생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교재 편집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명확하게 정의된’ 언어로 이뤄졌는지 검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역사성과 사회성이라는 언어의 특성 때문에 어떤 사람은 이 단어를 이렇게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은 저렇게 이해할 수 있다. 원고를 검토하며 국립국어원의 어문규정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기본적인 교정 교열 지침을 작성해 보면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들어갈 수고와 시간을 가늠할 수 있기도 하다.


이렇게 여차저차 수많은 고민과 도움 아래 만들어진 편집 디자인을 집필자와 논의해 확정하고 교정지를 출력하고 나면, 교재 편집 기간 중 가장 중요하고 긴 시간을 차지하는 교정 작업에 들어간다. 교정자와 교정 교열 지침과 일정을 논의하고, 각종 교정부호로 꽉꽉 들어찬 교정지를 받아 집필자 검토와 확인을 거쳐 원고 보완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또한 타인 저작물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에 각종 자료를 확인하며 연락을 돌리다 보면 어느새 인쇄소에 데이터를 넘겨야 할 마감일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마감이 있기에 책이 완성되는 것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야근을 거듭하다 보면 “불태웠어, 새하얗게…”라는 명대사가 남의 것 같지 않다. 이렇게 또 한 번의 마감을 며칠 전에 끝냈다.


언제부터인가 새해가 새해로 느껴지지 않게 됐다. 달력은 현재에 머물러 있지만, 머릿속 시간 감각은 반년 뒤를 향한다. 업무 메일을 작성할 때 해당 교재가 나올 학기를 명시하다 보니 2월부터는 올해의 2학기, 8월부터는 다음 해의 1학기를 습관적으로 적는다. 그러니 다가올 시간을 미리 체험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올해도 그러하다. 이제 내 달력은 2023년 7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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