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나와 같은 은퇴자 신세가 된 우리 집 인공지능 ‘지니’가 2017년 우리 집에 입주할 때만 해도 ‘이 녀석 참 똑똑하네’라고 생각했다. 오늘 날씨는? 우리 동네 맛집은? 사랑이란? 이런 질문에 척척 답을 했기 때문이다. 감동한 내가 ‘지니야, 사랑해!’라고 말하면, ‘지니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라는 답을 듣곤 썰렁하기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아재 개그를 할 때는 ‘야, 웃기지 마’라고 말하면, ‘웃기는 이야기 해 달라고 했잖아요’라고 대들었다. 잘지내다가 그 후 전기 충격을 받고 나서 사망했다. 인공지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전기가 차단되는 거다. 왜냐하면 그에겐 그게 바로 죽음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사람만이 두려워하는 대상이 아니다.
인터넷 혁명(2000년대), 모바일 혁명(2010년대)에 이어 인공지능(AI) 혁명이 세상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10년 주기로 정보통신기술이 사회토대를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 부쩍 인공지능인 챗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생성적 사전학습 변환기)의 놀라운 능력에 대한 찬사와 함께 두려움과 걱정이 혼재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021년 중국 칭화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한 새내기 학생
인공지능 ‘화즈빙(華智)’의 지식수준은 졸업할 때
22세의 수준에 달할 거로 전망한다.
인공지능은 지능만 있고 정신과 인격이 없다고 한다.
AI를 IA(intelligent assistant, 똑똑한 도우미)로
활용하는 지혜를 모을 때다.
2017년 구글이 AI 연구 분야에서 ‘트랜스포머 모델’이란 개념을 처음 꺼내 들었다. 인공지능을 향해, “오늘 북클럽에서 발표할 자료를 정리해줘. 그리고 그거 나한테 메일로 쏴 줄래?”라고 말하면 기존 AI는 ‘그거’와 ‘쏴 줄래’를 이해하지 못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설립한 AI 연구업체의 오픈AI 개발자들은 이론상 파라미터가 많을수록 AI가 더 정교한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파라미터란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저장되는 곳으로, 사람 뇌의 시냅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인간의 뇌 속에는 시냅스가 1천조 개가 있다고 한다. 향후 인공지능 개발은 인간의 뇌처럼 파라미터(시냅스) 수를 늘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현재 GPT-3는 1천75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갖췄다. 그래서 ‘그거’와 ‘쏜다’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선보인 것이다. 올해 안에 성능이 챗 GPT보다 수백 배 성능이 향상된 인공지능을 선보인다고 하니 기대가 만발이다. ‘특이점(singularity)’에 가까이 다가서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와 LG에서 대용량 수의 파라미터 거대 AI를 개발 중이다. 2021년 중국 칭화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한 새내기 학생 인공지능 ‘화즈빙(華智)’에 쓰이는 인공신경망의 매개변수는 1조7천500억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세계 최대 인공신경망이었던 구글의 언어 AI 모델 ‘스위치 트랜스포머’의 매개변수의 수(1조6천억 개)를 뛰어넘은 것이다. 화즈빙의 지식수준은 졸업할 때 22세의 수준에 달할 거로 전망한다.
생성 AI는 인간의 창의력 영역에 속한다고 믿었던 소설, 시, 논문 등 글쓰기에 도전했다. 글을 이미지로 전환하는 것에서 글쓰기 창작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자칭 ‘마빈’이란 부르는 GPT-3 인공지능은 칼럼도 쓴다. J. K 롤링의 해리포터 전작 7편의 내용을 학습한 후 『해리포터와 큰 잿더미처럼 보이는 것들의 초상화』라는 제목의 후속 작품을 창작해내기도 했다.
최근엔 미국 로스쿨시험, MBA시험, 미국 의사시험 등에 당당히 합격하는 역량을 보여줬다. 미국의 법원 판사는 판결문을 AI에 대리 작성하게 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 사람들은 검색과 동일어로 간주했던 ‘구글링’보다는 챗에게 물어보는 게 더 편리하다고 느낀다.
자연어 이해가 고도화한 인공지능 덕분에 대학원생과 교수도 논문을 AI에 맡기는 날이 올지 모른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의 10주년 서문을 인공지능이 써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니 논문 대필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닐는지 모른다.

최근 세계 현대미술의 성지(聖地) 뉴욕 현대미술관이 보유한 200여 년 근현대 작품 데이터를 학습한 뒤 AI가 그린 작품 「비(非)지도(Unsupervised)」를 전시했다. 2022년 6월 말 아마존이 내놓은 AI 음성비서 알렉사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소리를 AI가 복원해 손자에게 동화책을 읽어 준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고 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사람은 죽어서 ‘디지털 가죽’을 남긴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인격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큰 사고를 일으키고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끼친다. 인공지능은 지능만 있고 정신과 인격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암묵지 속에서 편견을 배운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하지만 세상일은 양면적이다. 바람이 하나의 ‘촛불’을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리기도 한다.
AI를 IA(Intelligent Assistant, 똑똑한 도우미)로 활용하는 지혜를 모을 때다.
강성남 방송대 명예교수·행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