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50·500 발전기금 모금 프로젝트 선포식’(이하 50·500 발전기금)이 열린 것은 1월 6일(금)이었다. 사회수요 맞춤형 교육, 특히 첨단·융합 학과(학부) 신설을 겨냥한 의제였다. 발전기금은 간단하게 말하면, 대학의 지속적인 발전에 필요한 재원 조성을 위해 대학 전 구성원과 동문, 기업 및 외부인이 출연한 현금 등을 말한다. 방송대뿐만 아니라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이 발전기금 모금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실이다. ‘미래를 만드는 발전기금’을 커버스토리로 잡은 것도 이 현실을 직시해서다. 1면에서는 방송대 발전기금 참여 동문과 현황 그리고 발전기금 확대를 위한 방안 등을 짚고, 2면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 대학가의 발전기금 현황을 살폈다. 3면에서는 최근 출범한 ‘50·500 발전기금’의 의미와 진행을 들여다보면서 김흥진 50·500 발전기금 사무총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방송대 발전기금에는
감동 스토리가 가득하다.
한 동문은 중국식당을 하면서
동네에 짜장면을 배달해
번 돈을 발전기금에 기탁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혜화동 방송대 대학본부 1층 로비의 서측 벽면에는 방송대 발전기금을 기탁한 이들의 명판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기탁자들은 일반 재학생에서부터 졸업한 동문, 교수, 동문 기업인 등 각양각색이다.
국고 지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국의 사립대학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발전기금 코너를 따로 운영하면서 기금모금에 적극 나서왔다. 사립대뿐만 아니라 국·공립대도 마찬가지다. 방송대 역시 학교 홈페이지(fund.knou.ac.kr/fund/index.do?epTicket=LOG)에 코너를 두고 발전기금을 장려하고 있다.
방송대가 내건 발전기금 기치는 △학술활동 지원 △장학금 지원 △학습환경 및 시설 개선 △지역대학 및 학과 발전 등 네 가지다. 발전기금은 우수한 학생 유치, 뛰어난 교수 초빙, 학습친화적인 시설 확보 등을 바탕으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렛대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발전기금은 단순히 대학만이 아닌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까지 제고하는 효율적인 투자로 불리기도 한다.
발전기금은 목적사업을 전제로 한다. 방송대 발전기금재단은 목적사업으로 △교육 및 연구활동 지원 △장학사업 △원격교육기반조성 △교육·연구·복지후생 시설 확충 △도서 및 연구기자재 확충 △국내외 학술교류 및 학술회의 지원 △교직원 연수지원 △평생교육프로그램 지원을 제시하고 있다. ‘고등평생원격교육기관’으로서의 방송대 성격을 반영한 방향임을 알 수 있다.
동문가족에서부터 학부모까지 참여
발전기금에 동참한 이들은 누굴까? 대학본부 1층 로비에 부착한 명판을 보면, 1백만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 기탁자들이 새겨져 있다. 박용 ㈜박문각 대표와 김준일 ㈜락앤락 회장(행정학과) 한국방송통신대 학보사 등이 5억원 이상의 발전기금을 기탁했다. 김용현(법학과) 동문 가족, 김종원(행정학과), 김효준(경제학과), 박인주 ㈜제니엘 대표이사 등이 1억원 이상을, 류수노 제7대 총장, 임경자(법학과), 장시원 제5대 총장과 이람 캠프모바일(주) 대표이사 등이 5천만원 이상을 기탁했다.
1천만원 이상 기탁자 명단에 오면, 기탁자들이 교직원에서부터 교재 저자 가족, 학부모, 동문, 학생회 등으로 훨씬 더 다양해짐을 알 수 있다. 고재순(교직원), 교육학과 역대학생회, 구재옥(가정학과 교수), 김재호·오판규(『화학의 완성』 저자 가족), 대학노조(한국방송통신대지부), 민경렬(학부모), 손현례 제16대 서울총동문회 회장, 안산시흥 컴퓨터과학과 동문회 등의 이름이 보인다. 이런 다양성은 5백만원 이상, 1백만원 이상 기탁자 명단에서 더욱 확대된다. 요컨대, 교직원, 정년퇴임한 명예교수, 학생회장, 재학생, 학부모, 일반 동문 등이 그야말로 ‘십시일반’으로 발전기금 마련에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발전기금, 감동 스토리 찾아야
그러나 방송대 발전기금재단의 연도별 발전기금 모금현황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는 걸 파악할 수 있다. 방송대 구성원들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지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모금현황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합계로 보면, 2020년 7억3천189만3천200원, 2021년 7억1천212만9천747원, 2022년 6억6천360만9천660원으로 감소했다. 기금용도별로 보면, 일반기금의 낙폭이 컸다. 물론 지역대학기금, 장학사업, 시설개선(도서관건립) 등에서는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런 사정은 방송대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대학들마다 발전기금을 확대할 수 있는 ‘묘수’를 찾는 이유기도 하다. 기업 PR 등 광고심리를 전공한 A대학의 교수는 “발전기금을 확대하려면 ‘감동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라고 주문한다. 그는 “대기업이나 동문 기업인으로부터 거액의 기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 누구나가 ‘나도 동참할 수 있다’는 심정적 공감대를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감동 스토리를 발굴하는 것도 좋다”라고 귀띔했다.
예컨대 한 동문은 중국식당을 하면서 동네에 짜장면을 배달해 번 돈을 발전기금으로 기탁했다. 금액도 상당했다. 가족의 이름으로 거액의 발전기금을 내놓으면서도 인터뷰나 기사화를 거절한 동문도 있다. 매달 일정 금액을 발전기금으로 자동이체하는 이들도 많다. 은규호 동문은 지금까지 122회에 걸쳐 1천220만원을 기탁했으며, 임희 동문 역시 150회에 걸쳐 꾸준히 기탁해왔다. 누구나, 적은 금액이지만 꾸준히 발전기금으로 기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종의 ‘롱테일 법칙’인 셈이다(롱테일 법칙은 주목받지 못하는 다수가 핵심적인 소수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기탁자에 대한 품위 있는 예우
또 하나, 기탁자에 대해 좀더 품위 있게 예우하는 것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10여년 전, 국회법제사법위원회가 내놓은 「대학 발전기금의 투명성 및 효율정 제고를 위한 입법방안」 정책연구 보고서(연구책임자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간이 다소 바래긴 했지만, 여전히 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연구보고서는 ‘대학측으로서는 감사의 표시로서 최대한 예우를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예우로 들 수 있는 것은 감사 편지, 기념식 개최, 기금조성에 관한 연차보고서 자료 송부, 기념물 제작 또는 기념홀 헌정, 교육프로그램 무료 참가 배려, 부속병원에서의 무료검진 및 우선적 이용, 장례식 및 제사 봉행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지적도 담겨 있다. “대부분의 기부자들은 돈이 많아서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문화에 대한 남다른 의식과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거부 자산가보다는 성실하게 살아온 그리고 재산을 근검절약해서 모은 분들이 흔쾌히 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예우 문제에 대한 전담 직원을 두고, 이 교직원으로 하여금 기부자에 대한 상시 관찰과 배려를 함으로써 기부자가 대학발전기금을 출연한 사실에 대해서 기쁨과 함께 자긍심을 느끼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발전기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그 혜택은 국민과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새로운 감동 스토리를 이어가야 할 때다. “후배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도록 80만 동문이 모두 함께 뜻을 모아 기금모금에 참여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방송대 설립 정신이자 교육이념의 실현일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민에게 평생교육의 기회를 주는 방송대를 만드는 데 우리 동문들께서 앞장섰으면 좋겠다”라고 ‘발전기금 동참’을 호소하는 박인주 방송대발전후원회장(제니엘그룹 회장)의 말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