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소재한 한 사립대학은 “대학에 대한 투자는 곧 국가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대학발전기금 모금에 동참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후원자이면서 수혜자가 되는 길입니다”라고 발전기금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2022년 5월 〈머니투데이〉는 “기부금이 상위권 대학에 몰리는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공립과 사립을 통틀어 전국 대학교 기부금 순위에서 서울대가 1위를 차지했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2위와 3위를 기록했다”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이 기부금을 많이 받는 현상은 사립대에 더 확연했다. 2020년 기준 378억원을 유치한 고려대가 1위다. 2위는 연세대가 326억원, 3위는 성균관대가 314억원을 기록했다”라고 알렸다.
여기서 말하는 ‘기부금’이 정확히 ‘발전기금’에 해당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기부금을 광의의 발전기금으로 본다면, 기부금은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학에 쏠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방대로서는 기부금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됐다.
대학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교직원과 동문·
지역주민들의 소액 기부가
꾸준히 이어졌다.
국·공립대도 발전기금 감소세
그렇다면 국·공립대의 사정
은 어떨까? 〈서울경제〉가 2022년 4월 각 대학발전기금재단을 통해 확인했던 내용을 보자. 이 매체가 10개 거점 국립대의 2021년 발전기금 모금액을 조사한 결과, 총 1천167억원을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가 677억원으로 가장 많고 전남대(119억원), 강원대(95억원), 충남대(58억원), 경북대(46억원), 부산대(44억원), 경상대(41억원), 전북대(35억원), 충북대(34억원), 제주대(17억원) 순이었다(표 참조).
그러나 교육부 대학알리미가 제공하는 2022년 국·공립대 발전기금회계 예산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수치는 다소 상이하다. 그럼에도 서울대가 580억원의 기부금을 유치해 전국 46개의 국립대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327억원으로 2위, 전북대가 149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는 강원대 106억원, 경북대·충남대 100억원, 전남대 98억원, 부산대 55억원, 충북대 51억원, 제주대 40억원 순이다. 방송대는 13억원이었다.
분명한 것은 국·공립대 기부금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2019년 1천524억원이던 거점 국립대 기부금은 2020년 1천171억 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21년에도 감소세를 이어 1천1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낙폭이 적었던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교직원과 동문·지역주민들의 소액 기부가 꾸준히 이어진 결과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발전기금 기탁과 관련, 1천만원 미만 기부의 경우 세 공제를 늘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개인 기부금의 경우, 1천만원 미만은 근로소득세 15%, 1천만원 이상은 30%을 세액 면제하고 있다. 바로 이점에 착안해서 대학가에서는 1천만원 미만의 기부금에 대해서도 감면세율을 30%로 상향하자는 목소리를 낸다. 소액 기부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게 ‘세제 지원’이란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올해 전국 국·공·사립 191개 대학 중 12곳(6.3%)이 등록금을 인상했다고 발표해 파장이 일었다. 등록금을 올린 12곳 중 국·공립대는 8곳(20.5%), 사립대 4곳(2.6%)이었다. 등록금 동결이란 오랜 불문율에 과감히 반기를 든 것이다. 그만큼 재정 자구책 마련이 절박해졌다는 뜻이다.
연세대 ‘윤동주기금’ ‘런어스기금’ 독특
그렇다면 대학들이 전개하는 발전기금 모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부분 목적사업을 전제하고 있기에,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사업을 겨냥한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세대의 경우, ‘윤동주기금’과 ‘Learn Us 기금’이 눈에 띈다. 전자는 윤동주의 귀한 흔적 및 관련 문화 산물들을 모아 원형 보존 및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윤동주 기념관 및 주변을 새롭게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으며, 후자인 런어스는 고등교육 수준의 콘텐츠를 공유해 배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연결함으로써 ‘배움의 평등과 기회’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양대는 ‘Club 동행한대’와 ‘바이오메디컬센터 신축기금’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자는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한양 미래 인재 육성을 다각도 지원하는 장학금 후원자들의 모임”이다. 후자는 미래전략 분야 집중 투자로 2030년까지 국내외 선도연구기관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기금이다. 단기적 목표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해외 대학들, 기부금으로 친환경 투자
한국의 대학보다 훨씬 더 유연하게 자산운용이나 투자가 가능한 미국 대학가의 경우, 기부금과 관련된 흥미로운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기부금 총액 자체가 천문학적 금액이라 가능한 일이다.
특히 기부금 펀드 운용 자산이 대략 419억달러(53조원)으로 추산되는 하버드대의 경우, 2021년 기부금으로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말 것을 주장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있었다. 하버드대 기부금 펀드 운용사가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비중은 전체 기부금의 2%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은 ‘친환경 경제’에 지원할 것을 대학당국에 요청했는데, 2021년 당시 하버드대 총장으로 하버드대 기부금 펀드를 운용하는 하버드 매니지먼트의 대표를 겸임한 래리 바코우는 대학 홈페이지에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업체에 투자하지 않고 있으며, 미래에도 투자할 계획이 없다”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하버드대 동문과 재학생은 2012년부터 하버드대 기부금을 화석연료 투자에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왔다. 2012년 8월 ‘디베스트 하버드(Divest Harvard, 하버드 투자철회)’란 학생 조직은 캠퍼스에서 정기적으로 시위를 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 기부금을 화석연료에 투자한 곳은 하버드대 말고도 여럿 있다. 이들 대학에서도 하버드대에 앞서 화석연료 투자 중단 요청이 있었다. 캘리포니아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이 화석연료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럿거스뉴저지주립대도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대열에 합류했다. 예일대도 ‘윤리적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친환경적 투자를 밝혔다. 예일대의 윤리적 투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예일대의 투자를 받으려면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활동을 해야 하며, 기후변화를 늦추려는 정부의 정책과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
대학이 기부금 운용을 통해 대학의 미래를 설계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이며 실천적인 방향으로 사회변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