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음식과 권력

『삼국지』 하면 떠오르는 것이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지극한 정성으로 제갈공명을 책사로 모신 삼고초려, 전장으로 떠나는 제갈량의 심정과 의지를 담은 출사표,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천만의 장강 적벽전투다. 적벽전은 후일 무수한 문인들에 의해 장엄하게 그려지고 노래로도 불렸다.『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바탕으로 창작된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적벽가」는 관우가 화용도에서 포위된 조조를 죽이지 않고 너그러이 길을 터주어 달아나게 한 적벽대전(赤壁大戰)을 소재로 하여 만든 노래다.208년 촉나라 유비와 오나라 손권의 연합군이 위(魏)의 조조군과 양자강에서 맞붙는다. 이른바 ‘적벽대전’이다. 『삼국지』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조조는 적벽에 도착해 유비와 싸웠지만 형세가 불리했다. 이때 역병이 유행해 관리와 병사가 많이 죽었다. 그래서 조조는 군대를 되돌리고, 유비는 형주와 강남의 여러 군을 차지하게 됐다.”소설과 역사, ‘삼국지’의 매력기세등등하던 조조가 제갈량의 화공전(火攻戰)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삼국지』를 읽으며 꽤 많은 사람들이 조조(155~220년)라는 인물에 대해 뭔가 음흉하고 정직하지 못하며 술수에 능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한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처세술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호의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승자는 현덕 유비가 아니라 맹덕 조조였다.이 세상 흔들리지 않는 나무 없고, 흔들리지 않는 맹서도 없다. 사람의 일이고 자연의 현상이고 닥쳐봐야 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절대적인 것도 없다. 인생유전이라 만물은 변치 않는 것이 없다. 후한의 승상인 조조와 아들 조비(187~226년)가 후한 마지막 황제인 헌제로부터 선양을 받고 위나라를 세웠다. 후인들은 그 나라를 조위(曹魏)라 부른다. 그러나 조씨 세력은 촉한의 제갈량과 대결을 거치면서 위축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갈량의 북벌을 막아낸 조씨 가문의 가신이자 무사계급이었던 사마 집안의 사마의가 조씨를 대신해 정권을 장악하고 마침내 손자 사마염이 서진(西晉, 265~317년)을 세운다. 서진 사람 진수가 쓴 『삼국지』는 중국 후한 말부터 서진 초까지의 역사를 위, 촉, 오 삼국을 중심으로 다룬 총 65권의 역사서다. 이를 바탕으로 명나라 때 나관중이, 우리가 흔히 삼국지라고 말하는 역사소설 『삼국지연의』를 썼다. 이 소설이 주는 매력은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인간 군상의 등장이다. 삼국지는 촉의 유비와 관우, 장비 그리고 책사 제갈공명, 위의 승상 조조와 아들들, 오나라의 손권은 말할 것 없고, 조자룡, 여포, 원소 등 뛰어난 무예를 지닌 사나이들로 꽉 차 있다. 음식 얘기도 곳곳에 나온다. 조조가 하남과 하북을 포함해 북방을 통일한 후 오나라를 치기 위해 83만에 달하는 대군을 거느리고 남진하던 중 안휘성 합비에 이르렀다. 그간 생사를 넘나드는 험한 전쟁터에서 갖은 고초를 겪다 보니 기력이 다해 더는 움직일 힘이 없었다. 기진맥진 초주검이 된 조조에게 종군 요리사가 현지 토종닭에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각종 약재와 술 등을 넣어 만든 통닭요리를 만들어 올린다. 이 통닭을 먹은 조조는 금방 병상에서 일어났다. 이를 ‘조조계’ 곧 ‘조조의 통닭’이라고 부른다.기진맥진 초주검이 된 조조에게 종군 요리사가 현지 토종닭에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각종 약재와 술 등을 넣어 만든 통닭요리를 만들어 올린다. 이 통닭을 먹은 조조는 금방 병상에서 일어났다. 이를 ‘조조계’ 곧 ‘조조의 통닭’이라고 부른다. 조조와 2천년 안휘성 정통요리오늘날 ‘소요계(逍遙鷄)’라고도 불리는 조조계는 2천년 역사의 안휘성 정통요리가 됐다. 조조를 살린 이 보양식 닭고기 요리는 불그스름한 빛을 띠고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며 고기 맛이 일품이다. 닭다리를 집어 들면 푹 고아 무를 대로 물러진 뼈가 스르르 녹아내리고, 육질은 연하디연해 살코기 맛이 은은한 것이 여향이 오래 간다. 조조계는 1년 이상 자란 1.2 정도의 암탉을 사용한다. 몸집이 좋고 비계가 많은 암탉을 사용해야 맛이 최고로 고소하다. 5시간 동안 불을 약하게 해서 뭉근히 끓여야 통닭의 모양이 그대로 남는다. 조조의 통닭은 영양분이 풍부해 건강증진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조리법이 발전하면서 천마와 버섯, 죽순, 산초, 계피 등 온갖 약재와 양념을 넣어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더 좋아졌다.조조계는 안휘성 요리 중 연강계(沿江系)에 속한다. 연강계는 무호(湖)와 안경(安慶), 합비(合肥) 지역의 음식을 말한다. 일명 휘채(徽菜)로 불리는 안휘 요리는 색채가 산뜻하고 맛이 담백한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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