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 명저 106선 해제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 1882~1941)는 1882년 빅토리아 시대 문화와 교양의 중심인 런던 상류층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나 여성 참정권 획득(1928), 두 차례의 세계 대전(1914~1918, 1939~1945) 등 격동의 역사를 목도했다. 킹스칼리지에서 역사, 그리스어, 라틴어 수업을 들었고 20대 초반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30대 초반에 소설을 쓰기 시작해 20여년 간 9편의 장편소설, 수십 여편의 단편소설, 산문집, 희곡, 자서전 등을 집필하며 왕성한 창작 에너지를 보인 버지니아는 빅토리아 시대와 모더니즘 전환기 여성작가의 삶을 치열하게 살다 1941년 59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버지니아는 분노에 매몰되지 않는 것, 편가르기를 통해 상대방을 공격함으로써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의 힘을 키워 사물을 있는 그 자체로 말할 수 있는 ‘양성성’의 실력이 필요함을 역설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상류층 태생으로 블룸즈베리 클럽 참여어머니 줄리아 덕워스,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 모두 명망있는 상류층 출신으로 이들은 한번씩 사별의 아픔을 겪은 후 줄라아는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세 아이, 레슬리는 한 명의 딸을 데리고 재혼 가정을 이루게 된다. 이들의 두번째 결혼에서 바네사, 토비, 버지니아, 그리고 에이드리언, 네 명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해 당대 최고의 지식인 코스를 밟았던 버지니아의 남자 형제들 토비, 에이드리언과는 달리 버지니아는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집 안에서 배웠다. 무엇보다 후에 토비는 케임브리지 친구들과 함께 블룸즈베리 클럽을 결성하는데 버지니아 역시 이 모임에 참여하면서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과 문학, 예술, 사회를 논하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갔다. 버지니아의 10, 20대는 순탄치 않았다. 13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2년 후 의붓 언니 스텔라도 잃게 되면서 신경 쇠약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22세 때 아버지, 2년 후 오빠 토비의 사망 등 잇따른 가족들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평생을 신경증,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 고통스러운 삶이었지만 버지니아는 27세의 나이에 캐럴라인 에밀리아 고모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고, 30세에 블룸즈베리 클럽 멤버였던 레너드 울프와 결혼한다. 기질적으로 “끔찍하게 민감한” 버지니아에게 레너드는 안정적인 버팀목이 돼주었다. 33세에 첫 소설 『출항』(1915)을 출간하고 35세에 레너드와 함께 호가스 출판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로서의 삶에 시동을 걸게 된다.(여성적) 글쓰기, 양성성, 그리고 자유『출항』(1915), 『밤과 낮』(1919), 『제이콥의 방』(1922), 『댈러웨이 부인』(1925), 『등대로』(1927), 『올랜도』(1928)를 쓰고 난 시점에 이미 모더니즘 대표 작가의 반열에 오른 버지니아는 1928년 10월 케임브리지대 내 여자 대학인 거턴과 뉴넘칼리지에서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강연을 하게 된다. 강연 내용을 토대로 이듬해 3월 〈포럼〉지에 「여성과 픽션」의 제목으로 글을 게재하는데, 그 내용을 확장해 출판한 것이 바로 『자기만의 방』(1929)이다. 『자기만의 방』에서 화자는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사색하고 쓸 수 있는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물질적인 기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이 픽션을 쓰려면 반드시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라고 하며 이러한 주장에 어떻게 도달하게 됐는지 그 사유의 과정을 서술한다. 자신을 “메리 비턴, 메리 시턴, 혹은 메리 카마이클이나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좋습니다.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라고 하는데, 메리 비턴은 작품 초반부 오찬에서 화자와 대화를 나누는 여성이며, 메리 시턴은 화자에게 유산을 남겨준 고모 (실제로 버지니아는 고모로부터 2천 5백파운드를 상속받는다), 메리 카마이클은 동시대 여성작가로 등장한다. 화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세 명의 메리가 교차되면서 만들어지는 여성의 복합적인 서사에 위치시키면서 모두 여섯 장에 걸쳐 ‘여성과 픽션’ 주제에 대한 사색을 역사와 픽션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전개한다. 작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10월의 어느 날 옥스브리지에서의 오찬과 만찬에 초청받은 화자는 ‘여성과 픽션’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무심코 들어간 옥스브리지의 잔디밭, 그리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에 앞에서 그녀의 발걸음은 저지당하고 자유로운 사색은 방해받는다. 잔디밭은 연구원과 학자들만 출입 가능하고 도서관은 연구원과 동행하거나 소개장을 구비해야만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화자는 ‘여성과 픽션’의 조합이 결코 순탄하지 않은 현실을 직접 겪는 순간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사유의 흐름을 그대로 써낸다. 오찬에 참석한 화자는 여성 사유재산의 역사, 여성의 지독한 빈곤에 대해 생각한다. “어째서 남성은 그렇게 부유하고 여성은 빈곤할까? 가난은 픽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것에는 어떠한 조건이 필요할까” 라는 질문이 이어지고 이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화자는 대영박물관 서가로 향한다. 남성이 여성에 대해 쓴 무수한 책들을 보며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분노에 대해 생각하면서 여성이 남성의 권력을 실제보다 더 크게 만들어 주는 ‘거울’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깨닫는다. 3, 4, 5장에 걸쳐 버지니아가 쓰는 여성문학사가 전개된다. 먼저 소설 이전의 시대, 여성이 ‘주류’ 역사에서 부재한 엘리자베스 시대를 주목한다. 화자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기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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