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환 총장은 방송대 개교 50주년의 해인 지난해 3월 4일부터 제8대 총장 임기를 시작했다. 실질적인 새로운 50년을 시작하는 방송대 개교 51주년인 올해, 방송대 학보 <KNOU위클리> 창간 4주년을 맞아, 안팎의 도전과 변화 속에서 방송대를 어떻게 이끌고 갈지 고 총장에게 들었다. 공약 사항 가운데 실현가능성 높은 안들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고 총장은 프라임칼리지를 활용한 입학생 발굴을 거듭 강조했다. 또, 지역대학이 방송대의 중요한 자산이란 관점에서 지역대학을 좀더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총장이자 교수로서, 방송대를 선택한 학생들에게 ‘자신이 진짜 좋은 학생임을 잊지 말라’는 당부도 빠트리지 않았다.
지난해 3월 4일 제8대 총장 임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총장님 생애에서 가장 바쁘고 복잡했던 1년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는 어떻게 학교를 이끌 계획이신지요
지나고 보면 항상 시간이라는 게 금방 간 듯이 느껴지잖아요. 지난 1년은 새롭게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던 시간이었죠. 임기 4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반기 2년 정도가 제일 중요하죠. 이제 공약으로 걸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점검해서 단기간 내에 할 수 있는 것, 그다음에 임기 중에 할 것은 무엇인지 정리하고 있어요. 공약(公約)이 진짜 공약(空約)으로 끝나서는 안 되겠죠.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인 부분입니다. 지금 여러 가지 진행 중인 일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3년 또는 적어도 5년 이상을 바라보고, 예산이 좀 크게 투입돼야 할 것들은 최대한 내년 국가 예산에 반영하고 해서, 앞으로 5~10년내에 필요한 일들과 거기에 소요될 재정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게 지금 가장 중점적인 문제입니다.
학교가 지속적으로 하는 일이 결국에는 전산 관련 작업이더군요 우리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수업도 듣고 하니까요. PC 환경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가긴 갔지만, 이게 불안정한 상태거든요. 그래서 안정적인 모바일 환경의 ‘모바일 캠퍼스’ 구축에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물론 이런 일은 현실적으로 방송대 자체 예산만으로는 진행하기가 어렵죠. 최대한 국고 지원을 통해 구축하게 되면, 향후 5~10년은 갈 수 있는 대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KBI사업단에서 하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도 포함됩니다.

방송대 프라임칼리지에서 관련 프로그램 또는 학위과정 같은 것들을 만들어서
새로운 교육을 원하는 분들이 교육받을 수 있게 한다면,
그게 우리가 국립대학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새로운 신규 입학생들을 발굴하는 일도 되겠죠.
국가적·사회적으로 봤을 때도 서로 윈윈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한국의 대학가는 신입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방송대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총장님께서는 새로운 수요를 프라임칼리지를 통해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는데요
학령인구가 자꾸 줄어든다고 하지만 아직은 전체적으로 평생교육 수요는 줄지 않는다고 봅니다. 오히려 늘어나는 부분도 있고요. 평생교육은 일종의 대학 재교육이거든요. 제2 또는 제3의 재교육이죠. 유럽에서는 이른바 U3(University 3)라고 하는 게 점차 확산하는 것 같더군요. 전문대나 4년제 대학을 마치고 방송대에 입학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두 번째 교육인 셈이죠. U3는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형태로 볼 수 있죠. 국내에도 그와 유사한 곳이 있다고 합니다. 등록금을 내고 수강하는 게 아니라, 100여 명 정도 사람이 모이고, 공간이 확보되면, 재능기부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형태입니다. 국문학, 영문학, 컴퓨터 등 서로 품앗이처럼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 공동체 비슷하게 운영하는 방식인 걸로 압니다. 이게 사실 어떻게 보면 또 다른 방식의 평생교육 수요라고 할 수 있는데, 점차 그런 방식이 확산되지 않을까요?
요즘 AI라든지 컴퓨터 관련해서 국가적으로도 인재 양성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예를 들어 대학 때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을 전공해 사회에 진출했다가 AI나 컴퓨터 쪽으로 사회적 수요가 느니까 그런 공부를 좀 해서 관련 직업이나 직장을 구하려고 하는 이들이 있겠죠.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이 사람들이 일반 대학에서 다시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거든요. 방송대가 국립대학이므로 국가적 차원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교육해서 산업 현장이라든지 이런 데 원하면 갈 수 있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런 교육을 우리가 좀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국가적·사회적 일이다 보니 국가에서 예산을 어느 정도 지원받을 수 있으면 더욱더 좋겠죠.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해 방송대 프라임칼리지에서 관련 프로그램 또는 학위과정 같은 것들을 만들어서 그런 사람들이 교육받을 수 있게 한다면, 그게 우리가 국립대학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새로운 신규 입학생들을 발굴하는 일도 되겠죠. 국가적·사회적으로 봤을 때도 서로 윈윈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지난 1월 6일 ‘50·500 발전기금 모금 프로젝트’ 선포식을 했습니다. 사회수요맞춤형 교육, 특히 첨단·융합 학과(학부) 신설을 겨냥한 포석이었는데요. 프라임칼리지와 관련되겠죠
솔직히 말하면 발전기금 프로젝트는 아주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서 추진한 건 아니에요. 물론 시작하게 된 동기는 분명히 있죠. 지금 우리 대학의 재정 여건으로 보게 되면 점차 적립금이 소진돼 가는 상황이란 말이죠. 조금씩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거죠. 그러면 4년 뒤에 다음 총장한테 ‘빈 통장’을 물려줄 수도 있는데, 그건 너무나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적어도 제 임기 중에는 아니더라도 후임 총장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했을 때 할 수 있는 재정적인 기반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뭐가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한 500억 정도를 목표로 잡아서 이 정도 모이면 좋겠고 안 모여도 되는 만큼만 모아서 후임 총장한테 물려주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거예요. 프로젝트 추진 위원들의 임기도 제 임기가 끝나는 2026년 3월 3일까지로 딱 못을 박은 거죠. 일종의 한시적인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때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 전이라도 사회적으로 수요가 있고 필요한 학과나 전공이 있으면, 만들어야 하겠죠.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봐요. 우리가 첨단·융합 분야를 생각할 때, 기존 학부에 유치한다는 건 좀 어렵잖아요. 우리 대학이 가지는 최대의 강점은 ‘저렴한 등록금’인데, 이만큼 저렴하게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데가 없어요. 첨단·융합 분야는 아무래도 실험실습이 많고, 고비용 구조가 되겠죠. 자체적으로 학과를 운영하려면 1천 명씩 모아야 하는데, 이렇게 대규모의 수요를 갖는 학과나 전공이라고 하는 것은 좀 어렵죠. 500명 이하 200~3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라고 하는 건 지금 프라임칼리지밖에 없습니다.
또, 우리 대학이 원격교육기관이라는 것도 중요합니다. 외부의 좋은 교수들을 초빙해서 콘텐츠를 만들어 우리가 운영하면 되니까요. 콘텐츠를 가지고 운영을 하게 되면, 100~200명, 몇백 명 교육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요. 외부 교수들을 초빙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면 전임 교원을 굳이 두지 않더라도, 아니면 최소화해서 해서 하는 방식으로 학과와 전공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학이 프라임칼리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기존 학부는 무엇인가 변화한다든가 한번 움직이려고 하면 굉장히 무겁잖아요. 그런데 ‘프라임’ 같은 경우는 훨씬 더 유연성이 크거든요. 첨단 쪽도 그렇고 사회적 수요가 늘고 있는 상담이라든지 심리라든지 이런 부분도 보다 쉽게 만들 수 있겠죠. 기존 학부의 전공 교수님들이 거의 모두 계시니, 이분들이 조정·관리하고 여기에 외부의 좋은 교수들을 초빙해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운영한다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봐요. 더욱이 방송대뿐만 아니라, 국가적·사회적으로도 요청되는 부분이어서 국립대의 책무를 다하는 한편, 새로운 학생 자원 발굴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명분도 크다고 봅니다(고성환 총장은 50·500 발전기금 프로젝트가 대기업이나 IT 기업의 기부를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하면서, 관련 정책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2023학년도 1학기 신·편입생 모집에서 학부와 프라임칼리지 모두 ‘파란불’이 켜졌습니다. 물론 2021년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말입니다. 향후에는 어떻게 입학 홍보 노력을 하실 계획이신지요
좀 늘어났다고 얘기를 하려면 재작년의 신·편입 규모와 비교를 해야 하는데, 재작년과 비교하면 상황이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년보다 올해 늘었으니까 내년도 늘어날 것이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기는 조금 어려운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작년 2학기나 올해 눈여겨볼 부분이 있어요. 프라임칼리지가 많이 늘었단 거죠. 우리 학부보다 등록금이 한 세 배쯤 비싼데도 그만큼 입학생이 늘고 있다는 것은 역시 분야 자체가 첨단 공학 부문이거나, 실무적인 성격이 강한 금융 부문이라는 특성이 있겠죠. 그렇지만 이에 대해서도 아직은 홍보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프라임 쪽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좀더 사회적인 수요가 많은 첨단 분야, 융합 전공 이런 것들을 잘 구성해서 운영하면 상당한 수요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이 분야는 학위과정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와 별도로 비학위 과정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봐요. 굉장히 가능성이 열려 있는 부분이죠. 우리 대학도 신입생보다 편입생이 많아진 게 10년이 넘었어요. 그야말로 평생교육 수요가 점점 많아진다는 뜻이잖아요. 근데 이분들이 우리 대학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졸업장을 따는 것보다도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했으면 하는 그런 수요로 볼 수 있어요. 그게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거죠. 이분들에게 그야말로 원하는 과목들, 프로그램들을 묶어서 꼭 학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과목을 묶어서 다 공부하고 마치면 방송대 총장 이름으로 수료증을 준다든가 이게 비학위 과정이거든요. 이것을 활성화하면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되겠죠.
예컨대 대학에서 철학과 같은 분야는 점차 축소되고 있잖아요. 이런 인문학 분야나, 외국어 등 자기가 필요해서 배우고자 하는데 배울 데가 없어지고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통로를 우리 프라임칼리지에서 비학위 과정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정규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프라임칼리지에서 어느 정도의 기초라든가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국립대학으로서의 책무라고 봅니다. 이런 부분은 정부와 잘 얘기만 되면 국고 지원도 충분히 유치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우리 대학이 그런 시스템과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으니 어렵지 않다고 보는 거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국가적으로 필요한 것이 뭔지를 우리가 잘 파악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것을 적절하게 국민에게 알려주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죠.
13개 지역대학은 방송대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지역대학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역대학 학우들의 ‘대학본부 견학’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봐요.
총학생회 차원에서 방안을 찾아 학교와 협력하면 좋을 것 같아요.
방송대는 13개 지역대학이 있는, 전국권 대학입니다. 이들 지역대학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전국에 방송대 지역대학이 있다는 것은 우리 자체로서도 큰 자산입니다. 외부의 시각에서 봤을 때도 이들이 방송대와 무엇인가 하려고 할 때 굉장히 큰 강점으로 다가가는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내부적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우리가 지역대학을 진짜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느냐, 그런 부분에서는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까지 항상 지역 대학은 출석수업 정도의 용도로만 쓰이고 그랬죠.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지역대학 정원 축소 이야기까지 오갔죠. 결론은 뭐냐 하면, 지역대학은 어쨌든 우리의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활용을 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별로 활용이 안 되고 직원도 자꾸 퇴직하고 하니까 그냥 문 닫고 없애자, 이런 주장도 있는데 이건 매우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해요. 한번 버리고 나면 다시는 갖출 수가 없거든요. 과거에 어떤 분들은 방송대 TV 채널을 없애자고 주장하셨어요. 돈만 들고,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는데 뭐 그걸 두느냐 이런 얘기였죠. 지역대학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우리가 지금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건 어떻게 보면 우리 능력이 모자라서 그런 건데, 그런 걸 문제 삼지 않고 진짜 중요한 좋은 도구를 내다 버린다면 매우 어리석은 것 아닌가요. 녹슨 칼과 같아요. 이걸 어떻게 잘 갈아서 잘 쓰느냐, 이것은 우리의 역량 문제라는 거죠. 우리가 지금 당장 못 하면 다음 후세들이 이것을 잘 쓸 수 있게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지역대학을 활성화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방안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지역대학 운영 모델이라고 할까요, 이런 것도 만들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지역대학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 ‘적절한 보상’ 문제입니다. 어떤 성과가 있을 때 이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가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대학 직원 복지와 관련된 부분, 특히 새로운 활동들을 해서 수익을 낸 지역대학에는 직원들 복지와 관련된 예산을 조금 더 배정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지역대학 취재 중에 만난 학우들은 대학본부를 다녀오면, 자부심도 높아지고, 많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학교 차원의 ‘대학본부 견학’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학업 지속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대는 중도탈락율이 높아요. 중도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거죠.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학교를 다니고 싶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학교의 일이기도 하고요. 사실 방송대를 다니면서 ‘아, 내가 진짜 좋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구나’ 하면서 일종의 자부심 같은 게 생기면, 중간에 그만두지 않겠죠. 대학본부 견학 프로그램도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국총학생회 차원에서 학교하고 협력하면 될 것 같아요. 학생들이 대학본부에 왔다 가면 생각이 달라지는 중요한 이유 중에 또 하나가 뭐냐면, 바로 자신들의 교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죠. 교수님들과 어떤 일이든 할 수가 있거든요.
물론 교수님들이 하실 수 있는 부분, 학교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죠. 좀더 꼼꼼하게 학생들을 보살필 수 있는 학교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고요. 쉬운 일은 아니죠. 그렇지만 어렵지 않은 일도 있어요. 이번 졸업식에는 도입하지 못했지만, 후기 학위수여식에는 새로운 졸업 가운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10년 넘게 검은색 가운을 사용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그 가운을 입고 졸업사진을 찍는 걸 보면, 좀 미안한 생각도 들었어요. 우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졸업할 때든 학교를 다닐 때든 ‘내가 진짜 고급스러운 대학에서 품격 있게 공부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해요. 졸업가운도 그 가운데 하나죠. 학생들이 졸업가운을 입고 사진을 찍었을 때 진짜 좀 품격 있게, 예쁘게 기억을 남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거예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방송대를 다시 찾고, 주변에 소개도 해서 같이 공부하기도 하고 그렇게 되리라 기대하는 거죠. 등록금이 싸다고 해서 방송대에서 공부한 자신을 싸구려 취급하면 안 되잖아요.
학생들한테 하고 싶은 얘기는
스스로에 대해서 ‘진짜 최고의 학생이다’라는 그런 자부심을 가져달라는 것입니다.
원래 좋은 것일수록 좋다는 걸 금방 알 수 없어요. 우리 대학이 정말 좋은 대학이고
학생들도 정말 좋은 학생들인데, ‘좋다’고 하는 것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꿋꿋하게 방송대 학업과 생업을 겸하고 있는 방송대 학우들에게 교수로서, 그리고 학교 행정 최고책임자로서 ‘같이 힘내자’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학생들한테 예전에 오리엔테이션 할 때도 강조했던 게 뭐나면, 우리 대학의 학생들이 최고의 학생들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뭐냐면, 우리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누구의 강권으로 편입학 학생들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선택해서 찾아온 학생들이기 때문이죠. 본인이 스스로 선택을 했다는 것만큼 공부하는 데 좋은 동기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생들한테 자주 ‘왜 본인이 스스로 선택해서, 아주 좋은 동기로 들어와서는 너무나 쉽게 학교를 그만두려고 하느냐’라고 말합니다. 방송대는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적응하고 배우는 데 어려운 점이 조금은 있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자신의 진학 동기를 잊고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를 보면 정말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스스로에 대해 ‘진짜 최고의 학생이다’라는 그런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원래 좋은 것일수록 좋다는 걸 금방 알 수 없어요. 시간이 걸려야 하죠. 친구 사이도 오래 사귀어야 좋은 관계가 맺어지는 것처럼 우리 대학이 정말 좋은 대학이고 학생들도 정말 좋은 학생들인데 ‘좋다’고 하는 것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학생들에게 했던 또 다른 당부는 ‘적어도 두 학기는 무조건 등록을 해서 다녀봐라’입니다. 그러면 우리 대학의 좋은 점을 발견할 것이고, 처음 신·편입학했을 때 생각했던 것을 충분히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거죠. 진짜 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그런 대학이 우리 대학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거듭 말하지만, 우리 대학도 좋은 대학이고 본인 자신도 진짜 훌륭한 학생이라는 그런 생각을 가져도 됩니다.
교수의 입장에서 봤을 때 최고의 학생은 열심히 하려고 하는 학생입니다. 우리 방송대 학생들이 바로 이런 학생들이거든요. 본인이 스스로 하겠다고 결심해서 찾아온 학생들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려고 하고, 그렇기 때문에 성적과 관계없이 우리 학생들은 최고의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성적이 좀 안 나왔다고 해서 실망감으로 좌절하기보다는 ‘열심히 하려 했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 한 나는 최고의 학생이다’라는 그런 자존감을 좀 가져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죠.
취재 중에 만난 70대 초반의 한 학우는 20년간 한 번도 휴학하지 않고 학과를 완주했습니다. 이후 세 번째 학과에서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총장님 말씀대로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는 사례일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분들이 사실은 졸업장이 급하거나 절실해서 방송대에 다니는 건 아니잖아요.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니까, 진짜 좀 제대로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어떨까 싶어요.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4년 만에 빨리 졸업해서 다음 단계로 나갈 필요성이 있는 분들도 있겠죠. 그들은 그들 방식대로 가고, 또 나머지 이제 진짜 한 40세 넘어서 공부하고 이런 분들은 오히려 졸업장보다도 제대로 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죠. 스스로에 대해서 진짜 좋은 학생이라고 하는 그런 생각들을 좀 가졌으면 좋겠어요. 방송대 교수님들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 굉장히 좋은 학생들이라고 생각을 하시거든요. 교수로서 보자면, 가르치는데 그냥 딴짓하고 다른 생각하고 이런 학생들이 있으면 진짜 강의할 마음이 안 나거든요. 방송대 학생들은 그런 법이 절대로 없잖아요. 그러니까 교수로서 너무나 좋은 학생들인 거예요. 성적이 F가 나왔다고 해서 뭐 창피하네 이런 생각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죠. 성적과 상관없이 ‘나는 진짜 좋은 학생이다’라고 하는 그런 자존감과 자부심을 충분히 가져도 되고, 우리 학생들 모두가 충분히 그런 자격을 지녔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