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산학협력단(단장 이석호, 관광학과 교수)이 서울특별시 ‘2023 문화다양성 전문강사 양성 사업’을 수행한다. 서울시가 전체를 주관하고, 방송대 산학협력단 이현숙 교수(사회복지학과)가 책임 총괄하는 이 사업은 문화다양성을 시민의 기본 권리로 인식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교육 전문강사를 키워내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문화다양성 전문강사 양성 사업은 서울시가 문화다양성에 대한 전문지식과 역량을 갖춘 인력의 체계적 양성 및 표준화된 강의안 개발을 통한문화다양성교육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 2020년부터 추진해온 ‘상호문화 교육사업’이다. 서울시 외국인다문화담당관에서 외국인 주민 가운데 20명을 선발하고, 이들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방송대 산학협력단(사회복지학과)이 맡는 방식이다.

이번 문화다양성 교육은
슬로우리딩이라는 기법을 통해
각국의 전래동화나 이야기를매개로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우리가 같은 인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
동등한 시민으로 살기, 인권·시민권 교육
그간 문화다양성 교육은 다양한 출신 국가의 강사들이 진행해왔다. 강의내용은 강사가 자국의 문화에 대해 강의하고, 그 나라의 민속놀이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현숙 교수는 “문화다양성 교육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지니도록 하는 것인데, 현재의 교육은 신기한 문화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역할로 끝나고 있다. 문화다양성의 교육 목표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현숙 교수가 책임 총괄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어떻게 다를까. 이 교수는 “기존의 교육은 다양성의 차이를 드러내는 데 주력해왔다. 차이 이면에 인류라는 동질성이 있다는 점을 소홀히 봤다. 이제 문화다양성 교육은 다양한 문화와 풍속의 차이 존중을 넘어 그 이면에 우리가 모두 같은 인간임을 인식하는 인권교육, 시민권 교육이 돼야 한다. 방송대 사회복지학과가 서울시와 함께하는 문화다양성 전문강사 양성 과정은 기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됐다”라고 설명했다. 동등한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는 인권교육, 시민권 교육이 핵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업에 참여한 사회복지학과는 3월에는 ‘문화다양성 전문강사 양성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5월에는 ‘문화다양성 전문강사 역량 강화 커리큘럼’을 심화 운영한다(표 참조). 지난 3월 11일 서울지역대학 남부학습센터 302호 강의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면강의로 첫 일정을 진행했다. 방송대 사회복지학과 유범상 교수와 이현숙 교수가 강사로 참여했다. 오전에는 교육과정을 소개하고, 오후에는 △인권·시민권·생명권으로 본 문화다양성 교육 △영화, 책, 그림 등을 매개로 서사적 상상력을 키우는 문화다양성 교육을 진행했다.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과 함께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인간의 행복에 주목하는 ‘역량이론’을 창시한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오늘날 뿌리 깊게 작동하고 있는 다양한 혐오의 본질을 추적하며 삶의 존엄을 지켜낼 수 있는 사회구조의 방향은 무엇인지 성찰해왔다. 그에 따르면, 다문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혐오는 두려움에서 나오는데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날 때 두려움을 벗어던질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성찰을 통한 반성, 그리고 자신을 지역소속이나 집단의 시민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세계시민’으로 인식하는 정체성 그리고 문학과 다양한 문화를 매개로 한 서사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대 사회복지학과가 인권, 시민권, 생명권과 서사적 상상력을 강의에 도입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현숙 교수는 “이번 문화다양성 교육은 슬로우리딩이라는 기법을 통해 각국의 전래동화나 이야기를 매개로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우리가 같은 인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러한 강사 양성 과정에서 함께 학습하면서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복지학과의 이번 문화다양성 전문강사 양성 교육에 참여하는 ‘전문강사진’은 서울시에서 다년간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온 외국인 주민들이다. 국적은 대만, 멕시코, 모로코, 베트남, 볼리비아, 스위스,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케냐, 필리핀, 프랑스, 페루, 미얀마, 영국 등이다. 이들은 이제 성인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강사 과정에 참여해 역량을 강화하게 된다.
이 사업에는 이현숙 교수와 함께 유범상 교수, 김원겸 인천도담초교 교사, 유해숙 사단법인 마중물 이사, 신재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정책교육센터 센터장, 박연규 경기대 교양학부 교수가 전문강사 양성 강사로, 방세라 방송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생이 간사로 참여한다.
지역대학 활성화 차원에서도 의미
이번 문화다양성 전문강사 양성 사업과 관련해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교육 공간이 서울지역대학 남부학습센터라는 점, 지역대학이 지역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했다는 것이다. <KNOU위클리> 창간 4주년 기념 설문조사에서 확인했듯 방송대 학우들이 지역대학의 과제로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설’을 요청한 대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시민 교육을 남북학습센터에서 진행할 수 있었던 데는 이해주 서울지역대학장(교육학과 교수)의 ‘철학’과 ‘직원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 이해주 학장은 “우리 사회는 점점 다문화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우리 시민으로 끌어들이는 적극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전국 13개 지역대학을 둔 방송대로서는 이런 작업이 더더욱 요청된다. 마침 사회복지학과 이현숙 교수가 문화다양성 전문강사 양성 교육을 제안했는데, 정말 시의적절하다고 공감해 남부학습센터를 강의실로 제공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학장은 지역대학이 적극적으로 학교 문을 열어 지역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제5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2023~2027)의 핵심은 바로 ‘지역화’에 있다.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을 끌어안고 가자는 구상이다. 앞으로도 서울지역대학은 지역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산학협력단, 서울지역대학, 사회복지학과가 머리를 맞댄 문화다양성 전문강사 양성 사업은 이렇게 탄생했다. 방송대와 지역이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아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