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이 자꾸 회식 참여를 강요해요”
“직원들이 저만 따돌리는 것 같아요”
“농담으로 야한 이야기를 하는데 불편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다면 다행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일들은 왕왕 벌어진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고용노동청을 비롯해 민간기관인 ‘직장갑질119’ 등에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신고부터 망설여지고, 막상 접수를 하더라도 직장에 돌아와서는 오랜 기간을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보내야 한다. 이런 막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방송대 인권센터(센터장 서지원, 생활과학부)가 지난해 12월 개소했다. 2021년 3월 「고등교육법」 19조 3항에 대학내 인권센터 설치가 의무조항으로 들어가고, 같은 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인권센터의 설치·운영방안 연구」 진행 후 이를 토대로 방송대에도 인권센터를 설치한 것이다. 이번호에서는 김은미 인권상담교육실장에게 인권센터의 출범 의의와 더불어 사건처리 과정 등 전반적인 운영 사항에 대해 들어봤다. 추후 성희롱·성폭력 관련 교육을 소개한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방송대 인권센터 개소 의미는
사실 그동안 자신이 겪는 일이 또는 겪고 있는 일이 인권 침해인지 아닌지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을 수도 있다. 방송대에 인권센터가 설치됐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인권의 관점에서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직장, 모임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지금까지는 직장 동료나 선배, 감사부서 직원, 인사팀 노무사 등에게 토로했을 것이다. 그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털어놓고 나면 ‘이 말이 결국 퍼질텐데’, ‘직장에서 나에게 역으로 치고 들어오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은 떨칠 수 없었을 것이다. 인권센터의 개소는 어쩌면 비밀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겪은 사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상담 공간이 생겼다는 데에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 어떻게 신고하면 되나
방송대 인권센터로 전화하거나 메일(human rights@mail.knou.ac.kr)을 보내면 된다. 인권센터에서 확인하는 대로 바로 전화를 해 대략적인 상황 이야기를 듣는다. 이후 첫 인권상담 시간을 정해 인권센터로 방문하도록 한다. 인권상담을 해야 신고인이 그동안 자신이 겪은 것이 어떤 일이었는지 제대로 돌아볼 수 있고, 인권센터에서도 개요를 파악하며 서로 개념을 잡아간다.
어떤 유형들이 있나
인권침해의 유형은 △차별행위 △폭력행위 △성희롱 △성폭력 △대학 내 괴롭힘 등으로 구분한다. 성·종교·장애·나이·국적·사회적 신분·인종 등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불이익을 주는 건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행위를 강요하거나 폭언, 모욕, 공갈, 따돌림으로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폭력행위에 속한다.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타 구성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통상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이 대학내 괴롭힘 항목에 들어간다. 성희롱과 성폭력은 다음호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첫 인권상담 전 신고인이 준비할 것은
전화 통화를 하면 ‘그동안 제가 수집한 증거, 서류를 모두 가져가겠다’라는 분들이 많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대략적인 개요를 메모로 정리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와달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신고인의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야 한다. 하지만 흥분한 마음으로 오게 되면 나중에 ‘이걸 빠뜨렸다’, ‘저걸 빼놓고 왔다’라며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첫 상담이 보통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 가량 진행된다. 그래서 오후로 스케줄을 잡으면 오후 시간을 비워두고 오라고 권한다. 그렇게 긴 시간 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을 거치면 신고인 본인도 정리가 좀 된다. 그때 접수를 할 것인지 논의한다. 만약 신고 접수를 결심하고 신고서를 작성하고 나면 사건처리를 위한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진술서를 작성하고 조사를 받게 되는데 조사단계에서는 주로 구조화된 질문 형태로 진행한다. 어쩌면 첫 인권상담이 가장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니 충분히 준비하되 가벼운 마음으로 오시면 좋겠다.
신고인들은 보통 어떤 이야기들을 하나
어디에도 말을 하지 못했다가 첫 인권상담에 오면 본인이 당한 일들에 대해 봇물 터지듯 말을 쏟아놓는 경우가 많다. 본인도 사건에 대한 개요를 정확히 잡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면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왜 이렇게 6하원칙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눈다. 인권침해 사례를 알려주면서, 신고인이 빠트린 부분이나 과하게 생각한 부분을 돌아보게 한다.
접수하기로 결정 후 순서는 어떻게 되나
첫 인권상담 이후 자필 서류를 제출하면 정식으로 접수가 된다. 일대일이든, 일대다든 겪었던 일을 관찰했거나 함께 그 상황에 있었던 사람이 참고인이 된다. 신고인을 먼저 조사하고, 참고인, 피신고인 순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사례마다 다르지만 보통 조사는 일주일 안에 끝난다.
조사 이후 단계는
우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이 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 것’, ‘공간을 분리할 것’ 등의 사항을 담은 문서를 해당 기관장에게 보낸다. 이 단계에서 신고인의 불안감, 심적 고통이 신고를 고민할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런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신고인에게 ‘회사로부터 안전한 조치를 제공받았다’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이후 신고인과 피신고인 즉, 당사자간 조정을 위해 양측에 중재요청서를 보낸다. 서로 자신을 돌아보고, 요청사항과 합의 사항을 받아들이면 여기서 사건처리는 종결된다.
조정이 안 될 경우는
인권침해심의위원회에 회부해 판정에 따라 구제조치를 하거나 사안별 소관부서에 징계를 요청하고 이로써 사건처리는 종결된다. 하지만 이 단계로 가기 전에 중재를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심의위원회에서는 인권침해 여부와 징계요청 여부만 결정할 수 있다. ‘인권침해’라고 결정이 나면 당장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이 시점부터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어떤 수위로 징계가 내려졌는지 등의 세세한 사항을 알려줄 수가 없다. 그래서 신고인과 피신고인이 서로 요구하는 안을 인권센터에서 받아 중재하면서 합의에 이르면, 당사자 모두 자신이 결론을 지은 것으로 남는다고 안내하는 편이다. 만약 당사자가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더라도 인권센터는 이의신청을 접수하지 않으며 외부기관 활용을 안내한다.
지역대학을 찾아가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 했는데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알릴까를 많이 고민했다. 권역별로 지역대학별로 찾아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인권센터를 소개하고 사건처리 절차를 알리는 시간으로 보통 한 시간을 교육한다. 관심있는 지역대학이나 지역학생회에서 메일이나 전화로 요청하면 스케줄을 조율해 최대한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첫 상담을 지역에서 할 수도 있나
찾아가는 서비스로 강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불편하더라도 첫 인권상담은 인권센터로 방문하시길 권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사건 당사자들의 조사를 위해 현장으로 출장을 가는 경우도 있다. 신고인, 피신고인, 참고인을 포함하면 보통 3명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현장을 보고 조사를 하는 게 서로에게 유리한 경우 그렇게 한다. 그 단계 전에 인권상담을 할 때는 센터로 직접 오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인권센터 찾기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화하는 것만으로 신고가 접수되는 줄 아는 분들이 많다. 그렇지 않다. 걱정하지 말고 마음속에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전화하면 된다. 간단한 통화로 끝나는 건도 굉장히 많다. 물어보고 나서 자신이 겪는 상황을 인지하면 대처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다섯 번 통화하면 한 건 정도 접수가 된다. 저희 역시 최대한 많은 질문을 받으며 대상자와 소통하는 것이 사건처리에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