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방송대 공부의 정석

우리는 꼼꼼하게 읽는 것을
천천히 읽는 걸로 착각한다
글을 정확히 읽는 사람들은
빠르게 여러 번 읽는다


꼼꼼하게 읽기. 서울 대치동에서 ‘기파랑 문해원’이라는 학원을 운영하며 커리큘럼을 만드는 제가 가장 많이 듣는 표현입니다. 글을 잘 읽지 못하는 학생의 부모님들은 저와 상담하며 “저희 애가 덜렁대서 글을 꼼꼼히 읽지를 못한다”라고 하소연을 하십니다. 그런 학생의 대부분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비슷한 특훈 한 가지를 받는데, 그건 바로 밑줄 치며 글을 읽는 것입니다. 글의 모든 문장에 반듯하게 밑줄을 그으며 글을 읽는 거죠. 저는 그런 학생을 볼 때마다 묻습니다. “눈이 빠를까 손이 빠를까? 눈으로 글을 읽는 속도가 손으로 밑줄 치는 속도보다 빠른데, 구태여 느리게 읽을 필요는 없겠지?” 실제로 어릴 적 익힌 습관대로 밑줄을 치다가 글 읽는 속도가 빨라진 학생들 중 일부는 눈으로는 저 아래를 읽으면서 첫 문장부터 차례대로 밑줄을 긋는 학생들까지 있습니다. 글을 억지로 천천히 읽히는 게 글을 읽는 데 방해가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읽는 게 더욱 효과적일까
우리는 꼼꼼하게 읽는 것을 천천히 읽는 걸로 착각합니다. 그렇지만 꼼꼼하게 글을 읽는 것과 천천히 글을 읽는 것은 다릅니다. 역설적으로 남들보다 글을 정확하게 읽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남들보다 글을 빠르게 읽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글을 다독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때의 ‘다독’은 여러 권의 책을 읽는다는 의미의 다독이 아닙니다. ‘여러 번 읽는다’라는 의미의 다독입니다. 짧은 글도 마찬가지지만 책 한 권을 읽을 때에도 10시간에 걸쳐 한 번을 읽는 것보다, 5분, 10분, 45분, 1시간, 6시간, 2시간 이렇게 6회에 걸쳐 글을 읽는 게 더 정확하게 읽는 데 더욱 효과적입니다. 이는 대학 교재를 읽는 것과 같이 목적이 뚜렷한 독해를 할 때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5분 읽기의 대상은 표지와 책날개입니다. 책 제목은 말할 것도 없고, 부제와 소개글이 표지에 있다면 표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소개 글에는 문학적인 표현이나 미사여구가 나열돼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을 걷어낸다면 이 책이 다른 책들에 비해 뛰어난 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 뛰어난 점은 다른 책이 아닌 그 책을 대학 교재로 선택한 몇 가지 이유 중 하나일 테고, 이는 책을 읽고 난 이후에 이어지는 활동이나 시험과도 연관돼 있을 것입니다. 특히 책날개가 있다면 이에 적힌 정보는 저자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니 넘기지 않고 읽어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10분 읽기의 대상은 ‘목차’입니다. 목차는 대개 ‘부’와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부’보다는 ‘장’에 더 구체적인 정보들이 적혀 있습니다. 목차를 잡고 글을 쓰는 저자들도 있고, 글을 다 쓴 뒤에 목차를 잡는 저자들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목차는 그 책의 뼈대에 해당됩니다. 목차에 약간의 문장만 추가하면 책의 요약문이 완성되므로, 목차는 유심히 봐야 합니다. 이때 목차를 휴대폰으로 사진 찍어 놓거나, 목차의 내용을 나름의 방식대로 구조화해 옆에 두고 책을 읽을 때마다 보면 책 내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목차 내용을 종이 하나에 구조화하여 적어 두고, 이후에 책을 읽으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단어나 구 형태로 적어 두면 더욱 좋습니다.


45분 읽기는 책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모아 읽는 단계입니다. 요즘은 책과 관련된 정보들이 인터넷에 많습니다. 단순한 감상평부터 시작해서 책을 장별로 요약한 파일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고, 기사나 영상 자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아직 책 내용을 상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책과 관련된 전문적인 자료를 찾기보다는 일반인들에게 책 내용을 쉽게 소개해 주는 자료를 찾아 모으고 정리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1시간 읽기의 대상은 서문입니다. 대학 교재를 읽는 많은 분들이 서문을 건너뛰고 글을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마음이 급하기 때문에 본론부터 읽으려고 하는 건데요. 서문을 읽는 데 투자하는 시간을 아껴서는 안 됩니다. 서문에서는 책을 쓴 목적 또는 동기가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고, 저자에 따라서는 스스로 책을 장별로 요약한 내용을 서문에 실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요약문에는 본문 내용이 압축돼 있다 보니 읽기 힘들어 중도에 포기하고 본문으로 넘어가시는 경우도 많은데, 모르는 내용을 사전을 검색하거나 책의 해당 장을 미리 부분적으로 읽어가면서라도 내용을 상세히 정리해 가는 게 좋습니다.

서문 파악하면 본문 읽기 수월
특히 서문을 읽다 보면 저자가 어떠한 학문에 영향을 받았는지 제시한 경우가 있고,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글을 쓰는 스타일 등을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가 특정 학문에 영향을 받았다면, 그 학문에 대해 백과사전에 적힌 정도의 정보를 아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사고를 이해하는 지평이 넓어집니다. 특히 저자가 서문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글에도 자주 사용될 것이기에 기억해 두면 독해 속도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오독을 방지하는 데도 큰 힘이 됩니다. 필자 중에는 비유를 자주 사용하는 이들이 있는데, 서문에서 그렇게 느껴진다면 글을 읽을 때 문학적인 표현을 사용한 문장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하며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문학적인 표현을 사용, 메시지를 강조해 전달하는 저자라면, 문학적인 표현을 있는 그대로 읽어내 오독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제 6시간 읽기에 해당하는 본격적인 본문 읽기 단계입니다. 본문을 읽기 전에 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넓혀 놓았기에 책의 세부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더라도 책의 대강은 이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서문에 요약문이 있고, 그 요약문의 내용과 책 본문의 내용을 비교해 가며 읽은 독자라면 책의 중요한 부분들을 이미 읽은 상태가 될 것입니다. 우선 본문의 한 부, 또는 한 장 정도는 빠르게 넘겨가며 시각적으로 책을 익혀 보시기 바랍니다. 이 단계에서는 소제목의 폰트 또는 글자 크기, 들여쓰기된 형태, 한 문단의 평균적인 문장 수와 같이 내용 이외의 것들을 파악합니다. 이러한 정보들을 정리하고 글을 읽으면 글 읽기가 한결 수월해지며, 전체 구성을 생각하며 글의 내용을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본문 읽기 단계에서는 강약을 조절하며 읽는 게 좋습니다. 책에는 중요한 내용과 덜 중요한 내용이 필연적으로 나뉘며, 한 문단 내에서도 중요한 문장과 그렇지 않은 문장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들을 다 같이 중요한 문장처럼 읽는 건 비효율적인 독해 방법입니다. 덜 중요한 부분(앞의 내용을 상술하는 등의 내용)은 속공을 하는 농구팀처럼 빠르게 치고 나가되, 중요한 부분에서는 숨고르기를 하며 내용을 음미해야 합니다. 내용을 음미하는 과정에서는 형광펜으로 밑줄을 쳐도 좋고, 글을 읽으며 든 단상을 간단하게 메모해 놓아도 좋습니다. 저는 이동하며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포스트잇을 붙여 가며 책을 읽고 휴대폰을 보조 도구 삼아 글을 읽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모르는 어휘에는 보라색 포스트잇을 붙인다거나 하는 식으로 몇 가지 저만의 약속을 정해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 두고, 휴대폰에는 페이지별로 간단한 메모를 적어 둡니다. 메모를 하며 글을 읽으면 조금 더 글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고, 글을 읽으며 든 생각들을 기록해 놓은 덕분에 서술형 시험에서 더 좋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문 읽기가 끝났다면, 정리하는 단계가 남았습니다. 1시간 읽기에서 정리해 둔 목차를 보며 책의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이때 서문에 책 내용을 요약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읽으며 내용을 복기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목차를 보면서도 책의 내용이 다 떠오른다면, 소제목별로 책 내용을 세부적으로 연상해 봅시다. 그렇게 책 내용을 정리한 뒤 책을 읽는 목적에 맞게 특별히 중요한 부분, 가령 시험에서 담당 교수님께서 중요하게 설명한 부분을 보며 해당 부분을 중요하게 본 이유가 무엇일지를 생각하며 내용을 세부적으로 정리해 봅시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이 이미 잡혀 있기에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쉬울 테고 목적에 맞춰 책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책을 읽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실 수 있을 겁니다. 자, 이제 책을 읽읍시다.

 

이준기 기파랑문해원 대치본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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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usu***
    맞는 말씀입니다. 이해가 안되더라도 일단 읽다보면 후단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더러 있고, 여러번 반복해서 빠르게 읽다보면 어려운 법학 교재도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했거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3-04-11 19:15:48
  • HUEY***
    결국은 독서 능력입니다 !! ^^
    2023-03-29 13:14:17
  • rain***
    이렇게 세심하게 길을 인도해 주시니, 열심히 따라 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3-21 06:14:57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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